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한국주거사2015/03/24 14:02

1946년에 발표된 계용묵의 단편 별을 헨다는 해방 직후 남과 북 모두에서 생활터전을 상실한 소위 뿌리 뽑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난민의식으로 불리는 장소의 상실과 삶의 부박함은 해방 공간의 보편적인 현상이었고, 많은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계용묵의 시선에 옹골차게 포착되었다. 북이나 남이나 상황은 다르지 않아 남에서는 북으로, 북에서는 남으로 살 길을 찾아 움직이는 상황에서 남쪽은 해방이 되어 서로가 먼저 집을 차지하고 재산을 모으려는 모리배들이 활개를 치고, 법과 정의가 아니라 혼란 속의 폭력에 세상을 지배하던 풍경이기도 하다. 소설 속 화자는 만주에서 살다가 해방이 되어 만주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을 들고 제 땅에 묻으리라는 희망으로 귀국하지만 간신히 얻어 든 집에서 수속을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아홉 달이나 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귀국선에서 만난 친구를 통해 적산가옥의 한 모퉁이를 점거할 것을 권유받았지만 제 뜻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삼십 년의 세월이라는 소시민적 지식인으로서의 의지로 인해 그 짓을 차마 하지 못한다. 그가 그린 1946년의 서울 풍경이 별을 헨다에 온전하게 묘사된다.

 

같은 소설에는 당시 '문화주택'의 표정도 잘 묘사되어 있다. 온갖 폭력으로 모리배 역할을 하던 친구가 적산가옥을 무단 점유하는 방법을 일러주기 위해 소설 속 화자와 만나 점심을 먹고 손목을 잡아 끌어 살피게 된 풍경이며 자리다. "점심이람보다 술이었다. 실로 얼마 만에 소고기찜을 실컷 먹고 확확 다는 얼굴을 느끼며 남산 밑을 돌아 후암동(厚岩洞)으로 따라간다. 어느 커다란 회사의 중역이 살던 숙사인 듯 반 양식의 빨간 기와집이다."라는 묘사가 그것이다.

 

진고개 너머 어떤 일본집에 수속 없이 제집처럼 들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정식 수속을 밟아 내어쫓고 들어가게 해준다고 부티 오늘 오정 안으로 만나자는 친구가 있다. 집이 없어 한지에서 겨울을 날 생각을 하면 마음이 으슬하다가도 그러니 있는 사람은 내어쫓고 들다니 생각을 하면 내어쫓긴 사람이 역시 자기와 같은 운명에 놓여질 것이 아니 근심일 수 없다. 자기도 처음 서울에 짐을 푼 것은 한지가 아니었다. 푸진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일본집 다다미방 한 칸이 베풀어지는 호의를 힘입어 겨울을 나게 되었음은 다행이었다 할까. 해춘(解春)도 채 못 미쳐 수속이 없다 나가라 하여 쫓겨난 이후로 이래 아홉 달을 한지에서 산다. 남을 한지로 몰아내고 그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눈을 감을 염치가 없다. 이런 기회는 몇 번이고 있었다. 비로소 듣는 이야기가 아니요 받아보는 호의가 아니다.”

계용묵, 별을 헨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_02 해방과 전쟁, 파주, ()문학동네, 2015.1(초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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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5/03/13 21:38

문득 이 기록을 너무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 파일을 열어 보았더니 살구나무집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쓴 것이 20147. 게으름을 피워도 너무 피웠다는 자책과 함께 매년 새해가 시작될 무렵이면 정리해보곤 하던 월별공과금 추이분석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침 강의를 준비하던 차에 한껏 벌려놓은 일들이 책상이 쌓였지만 서둘러 숫자 정리에 나섰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월별공과금 추이를 분석하기 위한 의도였던 만큼 2010년의 중계동 아파트 관리비는 아주 좋은 참조점이 되었고, 20111월에 살구나무집으로 이사를 해 1월부터 살았으니 한해 살림을 비교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기에 매년 공과금(혹은 유지관리비) 비교에 나서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분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average

2010

555,290

565,290

449,200

447,590

293,340

260,150

244,700

258,740

218,840

323,010

389,830

473,230

373,268

2011

280,560

706,540

430,650

402,550

238,090

175,990

132,510

128,970

139,130

115,270

201,660

270,890

268,568

2012

552,020

583,490

557,880

378,660

242,990

121,330

117,400

134,270

121,410

134,140

182,460

361,620

269,020

2013

645,750

558,060

445,000

299,140

120,560

58,720

50,860

68,500

45,260

65,860

73,260

315,360

228,861

2014

545,650

579,330

337,370

232,630

124,330

70,190

65,640

32,300

30,170

58,410

82,800

278,380

203,100

 

 

 

한 해 전체의 유지관리비를 모두 합한 뒤 12개월로 나누어 얻을 수 있는 월 평균 유지관리비는 아파트에 살던 2010년에 비해 2014년에는 17만 원 이상이 줄어들었다. 물론 2011~2012년에는 아파트에 비해 월 평균 11만 원 정도가 줄었다가 다시 6만 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가 작동된 까닭이고, 이는 월별 유지관리비의 추이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통해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그 효과는 특히 햇볕이 좋은 4월부터 11월까지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그러니 유지관리비의 대폭적인 절약은 사실 생활의 절제가 아니라 태양광 발전설비의 효과를 본 셈이다.

 

결국 두 해를 보낸 결과를 전제로 앞으로 어떻게 에너지를 줄이며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비록 거칠지만 월 평균 25만 원 이내에서 1년의 살림을 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물론 앞으로 있을 것이 예상되는 공과금 인상분도 당연히 흡수하면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 다짐한다. 사계절 구분이 모호해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한반도의 겨울 추위가 대단하다는 점에서 11월부터 3월까지는 비교적 높은 유지관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 모양이다.

 

모처럼 아침이 춥지 않은 날이면 마당을 서성거리게 되는데 계절의 주기성과 순환성을 여전한 까닭에 수선화와 튤립이 강렬하게 봄을 반기는 모습을 매번 만나고, 작년에 마당에 들인 노루귀가 연분홍 색깔의 꽃망울을 달고 꽃대를 늘리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마치 농한기를 지내고 봄을 맞는 농부들의 심정처럼 어서 봄을 재촉하는 마음뿐이다. 지난 겨울이 그렇게 춥지 않았다고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올 봄은 더욱 기다려진다. 봄 소식은 마음에서 온다지만 역시 마당에서 발견하는 즐거움만큼 크지 않다. 상큼하고 싱그러운 마음으로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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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소설_꽃과 나무2015/02/27 19:43

"축대 밑으로 울타리를 이루며 내려드리운 노란 개나리꽃. 그것은 꼭 노란 폭포수 같다. 그 폭포수는 한옥 마루 유리문에 거울처럼 그대로 반사되어 양쪽에서 이중으로 노란 폭포수가 쏟아져내리는 듯하다. 그 집에 처음 들어서는 손님은 그 정경을 눈부셔하며 어지럽다고 말한다. 실제로 어지러워 이마를 짚고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들추고 연한 눈을 쏘옥쏘옥 올려밀며 돋아나와 어느 결에 희고 순결한 꽃을 피우는 장독대 옆 옥잠화 꽃무더기. 옥잠화 순을 낙엽 더미 속에서 발견할 때면, 그러니까 매 봄마다 봄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낙엽 속에서 손을 올려밀고 있는 옥잠화를 발견하는 첫 순간이면 무엇이 이리도 귀한 것이 이 세상에 있는가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from 김채원, <쪽배의 노래>, [쪽배의 노래], 파주, (주)문학동네, 2015.1(초판),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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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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