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_풍경2014/07/21 14:19

살구나무 아랫집의 강아지 '마루'에게 물어본 적은 없고, 또 대답을 들은 적도 없지만 그 녀석에게 집안 식구들의 선호 순위가 매겨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내-나-큰아이-작은아이 순으로 1등부터 4등까지의 순위가 매겨진 듯하다. 마치 자기가 가장이라도 되는 양 식구 모두가 귀가하지 않으면 대문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며, 식구가 귀가할 때 꼬리치는 강도며 시간이 집안 식구들에 대한 그 녀석의 나름의 순위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아내와 작은 아이가 제법 긴 외국여행에 나섰다. 해가 지고 늦은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No.1을 기다리는 마루의 표정이며 태도가 측은한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하루 종일 시무룩한 상태로 제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먹는 것도 평소와 다른 것은 물론이지만 아무도 없는 서재 창틀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조금은 애처로운 생각도 들게 한다.

 

방학인 탓에 늦잠을 잔 날이면 집에서 책을 읽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종일 서재에 앉았더니 어느 틈엔가 그녀석이 좋아하는 서재 창틀에 고양이처럼 올라 앉아 하루 종일 밖을 내다보면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 그저 자세를 거꾸로 바꿀 뿐이다. 쥐가 날 정도가 되면 돌아앉아 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하루 종일을 보내는 마루. 강아지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을 허투로 생각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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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4/07/21 13:58

장맛비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의 방학을 맞아 한껏 여유를 부리는 늦잠으로 첫 번째 주말을 맞았다. 작은 아이와 여행을 떠난 아내가 집을 비운 탓인지 늦은 아침을 먹고 하릴없이 마당을 거닐다가 한없이 키만 크는 장미 가지를 몇 개 잘라 우리집에서는 응급실로 불리는 뒷마당으로 옮기다가 잡초를 뽑고자 마음 먹은 일이 그야말로 큰 작업으로 번지는 발단이 되고 말았다.

 

언젠가 마당을 꾸리며 사는 분으로부터 크게 결심하지 않았거든 집에서는 부엌 가위도 잡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이야말로 그 조언의 생생한 힘과 교훈으로서의 가치를 자각한 날이다. 늦은 아침에 시작된 잡초뽑기와 간단한 장미 가지 자르기가 결국은 배롱나무의 굵은 가지와 앵두나무의 큰 가지치기로 번졌고 결국은 어둑한 저녁에 이를 때까지 쉴새없이 하루 시간을 온전히 마당일에 헌납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일의 발단은 뒷마당의 잡초였다. 마치 징검다리처럼 깔아놓은 뒷마당의 고흥석 사이로 잡초들이 제법 자란 탓에 아무도 돌보지 않고 버려진 곳으로 보여 쭈리고 앉아 맨손으로 잡초를 뽑고 허리를 펴는 순간 담장 대신 심어놓은 쥐똥나무 가지가 눈에 들었다. 쥐똥나무 가지치기는 아내가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일이기도 하다.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쥐똥나무 가지를 쳐 좋은 말이라도 들어보자는 뜻에서 전지가위를 뽑아 들고 삐죽삐죽하게 자란 쥐똥나무 곁가지를 조금 치고 나니 이번에는 쥐똥나무쪽으로 심하게 가지를 뻗친 앵두나무 모양이 더부룩하게 보였다. 할 수 없이 지하실에서 제법 굵은 가지를 치는 커다란 전지가위를 내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제법 굵은 가지는 전지가위 큰 것으로도 잘리지 않아 톱을 사용할 지경에 이르렀다. 서재 마당의 앵두와 쥐똥나무를 모두 쳐내고 나니 보기와는 달리 엄청난 양의 잡초며 잘라낸 가지가 일이 번졌음을 보여주었고, 할 수 없이 신발도 갈아 신고 제대로 장갑도 찾아 끼우고 안마당의 배롱나무 가지치기에 나섰다.

 

 

사실 배롱나무는 그동안 어찌할까를 제법 고민한 일거리였다. 가녀린 가지가 제멋대로 사방으로 자라면서 길게 뻗어 나름의 수형을 갖추었는데 지난 겨울을 큰 추위를 지나면서 큰 가지 두어 개가 동사하는 바람에 거실에서 내다볼 때의 풍경이 그리 아름답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벼르던 것이었다. 톱을 들어 가지치기를 할라치면 아내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손이 가면 그나마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 전체를 죽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세우며 저어한 탓에 그동안 손도 대지 못했었다. 마침 아내가 집을 비우고 여행 중인 까닭에 잘 되었다 싶은 마음에 배롱나무 가치 자르기에 나섰다.

 

 

일은 또 일을 낳는 법. 뒷마당에서 안마당으로 돌아서는 길에 제멋대로 자란 황매도 싹뚝 잘라내고 안방 외벽을 타고 오르는 덩굴사철도 튼실한 가지만 남긴 채 모조리 잘라내니 시원해 보이기는 하지만 익숙한 풍경이 아니어서 휑한 느낌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용기백배인 까닭은 어스름 저녁에 집을 찾은 이웃들이 시원하게 잘 잘랐다고 입을 모아 호평을 했기 때문이다.

 

 

기왕 시작한 일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마침 휴일이어서 집에 있던 큰아이와 의기투합하여 새집을 하나 만들어 배롱나무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지하실을 뒤져 자투리 목재를 찾아 설계도면도 없이 이리 자리고 저리 잘라 새집 비슷한 모양으로 물건을 만들어 배롱나무 가지 위에 제법 튼실하게 달아 매었더니 잘려나간 가지의 어설픔도 조금은 감춰지는 느낌이었다. 오늘 저녁 외식의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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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풍경2014/06/27 16:31

살구나무집에 삶을 의탁한 지 꼭 삼년 하고도 반이 지났다. 터 밖의 오래된 살구나무를 보면서 이웃들과 함께 힘을 보태 살구잼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고 지인들에게 나눠주리라 마음 먹은 지 벌써 삼년을 훨씬 넘긴 셈이다. 마침 올해는 살구가 풍년이다. 굳이 애쓸 것도 없이 서재 마당으로 농익은 살구들이 퍽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 며칠 째이다. 윗집 친구며 이웃들이 모두 힘을 합쳐 살구 수확에 나섰고 아내가 힘을 보태 흉내 정도에 머물지만 살구잼을 만들었다.

 

     

 

수확한 살구를 갈무리하고 씨앗을 분리한 뒤 가스불에 얹어 3시간 동안 나무주걱으로 휘저어가며 자연스럽게 과육이 풀어지도로 잼을 만드는 동안 동네 가게에서 구입한 천원짜리 병에 고유한 글씨로 라벨을 써 붙이라 큰아이에게 이르고 작은 아이와 더불어 이미 만들어진 살구잼을 병에 넣고 마무리를 하였다. 큰 냄비로 한가득 잼을 만들었지만 조금 큰 병 5개, 작은 병 5개에 채우고나니 냄비는 벌써 바닥을 보였다. 몇 시간 힘을 보탠 것이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지인들과 나눌 생각에 서둘어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기대하시라. 내일부터 우연히 마주칠 몇 분들에게 "살구나무집 살구잼"으로 이름 붙여진 수제 살구잼을 드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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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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