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_일기2013.02.16 22:02

 

오랜만에 삼남매가 모두 모인 설을 보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누이가 때를 맞춰 귀국한 때문이다. 아버님 차례를 모시는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정말 오랜만에 삼남매가 모였다고 입을 모았다. 날도 어렸을 적 어른들께 추위를 참아가며 세배를 다니던 그 때의 느낌으로 찬 까닭에 어릴 적 삼남매가 느꼈을 설 분위기다. 입춘에 내린 눈에 더해 몇 일 동안 간간이 내린 눈은 차가 다니는 길이며 내왕이 잦은 곳은 비교적 깔끔하게 치워졌지만 막다른 길에 붙은 살구나무집 안팎은 여전히 겨울의 한 복판이다. 우리보다 조금 아래쪽 도시에 살고 계시는 누님께 아직도 겨울의 한복판으로 보이는 마당이며, 번잡한 귀퉁이의 조용한 동네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보여드리고 아이들과 집 근처에 나들이도 함께 하시라는 뜻에서 며칠 동안이라도 계시라 살구나무집으로 모셨다.

 

 

다행스럽게도 어머님댁에서 머무시던 누님을 모시고 돌아온 살구나무집의 마당은 여전히 눈 복판이다. 입춘에 내린 폭설로 올 겨울 눈을 모두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겨울의 심술이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입춘이 지났건만 추위는 쉽게 가시지 않고 곳곳의 고드름도 한낮에만 잠깐 물을 떨군 뒤 다시 얼어붙는 날이 계속되었다. 물론 눈도 쉬지 않고 내린 덕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가오는 봄을 막지는 못하는지 아니면 겨울의 기운이 이제는 쇠잔해졌는지 입춘을 지나고 열흘 가까이 되자 햇빛을 받는 지붕의 두터운 눈이 홈통을 타고 녹아내리는 소리가 제법 상큼하게 느껴진다. 봄이 오는 소리라 하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가보곤 하는 서재마당과 뒤꼍과 윗집으로 이어지는 목재계단 밑에 줄줄이 자리를 잡고 앉은 호미며 전정가위 등의 도구들이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표정으로 집주인을 바라보는 계절이다. 서재마당에서 내다보이는 은사시나무의 꼭대기 가지에 까치 한 쌍이 부산하게 가지를 물어 와 집을 짓는다. 이제 큰 눈은 없겠다는 뜻이고, 둥지를 새로 장만하는 것은 겨울이 끝났음을 알리는 징표라 하겠다. 집에 누님이 머무시는 동안 날이 따뜻해져 마당에서 오래 묵은 타지에서의 피로를 풀고 돌아가셨으면 한다. 다행히 다음 주부터는 날이 풀린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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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