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_일기2012.04.05 19:50

하루 종일 학교에서 밀린 책 읽기를 하던 중에 건축가 조남호선생으로로부터 메일이 도착되었다. 프랑스 건축사 자격을 갖추고 현지의 인터넷 건축저널에 도움을 주며 일하고 있는 배은숙이라는 분이 얼마 전 살구나무집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해 기꺼이 응했더니 현지시간으로 4월 4일 밤 9시 경에 관련 기사가 Le courrier de l'architecte("건축가의 편지" 정도로 번역이 가능할 듯) 국제판에 실렸다고 알려왔으며, 해당 웹사이트를 하이퍼 링크로 보내주었다는 소식이다. 조남호 선생에게 잘 된 일이라고 글을 써 보냈고, 더불어 기쁜 마음이라고 성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Le courrier de l'architecte 바로 가기 : http://www.lecourrierdelarchitecte.com/article_3030

조남호 선생은 반은 농담으로 ‘첫 해외 나들이^^’ 라면서 즐거운 마음이라고 전해왔다. 좋은 일이고 건축가에게는 잘 된 일이다. 마당이 있는 집,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건축가와 더불어 실용과 품격을 두루 갖춘 집을 짓는 일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가벼운 기대 정도를 가지고 <아파트와 바꾼 집>을 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갈증을 해소하는데 조금은 보탬이 된듯하여 더불어 즐거운 심정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이 땅의 많은 건축가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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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2.02.24 00:00
일주일 전 <아파트와 바꾼 집>을 출간한 도서출판 동녘의 이상희 부장으로부터 전해들은 '한경비즈니스'의 살구나무집 사진 자료 요청과 역시 건축가 조남호 선생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들은 바 있는 한경비즈니스 우종국 기자의 인터뷰 기사 내용이 출판사를 통해 PDF 자료로 전달되었다.

전체적인 기사의 논조는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면서 그동안 마음 속에 품었던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 가운에 구본준 기자와 건축가 이현욱이 지은 일명 '땅콩주택'과 함께 '살구나무집'이 기사의 대표 사례로 소개되었다. 더불어 살구나무집을 설계한 건축가 조남호 선생의 일문일답식 인터뷰 자료가 실려 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기사를 읽어보니 통계적으로도 아파트 공급을 위한 사업승인 건수가 줄어드는 반면 최근에는 단독주택 건축허가가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 구체적인 유형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일종의 트랜드 보고서 형식의 기사였다.

흥미로운 점은 건축가 조남호의 인터뷰에 언급되고 있는 내용이다. 즉, 보편적 집짓기가 우리에게도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며, 이를 위해 진지한 건축가들의 참여가 요구되며, 그래야 건축공사비를 낮출 수 있는 자재 등의 규격화가 따라오는 것인데 아직은 이런 일들이 충분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단독주택을 짓는 일이 모든 이들에게 버거운 일로 여겨지고 비용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동의하는 대목이다. 여기 해당 원고를 그대로 싣는다.

이와 더불어 며칠 뒤 집짓기 과정을 담은 한경비즈니스 기사내용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아파트와 바꾼 집>을 포함해 몇 권의 책을 참고해 한경의 이홍표 기자가 정리한 것이다.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2022300847000121&mode=sub_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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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2.02.04 21:44

꽤 여러 날 동안이나 계속되던 동장군이 입춘을 맞아 노여움을 풀었는지 반짝 포근한 주말 하루가 되었다. 지난 밤에도 눈이 조금 뿌리기는 하였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아 햇볕에 스스로 녹을 정도의 눈이 마당이며 데크를 가볍게 덮고 있는 아침이다.


오늘이 입춘이라는 말을 듣고는 우연히 지난 해 이때 쯤 윗집 친구와 더불어 찾았던 충주 인근의 이오덕 학교가 떠올랐다. 경희대학교의 온영태 선생님과 더불어 이오덕 학교를 찾았을 때 교실 창마다 붙어 있던 '봄이 왔다'는 입춘첩이 떠올라 휴대폰 사진을 찾아 트위터에 올리며 오늘이 입춘이고, 작년에 보았던 이오덕 학교의 입춘첩이 정겨웠다는 글을 달았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이니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니 하는 한자어보다는 그저 ‘봄이 왔다’라는 글이 훨씬 정겹고 느낌이 있지 않느냐는 입춘첩 풀이의 글을 학교 창가에서 읽었던 기억과 함께 그곳에서 가져온 한 뼘 정도의 탱자나무가 마당 한켠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추운 겨울을 지켜내는 녀석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잠깐 한다.



