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_일기2016.04.18 16:27

며칠 전부터 개화하기 시작한 살구나무꽃이 따뜻한 기온 때문인지 만개하면서 먼저 핀 꽃들은 벌써 꽃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집 밖 등성에 올라 사진 몇 장을 촬영하였지만 맘 먹었던 데킹오일 도포 작업은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데킹오일은 한 번 바르면 적어도 3시간 이상을 말리고 다시 발라야 하는데 오일을 도포한 곳으로 꽃잎이 날린다면 일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봄꽃 구경으로 소일해야 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실 봄이란 그런 절기였다. 게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비까지 내리니 정말 봄은 안타까운 시간일 수밖에 없다.

 

 

 

43일 일요일에 내린 비는 결국 새로 만든 서재마당 데크 위를 온통 살구꽃잎으로 도배하는 형국이 되었다. 살구꽃이 피면 집에 오겠다는 지인들에게 미처 연락을 넣기도 전에 살구꽃이 피고 진 것이니 집으로 오겠다는 이들에게 허언을 한 셈이 되었다. 매년 419일 경에 살구꽃이 만개하고, 66일에는 동네 이웃들이 모여 살구를 수확한다고 정해 두었는데 사람의 약속을 자연을 매번 거스르게 하는 셈이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보다 훨씬 더 올곧은 것이 자연이니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살구나무집의 봄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미 그 한복판에 접어들었다. 이제 남은 일은 모란이며 작약의 꽃망울을 즐기고, 전지가위를 들고 마당을 서성이는 즐거움을 누리는 일일 것이다. 2016년의 봄을 이렇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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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6.04.18 16:22

아내는 중국여행 중. 특별한 일이 없는 까닭에 아침부터 서둘러 용인 근처로 나들이를 했다. 다름 아니라 데크가 상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도록 오일을 발라야 하는데 데킹 오일이라 불리는 재료를 구하기 위함이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으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일은 구해둬야 할 판이어서 곤지암 근처의 본덱스 판매점에 들러 2.5리터 들이 데킹 오일 2(2.5리터 데킹 오일로는 약 7평 정도 도포가 가능)을 구입해 차에 싣고 내친 김에 판교 근처의 꽃집으로 가 몇 가지 야생화를 구입해 평평해진 서재 마당을 꽃밭으로 만들 작정을 하였다.

 

 

이파리의 향기가 백리에 미친다는 백리향과 아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안개꽃, 아주 산뜻한 붉은 빛을 띠는 석죽과 각양각색으로 피어나는 다알리아 등을 구입해 앵두나무 아래를 채우고, 안마당에서 번식한 물망초와 앵초를 가져와 채우니 제법 꽃밭의 흉내를 낼 수 있었다. 물론 흙을 새로 돋우지 않는 곳에서는 매년 새로 이파리를 위로 올리는 아기나리와 나리, 은방울꽃, 우단동자 등이 자라고 있어 모양이 그리 서툴러 보이지는 않았다.

 

내친 김에 수일 전 지인이 보내준 블루베리도 안마당에 심기로 하고 자리를 골라 보았다. 블루베리는 토양에 따라 잘 자라는 녀석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해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종류를 보내주었는데 그 중 가장 튼실해보이는 레모네이트는 토분에 심어 겨울에는 실내에서 관상하기로 하고, 나머지 네 종류의 블루베리를 남촌이 심긴 곳 남향받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보았다. ‘해리슨’, ‘M7’ 등 그 이름을 제대로 외울 수 없던 탓에 줄기마다 꼬리표를 붙여 어떤 녀석에 살구나무집에서 잘 자라는 것인지를 가리고자 하였다. 이 작업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블로베리가 자라는 토양은 흙보다는 인공토가 60~70%를 차지해야 해서 땅을 파 돌을 잘 고른 뒤 인공토와 자연토를 섞어 다시 되메우기를 하면서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고된 작업이었지만 봄을 맞는 마음은 풍성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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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6.04.18 16:16

봄은 늘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뜨게 하는 묘약이 담긴 계절이다. 5년 이상을 지나는 동안 서재 마당의 바닥 콘크리트가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면서 자리를 잡은 상황이지만 콘크리트 강화제의 효력도 그다지 길지 않은 듯 보기에나 사용하기에 불편하고, 눈에 들지 않는다.

