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_일기2013.12.31 14:30

또 한 해가 간다. 살구나무집에서의 생활도 이제 4년째로 접어드는 셈이다. 이제 겨울의 한복판에 놓인 셈이지만 세밑 날씨는 제법 화창하고, 늘 소망하듯 일상은 평화롭다. 살구나무집이 있는 죽전은 몇 해 살아보니 다른 곳보다는 제법 눈이 더 많이 내리는 곳이고, 눈 치우기가 겨울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곳이라고 애써 위안을 해 본다. 겨울에 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느낌이지만 벌써 대문 앞 눈치우기를 여러 번 했다는 느낌이고, 첫눈이라기에는 너무 많이 내린 마당의 눈은 여전히 시절이 한겨울임을 말해 준다. 세밑이면 누구나 그러하듯 나 역시 크고 작은 회한과 고마움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평화롭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이제 막 해넘이가 시작될 지난 한 해도 크게 그르치지 않은 삶을 이어갔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1224일에는 살구나무 아랫집의 귀염둥이인 마루가 태어난 지 만 4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아이들이 씌워준 고깔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은 마루는 그저 온 식구가 하루 종일 집안에서 북적이는 것이 좋을 뿐이다. 겨울철 생활비를 아끼느라 아내는 보일러가 가동될 때마다 방을 오가면서 실내온도 낮추기에 여념이 없는 세밑이다.

 

11월의 부안 강연에 이어 12월에는 부산 강연을 핑계로 식구들과 나들이를 했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지내다 보니 다른 곳에 살던 때와는 달리 집을 떠나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집을 비운다는 생각이 크지 않은 탓에 뜸했던 가족여행을 지방 강연을 핑계로 이어가기로 한 것이 지난 가을이다. 그 덕분에 비록 하루 이틀이지만 온 가족이 부안 나들이를 했고, 또 아내와 호젓하게 부산여행을 할 수 있었다. 어제는 직장에 다니는 큰 아이의 연차휴가를 이용해 세 모녀가 전주로 당일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듯 집은 베이스캠프다. 그 베이스캠프가 적어도 영원히 고정될 것 같은 생각에 살구나무집에서의 일상은 제법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세밑에 문득 들기도 한다.

 

 

 

꼼꼼하게 가계부를 쓰는 주부처럼 지난 3년 동안의 살구나무집 유지관리비를 모두 정리해 보았다. 중계동의 41평 아파트에 살 때 월평균 관리비가 373천원이었는데 2013년은 228천원으로 줄었다. 이미 [아파트와 바꾼 집]에서 살펴본 것보다 훨씬 더 관리비가 줄어든 셈이다. 전용면적은 1.7배가 늘었는데 관리비는 4년 전의 아파트 관리비에 비해 월평균 15만 원 정도가 줄었으니 꼼꼼히 살피며 산 셈이다.

2013년의 관리비가 2012년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진 이유는 당연히 태양광 발전설비에 의한 전기발전량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전기 걱정 없이 살림을 꾸릴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공과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낮은 관리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일 년쯤 더 지나면 태양광 발전설비의 설치 효과를 좀 더 실증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게 되었다.

 

이제 몇 시간만 지나면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된다. 바라건대 새해의 소망 역시 온 가족의 건강과 평화로운 일상이다. 재물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폭이 넓고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런 소망의 튼튼한 버팀목으로 살구나무집이 베이스켐프가 되기를 세밑에 소망한다. 나이 드신 어머님의 평화로운 일상도 욕심내고 싶다.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