느긋한 점심을 즐기고 날이 풀려서 다행이라는 얘기 등으로 아내와 오후 시간을 보냈는데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돌아온 큰아이가 잠깐 꼬물대더니 입춘첩을 써서 아래층으로 내려와 오늘 저녁 7시 22분이 입춘시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 시간에 맞춰 대문과 현관에 입춘첩을 붙이자고 제안하였다.

제 집의 대문을 따로 가진 단독주택이라면 굳이 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해서 이오덕 학교에서 보았던 입춘첩 얘기를 건넸더니 입춘대길은 한자로 하고 그와 쌍을 이루는 건양다경은 ‘봄이 왔다’는 글로 대신하자고 해 그러마고 동의한 뒤 다시 입춘첩을 만들어 7시 22분에 맞추어 대문과 현관에 ‘八’자 모양으로 붙이고 나니 대단한 것은 아니어도 제법 할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설거지를 마친 아내도 밖으로 나와 대문과 현관문에 떡하니 붙어 있는 입춘첩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사실 집에 대한 기억과 삶의 누적은 이런 방식으로 이어지고 쌓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커가는 아이들과 집에 깃든 기억과 추억을 쌓고 나누고 이어가는 일이 삶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확실히 아파트에서의 생활과는 사뭇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던 탓에 대문 밖으로 나서 입춘첩을 붙이는 일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 일도 해마다 거듭한다면 으레 그려러니 하는 일로 여겨질 것이라는 점에서 제법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깃듦의 건축'으로 살구나무집을 규정한 건축가 조남호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침 입춘을 맞아 지긋지긋하던 강추위도 오늘은 낮 기온이 영상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저녁이 되지 다시 날이 차졌다. 마당 잔디밭을 덮었던 눈과 마당 귀퉁이에 서서 온 종일 햇빛을 받은 눈사람은 찰기를 거둬내며 부슬부슬하는가 싶더니 다시 꼿꼿한 모양과 표정으로 얼어붙었다. 홈통을 타고 내리면서 제법 청아한 소리를 내던 녹은 눈 낙수도 다시 꽁꽁 얼었다. 그리고 어둠이 내리며 다시 사위가 조용해진다. 이러는 사이 분명 봄은 올 것이다. 그렇게 다가올 봄은 작년의 봄과 절기는 같되 내용은 다를 것이라 짐짓 가늠해보며 한겨울의 밤을 맞는다. 마당에는 눈 사이를 뛰며 어리광과 놀이를 더불어 즐겼던 강아지 ‘마루’의 발자국만 선명하게 찍혀 달 그림자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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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2.02.02 00:13

<아파트와 바꾼 집>이 독자들의 호응 속에 폭 넓은 입소문을 탄 때문인지 작년 12월에 몇몇 여성잡지와 전원주택을 다루는 전문잡지사들로부터 인터뷰와 사진 촬영 요청을 더러 받았다. 무작정 거절하기도 난감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서서 집을 공개의 장으로 펴내는 것 또한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건축가 조남호 선생의 일감이 좀 더 늘지는 않을까 혹은 기왕에 출간한 책이 널리 읽히지는 않을까 하는 등의 생각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동녘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응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촬영이나 인터뷰가 당연히 살구나무집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아내와 아이들의 일상에 대한 불편함 초래였다. 잡지사들마다 촬영이나 인터뷰를 원하는 시간이 달랐고 그들의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불편한 일일 뿐만 아니라 같거나 비슷한 말을 여러 차례 하는 것 또한 마땅치 않았다.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잡지사들에게 조금의 항의를 듣는 일이 있더라도 취재와 촬영 일자를 내가 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성심껏 답변을 드리고 촬영의 편의를 제공하겠노라 일방적으로 알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달인 1월 6일 오후에 살구나무 아랫집에서 집단 취재가 이루어졌다. 윗집 친구와 건축가 조남호 선생에게도 함께 자리할 것을 청해 찾아오는 잡지사 기자들의 서로 다른 질문과 독자를 대신하는 물음에 최선을 다해 답해 주었다. 그 날 살구나무집을 찾은 잡지사는 ‘여성동아’, ‘우먼센스’ 그리고 ‘전원주택라이프’ 기자와 사진작가였다.