 

절기는 바야흐로 봄! 굳었던 마음도 살살 녹기 시작하고 얼었던 마음도 풀렸는지 별안간 이곳에 천연방부목을 깔면 식구들이 쓰기에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며칠 궁리하고 그림을 그리다가 마침내 목재상을 찾아나선 것이 지난 금요일. 몇 군데 견적을 받고 가격을 비교하였더니 원목 자재를 쓰는 것은 언간생심, 부담할 수 없을 정도의 재료비가 드는 까닭에 할 수 없이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천연방부목 가운데 방킬라이로 널을 깔기로 하고, 바닥 수평을 맞추고 널을 채워 넣을 각재로는 2×8 인치의 방부목을 골랐다. 7평에 해당하는 면적을 덮을 재료를 견적해보니 재료비만 100만 원에 육박하였고, 서둘러 목재를 구입했다. 325일 금요일이었다.

 

 

드디어 주말. 장비가 완비되지 못한 까닭에 주차장 한켠에 쌓아둔 목재만 쳐다보고 있는데 윗집 친구와 이웃들이 집을 찾았다. 한 번 휘 둘러보고 차 한 잔을 마시고 간 이들이 각종 장비를 들고 다시 살구나무집을 찾은 것은 오후 2시경. 몇 분 동안 의논 아닌 의논을 거친 뒤 별안간 작업이 시작되었고, 절단용 전기톱과 원형톱, 전동 드릴과 피스 등이 총동원된 작업이 시작되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서재마당의 수평틀을 맞추는 일. 이웃이 준비한 수평틀 잡는 장비를 골고루 마당에 놓아가며 드디어 바닥틀 정리 작업이 시작되었고 별다른 재주가 없는 나와 아내는 목재 나르기와 잘 정돈된 수평틀에 따라 피스를 박고 조이는 일이 전부였다.

 

 

거의 해가 떨어질 무렵에야 수평틀의 얼개가 대강 잡혔고, 남측부터 천연방부목 널깔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널깔기 작업은 사실 인내의 작업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허리를 펴지 못한 상태에서 바닥의 수평틀에 맞춰 드릴로 피스가 들어갈 구멍을 내고, 다시 피스의 머리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머리를 들어갈 부분만을 도려낸 뒤 바닥의 수평틀에 맞춰 긴 천연방부목을 줄 맞춰 붙여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작업의 난이도가 높거나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 진도가 눈에 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서재 마당 북측으로 윗집과 연결되는 부분은 방무목을 사선으로 잘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방무목 절단이 쉽지 않았고, 하나씩 붙일 장소에 길이를 맞춰 가며 작업을 해야 하는 까닭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튼 작업은 난관 없이 진행되었고, 거의 해가 넘어갈 무렵 전체의 대강을 마칠 수 있었다. 마무리 작업은 하루 뒤로 미루고 서둘러 첫날 작업을 마쳤다.

 

 

이틀째 작업. 비가 내리는 곳이므로 전체 수평과 물 흐를 방향 등을 챙기며 마무리 작업이 한창일 때 별안간 다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서재마당 서측에 아주 자그마한 괴불마당이 대지의 경사에 따라 흘러내리는 형편이었는데 아내가 낮은 곳에 방무목으로 목책을 만들어 경사진 작은 꽃밭을 평평하게 다져 보자는 것이었다.

 

이번 작업에는 큰 아이가 동원되었다. 마침 일요일인 까닭에 이른 아침부터 작업 진도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전혀 엉뚱한 일이 생긴 것이다. 건축을 공부한 큰 아이와 몇 분 의논을 한 뒤 구조적으로 안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였고, 2×8인치의 방부목을 둑을 쌓듯 세우되 방킬라이 방부목으로 뒤에서 이르 고정하고 이를 계단 구조물 뒤에 걸치고 다른 끄트머리에는 철사를 묶어 대지 경계부에 설치된 목책과 연결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작업은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일이 마무리된 덕분에 이틀째 작업은 저녁 7경에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윗집 친구와 이웃을 모두 불러 부족하지만 정겨운 저녁을 대접하는 것으로 일단의 작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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