소설_나이2016.12.26 23:27

마치 작가의 다른 소설인 <성탄특선>의 후속작 쯤으로 여겨질 법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하며 2016년 성탄을 며칠 남겨둔 시간에 이 두 소설을 소개하며 트위터를 통해 올린 바 있다. 뭔가 서걱거리는 관계, 그 예견된 파국을 그대로 보는 독자의 마음이 제법 아프다. 8년 전 노량진 강남교회에서 처음 만나 재수 끝에 스물아홉의 나이에 경찰공무원에 합격해 이제 막 경장 계급을 달고 고통정보센터에서 생방송 일을 하는 도화와 그해 여름 7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이수. 이들은 결국 4년 전 이수가 부동산컨설팅 회사에 취직하며 함께 살게 되었지만 어느날부터인가 자기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음을 느낀 도화는 이별을 고할 기회를 찾지만 이를 알아채지 못한 이수는 그녀의 생각과는 다른 항로를 밟는다. 급기야 둘이 세들어 살고 있는 집주인으로 인해 이수가 회사도 그만둔 채 이미 보증금의 일부를 가져다가 1년 전부터 다시 노량진 학원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결국 이별을 고한다. 이들이 맞은 나이가 30대 중반이다.

 

직장 상사들은 ‘30대 중반이야말로 체력과 경력, 경제력이 조화를 이루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도화는 알고 있었다. 자신도, 이수도 바야흐로 풀 먹으면속 편하고, ‘나이 먹으면털 빠지는 시기를 맞았다는 것을.”

 

from 김애란, <건너편>, [2017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서울, ()현대문학, 201612(초판1),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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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거취와 기억'2016.12.20 10:42

박철수의 [거취와 기억] (13) 집, 이윤을 욕망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2192048005&code=210100&s_code=af185#csidxc20c54d278077d2a36d570f9535b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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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소설_나이2016.12.04 21:39

어릴 때부터 남과 같은 것은 특별하게 싫어했고, 어떻게든 남과 다르게 살고 싶었던 여성 양혜정은 크고 작은 아르바이트를 거쳐 지금은 오로지 소설쓰기를 바라보면서 나름 시간을 낼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 대학 연구실의 시간근무제로 일한다. 지금 이땅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그의 일상은 특별하지도 남다르지도 않지만 자신이 마음먹은 것처럼 세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학연구실 시간제 근무 시작때부터 준비한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그녀 혜정은 자신의 유일한 존재 이유라 믿었던 소설만 아니라면 무엇이른지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위무하며 중학교 3학년이던 열여섯 살 때 만들어두었던 사서함에 아주 오래된 골드스타 전화기로 접속한다. 그리고 당시 자신이 꾸었던 자그만 소망이라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것 정도라는 말을 10년 전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다. 그리곤 언제 다시 접속할지 모를 사서함에 앞으로도 이어질 기나긴 여정에 대해 골드스타 전화기를 이용해 길데 담아둔다. 스물다섯인 그녀가 3년 전인 스물둘에 가졌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스물두 살, 그때는 정말 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마다 그저 뻥, 하고 차에 치이기만을 바랐다. 종합병원 입원실에 고무줄 환자로 드러누워 보상금이나 진득하니 뜯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혹 일이 잘못되어 죽게 되더라도, 특별히 아쉬울 것도 안타까울 것도 없었다.”

 

김혜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서울, 연합뉴스(광화문글방), 2016.10(초판1),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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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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