취재에 앞서 살구나무 위아랫집 주인과 건축가들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은 일체 인물 촬영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거개의 여성잡지가 그려내는 스위트홈을 보여주기 위한 작위적 연출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고, 잡지사들 역시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여성잡지의 촬영은 건축잡지와는 달리 빠르게 진행되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약속한 시각부터 세 시간 안에 모두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설을 지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우먼센스’ 2012년 2월호가 집으로 배달되었고, 오늘 ‘여성동아’가 역시 택배기사의 손에 의해 집에 배달되었다.



두 잡지 모두 살구나무집을 다루면서 기사로 만든 내용은 우리들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사항 모두를 담지는 않았다. 물론 여성잡지이기 때문에 건축 전문집단을 겨냥하는 건축잡지와는 독자층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사진 또한 건축잡지에 실리는 경우와 앵글이나 분위기가 전혀 달라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가운데 어느 정도는 나나 윗집 친구 그리고 건축가 조남호가 힘주어 말한 내용을 정확하게 담고 있어 나름 안도할 수 있었다. 또한 집짓기의 기록을 담아 출간한 <아파트와 바꾼 집>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정확하게 담고 있어 잡지사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리가 원한 내용은 아파트를 떠나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을 이렇게 지어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는 탐방기 형식이 아니라 현재의 집짓기 관행과 아파트 문화에 대한 변화의 가능성과 방향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잡지가 나오기 전에 과연 여성잡지들이 이런 우리의 생각을 정확하게 짚어낼 것인가가 걱정이었는데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잡지 모두 ‘살구나무집’과 더불어 여러 유형과 규모의 집들을 묶어 소개하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두 잡지 모두 ‘살구나무집’에 가장 많은 쪽수를 할애해 다루어 주었고, ‘여성동아’는 위아랫집 주인과 더불어 건축가의 이름과 인물 사진을 크게 넣어 좋은 집 짓는 법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여성잡지에서 살구나무집을 취재하고 기사로 실은 것과 때를 맞추어 출판사에서도 지난 번에 이어 다시 5단 크기의 <아파트와 바꾼 집> 광고를 어제 한겨레신문에 게재하였다. 잡지 기사와 신문 광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설 연휴에 잠시 주춤했던 인터넷 서점과 광화문 서점가에서의 <아파트와 바꾼 집> 판매가 설을 지나면서 다시 호조를 보이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책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많은 분들의 소감이나 독후가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몇몇 미술관과 북카페, 자그마한 동호인 모임 등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고 있다. 평창동의 토탈미술관 문예아카데미 강좌 초청에 이어 부암동의 건축가 모임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고, 최근에는 천안의 '북카페 산새'로부터도 <아파트와 바꾼 집>에 대한 강연 요청을 받았다. 감사할 일이다. 잡지사의 취재에 응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 이들 강연요청을 모두 수락하였고, 성심껏 집짓기의 생각을 전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하였다.

새해 들어 가장 많은 양을 기록한 어제의 폭설은 단독주택의 새로운 삶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동기가 되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늦은 저녁 무구랄 것도 없이 문 앞의 길에 쌓인 눈을 치우기 시작한 이웃들과 헤어지기 섭섭해 몇 집이 어울려 먹거리를 들고 살구나무 아랫집으로 모인 것이다. 평소 알고 지내기는 하지만 술잔이 한 순배 돌면서 자연스럽고 편안한 얘기들을 주고 받았고 마치 먹고 마시기 모임이라도 되는 듯 늦은 해맞이 파티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모임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유쾌하고 떠들썩한 밤을 보낸 셈인데 그 여파 탓인지 오늘 하루는 온 동네가 조용했다. 물론 폭설에 이은 수십 년 만의 한파가 사람들을 움추리게 만들었겠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모임 때문은 아닌지 조금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맹위를 떨치는 집 밖의 추위와 달리 다행스럽게 집안은 따뜻했다. 졸음이 밀려오는 점심 나절에 마당으로 나섰다.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햇볕을 받는 부분은 눈이 녹아내리고 있어 다시 얼 것이 염려되는 데크 위의 눈과 대문에서 현관으로 이르는 계단 등을 아이와 함께 제법 깔끔하게 치우고 느긋하게 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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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풍경2012.01.16 11:39


