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_일기2012.11.27 19:53

오랜만에 얻은 이틀 동안의 주말을 온전히 살구나무집 겨울채비로 보냈다. 사실 책을 집필한다는 이유로 지난 한 달 동안을 글쓰기에 몰두한다고 작정한 바람에 작년에 비해 조금 미뤄진 느낌을 갖던 마당일이었다. 토요일 점심을 마친 뒤 마당으로 나서기 전에 장갑이며 가위며 하는 도구들을 준비하고 조금은 차다는 느낌이 드는 마당으로 나섰다. 할 일이라는 것이 사실은 단순한 것이어서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배롱나무와 감나무가 얼지 않도록 두툼한 옷을 입히는 일이다.

 

먼저 작년에 사용한 뒤 봄에 갈무리해 둔 피복재와 부직포, 그리고 파이프가 얼지 않도록 두텁게 파이프를 싸도록 만들어진 스티로폼 튜브를 지하실에서 마당으로 올려야 했고, 마침 아내가 집을 비운 까닭에 지하실과 마당을 여러 번 오가며 물건들을 마당 그득하게 쌓아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작년 겨울의 일을 상기해서 조금 남아있던 볏짚을 뒤집힌 방향으로 갈무리해 배롱나무의 아래를 감싸고 뿌리 부분이 마치 치마를 입은 것처럼 둘러서 기본을 갖추었더니 제법 그림이 나온 느낌이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아주 잔가지를 제외하고 얼지 않도록 감싸주어야 할 가지부터 뿌리 방향으로 압박붕대로 통증이 있는 부위를 감싸듯 식물성 밴드를 이용해 촘촘하게 밴딩을 한 다음 보온재를 직경에 맞춰 골라가면서 가지를 감싸듯 둘러 자리를 잡은 뒤 케이블밴드를 당겨 냉기가 스미지 않도록 꼭 싸매는 일이었다. 보기에는 쉽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던 가지 싸매기 작업은 사실 많은 시간과 공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서너 시간을 열심히 일해도 눈에 띌 정도로 작업 진도는 나가지 않았고, 결국 해넘이가 시작되면서 일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날도 제법 찼지만 벌써 해가 넘어가며 마당일을 하기에 너무 어둑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다시 일요일에 작업을 계속했다. 토요일 마당일이 몸에 붙었는지 일요일 작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느낌이었고, 두어 시간 만에 배롱나무 보온을 위한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미처 케이블밴드의 끄트머리를 자르지 못했더니 마치 무슨 설치예술 작품으로 보인다는 아내의 감상에 그대로 두기로 작정하고 이번에는 치마처럼 뿌리 부분을 두르고 있는 볏짚 아래에 부직포를 두 겹으로 펴서 깔아두는 것으로 배롱나무 보온작업은 마무리되었고, 약간의 걱정과 염려의 대상인 감나무와 공작단풍의 경우는 허리 높이 정도까지 두터운 보온재를 두르고 눈이 녹았다가 얼거나 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윗부분을 꼼꼼하게 막는 것으로 마당의 나무들 보온작업을 끝났다.

 

 

괜히 작업도구와 재료들만 한 가득 마당으로 옮겼다는 느낌이 없지 않을 정도로 매우 수월하게 보온작업을 마치고 마당을 정리하니 올해 추위가 예년보다 조금 심하고 눈도 많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장기예보에 든든한 대비를 하였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뿌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일은 태양광발전설비의 보완공사 마무리였다. 마침 오늘 오전에 발전설비 설치업체 사람들이 식전에 집으로 들이닥쳤고, 모든 장비와 자재를 모두 가져온 때문인지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뒤 설비 보완공사 역시 무탈하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제대로 겨울채비를 마친 셈이고 이제 겨울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나고 봄을 기다리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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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