깔끔하고 멋진 풍경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집 밖에 나섰다가 우연히 카메라에 잡은 이 풍경은 내가 제법 좋아하는 살구나무 아랫집의 모습이다. 전면폭이 꽤 넓은 집터의 조건은 문 앞을 지나는 이들로 하여금 '웅장한' 분위기를 줄 수밖에 없는 설계의 결과가 되었다. 하지만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는 집'을 원했던 나와 윗집 친구의 강한 주장은 건축가 조남호 선생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 모양이다.

경사지인 집터에 집을 앉히고 식구들이 정온한 마당을 갖기 원한다는 점에서 건축가의 선택은 어쩔 수 없이 옹벽을 높이고 그 위에 마당을 놓아야 할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사다리꼴로 자리한 집터이다 보니 엄청나게 긴 옹벽은 여러 가지 점에서 부담이었으리라. 건축가의 선택은 옹벽 전체를 요철이 있는 면으로 만들거나 재료를 달리 하거나 하는 방법과 더불어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는 집이 되기 위한 조건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옹벽의 귀퉁이를 크게 덜어내 길을 오가는 이웃들이 그 틈을 통해 경사마당을 관상하거나 경사마당의 끄트머리에 높게 솟은 살구나무의 자태를 보게 하는 것인데 강아지 산책을 겸해 집 앞을 오가는 이들은 가끔씩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집 안을 들여다본다. 그 사이 우리 식구들과 말문도 트고 마당가꾸기의 조언도 잊지 않는다. 주차창 입구의 자산홍과 영산홍은 거친 골목에 자그마한 생기를 주고, 옹벽 위 마당의 투시난간은 마당의 계절을 이웃에게 알려준다. 물론 노출콘크리트와 붓칠로 마감된 스터코 벽면 그리고 투시형 난간 일부를 목재로 마감한 건축가의 세심함은 이곳에 원래 이 집이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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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풍경2012.01.13 19:10
건축가 조남호 선생은 우리집을 다 지은 뒤 <건축가>라는 이름의 잡지 기고문을 통해 살구나무집으로 이름붙인 이 집의 건축을 '깃듦의 건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집이란 살아가면서 자연이 만들고, 그 속에 사람이 깃들어 사는 것이기에 건축가가 완결을 추구하는 것 보다는 사람이 요모조모 가꾸고 기억을 보태는 것'이라는 정도로 건축가의 글을 해석했다.


살구나무집을 찾을 때마다 건축가는 계단을 오르기 전 스스로 자리를 잡아가는 대문 안의 경사마당을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는 특별한 경험이나 지식이 갖춰지지 않는 나에게 말하기를 '이곳을 볼 때마다 어떤 마당보다 마음이 따뜻하다'고 칭찬하곤 한다. 그냥 과천과 양재동 그리고 모란시장을 오가며 값이 헐한 풀을 심었을 뿐인 나에게 과찬을 하는 셈이다. 마당이란 것이 자연이 주는 것을 담아내면 될 일이라는 것이 건축가의 생각이라면 그 의지에 걸맞는 것이 바로 대문을 들어서면 만나는 이곳, 경사마당이다.

사진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2011년 초여름의 풍경이지만 늦가을에는 풍성함과 빛깔이 더해졌고, 낭랑한 소리를 내며 돌확으로 떨어지는 지하수의 물소리는 귀를 즐겁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다시 봄을 기다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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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2.01.09 20:11

“작년 말에 대학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교수 두 명이 책을 냈다. <아파트와 바꾼 집>(동녘)을 쓴 박인석(명지대) 박철수(서울시립대) 교수는 책 제목처럼 경기 성남시 분당과 서울 중계동의 아파트를 판 돈으로 경기 용인시 죽전에 아파트보다 1.5배는 큰 평수의 집을 함께 지었다. 각각 살구나무 윗집과 아랫집(이하 살구나무집)으로 이름붙인 이 집을 짓기까지 과정과 짓는데 들어간 세세한 비용과 고민, 완성된 후 1년간 살면서 들어간 관리비까지 밝힘으로써 건축가에게 맡겨 제대로 집을 짓기만 하면 아파트 값으로 아파트보다 관리 난방비는 훨씬 덜 드는 단독주택을 가질 수 있다는 체험담을 들려주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건축을 전공한 교수들이 직접 집을 짓지 않고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다는 점, 그리하여 평당 500만원으로 '냉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집, 솜씨 있고 진지한 건축가가 설계한 품격 있는 집'이 탄생했다는 점이다. 살구나무집을 설계 감리한 건축가 조남호(50 솔토건축 대표)씨는 지난해 건축을 결산하는 2011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이 '올해 최고의 건축 7선'(베스트7)에 뽑힌 중견. 그는 살구나무집 이후 평당 500만 원 이하로 건축가가 짓는 집을 널리 확산시키는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가 '보편적인 집짓기'로 이름붙인, 제대로 된 단독주택 짓기를 들어본다.”

[한국일보] <서화숙의 만남>
http://news.hankooki.com/ArticleView/ArticleView.php?url=society/201201/h2012010821413221950.htm&ver=v002


[한국일보] 2012년 1월 9일자 “서화숙의 만남”은 ‘단독주택 쉽게 짓기’ 알리는 건축가 조남호‘라는 제목을 두고 위의 인용문과 더불어 다양한 주제와 대중적 관심을 건축가에게 묻고 답하는 기사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보편적인 집 짓기, 평당 500만 원인 건축비의 적정성, 집장사 집과 건축가 집, 건축주와 시공자 사이에서 건축가의 역할 등을 짧은 질문과 상대적으로 긴 답변으로 이어가고 있다.

마침 오늘이 살구나무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지 정확하게 일 년이 되는 날인데, 이런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니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대단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오늘은 오후 1시부터 <여성동아>, <우먼센스>, <전원주택 라이프>의 기자들이 집을 찾아 집짓기 과정에 대한 진솔한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기도 하니 우연한 일이 거푸 벌어진 셈이다. 기왕 취재에 응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어서 건축가 조남호 선생도 함께 자리해달라 부탁을 한 날이다.

정확하게 오후 1시에 건축가 조남호 선생이 도착하였고, 곧 이어 <여성동아>의 취재 기자와 사진 작가, <전원주택 라이프>의 취재 기자와 촬영 작가가 차례로 집을 찾았다. 그리고 오후 2시쯤에는 <우먼센스>의 기자와 사진 작가들이 살구나무집에 도착했고, 두 명의 건축주와 건축가를 상대로 잡지 독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질문과 응답이 이어졌다. 사진작가들은 아래위층을 오가면서 서로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가 필요로 하는 그림을 만들어갔고, 건축가를 포함한 우리 셋은 마치 기자회견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러 잡지사에서 오신 기자들을 상대로 '살구나무집 짓기' 얘기를 굳이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펴낸 이유를 힘주어 설명하는 것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오늘 집을 찾은 잡지사는 대부분 여성을 독자로 상정하거나 혹은 아파트를 떠나 전원에서의 생활을 갈구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들 잡지의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점들을 중심으로 꽤나 많은 시간동안 자유로운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으며, 우리 두 사람과 건축가는 감추거나 과장 혹은 왜곡하는 일 없이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함으로써 오래 전 약속했던 취재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한 동안 여러 건축잡지사와 <행복이 가득한 집>의 취재로 어수선했다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 집 분위기가 <아파트와 바꾼 집>의 출간으로 비롯된 잡지사들의 취재 요청과 응대로 모처럼 다시 북적거린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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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2.01.01 23:20
임진년 첫 날이다. 음력 설을 쇠는 처지여서 여늬 일요일과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고, 또 무심하듯 시간이 흐를 뻔한 날이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이웃집에 들러 삶아 쪄낸 만두에 차 한잔을 곁들여 때 지난 점심을 대신하고 있다가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를 보니 건축가 조남호 선생으로부터 걸려온 받지 못한 전화가 와 있었다.

즉시 전화를 걸어 전화를 못 받아 미안하다며 연결했더니 오후 4시 쯤에 집에 있느냐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으로 오겠다는 전언이었다. 마침 아이는 외출 중이고, 아내와 둘이 심심하던 차라 잘 되었다며 오라 이르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조남호 선생이 오면 이른 시간이지만 저녁이나 함께 하자며 서둘러 동네 수퍼로 나가고 난 조 소장을 기다릴 겸 메일을 확인할 겸 컴퓨터 앞에 앉았다.

조남호 선생 내외와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이 되는 두 아이가 함께 집에 당도한 것은 오후 4시 30분. 조 소장이 집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전화를 걸어온 탓에 문 밖에 나가 기다리니 내외가 아이들을 앞세우고 손에 꾸러미를 가득 들고 차에서 내렸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살구나무 윗집과 아랫집에 각각 새해 선물로 대신한다며 보자기와 포장지에 예쁘게 싼 사과 두 상자와 케잌 두 개를 꺼내주었다.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해방된 아이들은 아래 위층을 오가며 즐거워했고, 강아지 마루도 덩달아 윗층과 아래층을 내달리며 부산한 탓에 적막강산이던 집이 별안간 활기로 가득 찼다. 아내는 꼬막을 삶아내고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며 불고기를 만들고 시금치국을 준비하는 등 급히 음식을 준비하고 조 소장과 나는 조 소장의 최근 건축작업에 대해 얘기를 주고 받았다.

최근에 설계를 마치고, 허가과정에 있는 판교주택과 얼마 전 공사를 마치고 주인이 입주한 대전의 목조주택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설계작업에 들어간 경주의 주택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고, 이미 새 집 주인이 입주해 만족하게 공간을 즐기도 있다는 방배동 주택에 대해서는 휴대폰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지난 해에 진행되었던 일련의 주택 건축에 대한 생각을 전해주었다. 그리고는 며칠 전 책으로 나와 시중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아파트와 바꾼 집>에 담긴 생각에 대해 지평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임진년의 첫 날 역시 살구나무집과 더불어 보통 수준의 건축비로 좋은 집을 짓는 방법에 대한 궁리로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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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12.16 19:16

도서출판 동녘의 이상희 편집부장과 디자인 전문가 김은영씨가 채근하면서 시작되었던 살구나무집 짓기 전 과정의 글자화가 결실을 맺었다.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책은 일견 흥미로운 집짓기 과정의 기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주거문화에 대한 나름의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건축가와 함께 도전한 실용적이고 품격 갖춘 집짓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도 하다. 새 집으로 온 지 11달 만에 벌어진 일이고, ‘좋은 집 짓기’에 대한 실험의 결과보고서라 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담는 것보다는 이 책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에필로그”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파트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는 것들은 만만치 않게 많다. 늘어날 주거비 걱정, 방범 걱정, 청소며 집 관리에 힘들 걱정 등등. 살구나무집에서의 9개월은 이들 막연한 걱정들이 별 근거가 없다는 것 혹은 잘 못 지은 집들이 가져온 커다란 오해임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오해였다구?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파트 한 채가 있다면 단독주택으로 바꿀 수 있다. 단독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주거비가 더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살기에 더 불편한 점도 별로 없다. 아파트 관리비와 비슷한 비용으로 훨씬 넓은 집과 마당을 즐기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살 수 있다. 같은 돈으로 얻는 것은 많은데 잃는 것은 없으니 속된 말로 남는 장사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좋은 집’이어야 성립한다.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아파트와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파트를 버리거나 탈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버리고 탈출한다면 도대체 모두 어디에서 살겠다는 말인가? 버리거나 탈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는 바뀌어야 한다. 도시공간에 닫힌 단지가 아니라 연속된 도시 삶터의 일부로, 층층 닭장이 아니라 마당이 있고 골목이 있는 동네로, 저마다 개성이 있고 다른 삶들을 품을 수 있으며 밖으로 이를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집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파트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집인 것은 아니다. 아파트도 좋은 집으로 지을 수 있다. 우리네 아파트가 그렇게 지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바뀌지 않고 있을 뿐이다.

아파트가 바뀌려면 아파트와 경쟁할만한 상대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 주력 수요층인 중류층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적 주거형식이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로 나타나야 아파트 업계가 긴장할 것이다. 아파트라 어쩔 수 없다던 단점을 고치고 단독주택의 장점을 겸비하는 아파트들이 등장할 것이다.

‘좋은 집’, ‘아파트와 바꾼 집’이 갖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허술한 다가구주택과 고급단독주택으로 양극화된 단독주택 집짓기의 현실, 너무 허술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보통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아파트단지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주택시장, 경쟁 상대 없는 안정적 수요층을 기반으로 다른 삶의 방식을 포용하는 데에 무심한 아파트단지, 그 아파트단지가 전국을 덮고 있는 아파트단지공화국. 《아파트와 바꾼 집》은 이 강고한 공화국의 틈새요 균열이다. 아파트와 경쟁함으로써 아파트를 좋은 집으로 바꾸어 내려는 희망이다. 아파트 문제는 좋은 집으로 풀어야 한다.”

꼭 책을 사 읽지 않더라도 이 땅에 ‘좋은 집 짓기’ 운동이 널리 퍼져 강고하게 뿌리내기길 소망한다. 더불어 책 만들기에 공을 들인 도서출판 동녘의 편집, 영업, 디자인팀과 인쇄, 제본 등에 시린 손을 보태신 분들, 그리고 표지와 내용을 예쁘게 디자인하신 디자이너 심현정씨에게 감사드린다.

강영조 선생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fukei2000/14014747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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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을 펴내며2011.12.10 20:38

“글은 경험에서 시작되지만 근본적으로 변형 욕구와 과장 욕구의 지배를 받는 것”박금산, 《아일랜드 식탁》, 민음사, 2011이라는 말은 이 글을 쓰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며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한 꼭지 글을 채울 때마다 마치 자식 얘기를 남에게 전하는 것처럼 허물은 에둘러 피해 가면서 기억에 남아 있는 행복했던 순간들만 침을 튀겨가며 떠들어 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반복하곤 했다.

이 책은 ‘집짓기 이야기’다. 서점에 나가면 발에 밟힐 정도로 많은 내 집 짓기 이야기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고 알량한 경험지식을 바탕으로 집짓기 과정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과장과 변형으로 풀어 낸 딴 사람들의 먼 나라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집짓기의 경험을 글로 풀어 책으로 묶은 데에는 나름의 생각과 이유가 있었다. 아파트는 나쁜 집이고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야말로 이상적인 집이라는 순진한 이분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쁜 집이 온 도시를 덮고 있는 현실은 이 땅의 집짓기가 무언가를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 정작 고쳐야 할 것은 아파트보다도 단독주택이 먼저라는 생각, 아파트 탈출을 실현시켜 줄 집짓기가 늘어야 한다는 생각…. 이런저런 생각들을 집짓는 동안 스스로 확인하고 실천하고 싶었다. 그 확인과 실천 과정이 제법 얘깃거리가 되어 보였다.

우리는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건축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축학과 교수다. 가끔씩은 전문가들이나 일반 대중을 앞에 놓고 아파트는 이래서 문제이고 집다우려면 이래야 한다고 꽤나 거드름을 피우면서 일갈하곤 하기도 한다. 그런 때문인지 우리는 ‘아파트 전문가’로 통한다. 아마도 ‘이 시대의 주거 = 아파트’라는 등식 때문일 것이다. 소위 ‘아파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위아래로 붙은 땅을 구해 집을 따로 또 같이 지어 아파트 생활을 청산했으니 특별한 곡절이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이를 책 쓰기의 동기로 삼았다.

그 곡절이란 것이 다른 이들과 대개는 비슷할 터이지만 ‘주거건축 전공자’로서 조금 별다른 구석도 있었다. 우선은 생활공간의 형식이 아파트로 편중되어 있는 우리 주거 풍토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내 집 짓기’라는 구체적 실천 속에서 얘기하고 싶었다. 아파트가 아닌 주거유형을 많은 사람들이 선택 가능한 것으로 보편화시키는 일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그런 대의적인 목적으로 집짓기를 맘먹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집짓기를 시작하자 그것은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자연히 집을 짓는 과정은 그동안 머릿속에서 맴돌던 집짓기에 관한 많은 의문들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되었다. 집짓기 예산에서부터 입주 후 관리비까지 모든 내용들을 단독주택을 짓고 살아 본 경험치를 가지고 아파트와 비교하고 확인하고 싶었다.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긴 것은 소위 ‘작품주택’과 ‘집장사 집’으로만 나뉘어 소비되고 유통되는 집짓기의 양극화 현실 속에서 양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보통의 집’ 혹은 ‘좋은 집’을 짓는 일이다.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좋은 살림집에 대한 인식 확산과 좋은 집짓기 붐을 일으키고 싶었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을가다듬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일정한 의미를 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니 이 책은 ‘좋은 집 짓기 확산을 바라면서 쓴 좋은 집 짓기 도전 기록’이라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결국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의 이주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내 집 짓기를 통해 확인하고 검증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의 주거문화 진단쯤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책의 곳곳에는 집짓기와 직접 관련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크고 작은 쟁점들이 불쑥 등장하곤 한다. 가히 거대담론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주거건축 속내를 장삼이사의 집짓기로 담아내려니 필력이 달려 종종 장황해지곤 했지만 그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의 집짓기가 단순히 집을 짓는 일만이 아니라 사회를 짓는 일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는 일임을 말하려는 충심에서 비롯했음을 독자들이 양해해 주기를 바란다.

둘이 어울려 지은 ‘살구나무집’ 이야기를 책으로 꾸며 보고자 처음 마음먹은 때는 2009년 4월, 우리 둘이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에서 연구년을 함께 보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집지을 땅을 보러 다니며 어떤 땅이 좋은 땅인가를 의논하다가 마침내 건축가 조남호와 함께 두 곳의 후보지를 구경하러 가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집짓기와 관련해 틈틈이 메모해 둔 덕이다.

2011년 4월,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가 산 지 3개월쯤 지났을 때 도서출판 동녘으로부터 출간 제안서를 받았다. 이때는 건축가 이현욱과 《한겨레신문》구본준 기자가 어울려 ‘땅콩집’ 지은 얘기를 책으로 꾸린 《두 남자의 집짓기 -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도서출판 마티, 2011
가 출간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받던 때이기도 하다.

출간 제안서의 골자는 ‘아파트 전문가라는 호칭이 적합한 두 사람이 단독주택을 지어 산다는 다소 역설적인 점을 부각하여 단지형 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대별되는 우리 주거문화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는 것이었고, 책의 제목은 “두 아파트 전문가의 살구나무집 이야기” 정도로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 역시 우리의 집짓기 경험을 ‘한국 중산층이 아파트를 탈출해 보통 수준의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책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집짓기에 들어간 비용이 윗집과 아랫집 각각 11억 원과 8억 7천만 원으로 ‘땅콩집’에 비해 훨씬 큰돈이었지만 살고 있던 아파트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중산층의 집짓기’를 중심으로 책을 꾸리자는 데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2011년 4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별 종부세 부과 주택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정도의 비용을 들인 집은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할만한 것이었다. 경기도 분당과 서울 중계동에 4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가졌을 뿐인 우리가 대한민국 1%? 아파트 팔아 집지은 것뿐인데? 이 이상한 통계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이 너무 비싸서 전국 주택들 중 상위계층을 차지한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 이외에는 달리 동의할 길이 없었다. 이 사건은 한국의 부동산 현실에서 아파트 한 채의 시장가치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수도권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아파트 한 채면 단독주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책의 제목이 바로 《아파트와 바꾼 집》이다.


책은 크게 네 덩어리로 구성된다. “아파트와 바꾼 집”에서는 한국의 주거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는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으로의 이주가 갖는 의미를 주거건축 전문가의 시각으로 담아 보려고 했다.

“좋은 집 그리기-땅 마련부터 설계까지”에서는 우리가 왜 아파트단지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집지을 땅을 어떻게 보러 다니고 구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떤 연유로 건축가 조남호에게 건축설계를 의뢰하고 어떤 과정으로 우리 가족들의 바람을 설계도서에 녹여 내었는지를 담았다.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땅 보러 다니기의 여정이 아닐까 싶다.

“좋은 집 짓기-공사비 견적에서 준공 조경까지”에서는 건축가의 추천으로 만난 시공회사와의 거듭되는 공사비 산정 협의 과정에서부터 공사 계약, 그리고 약간의 행정절차를 수반하는 착공에서부터 준공 조경에 이르기까지의 현장 기록을 담았다. 정해진 예산과 욕심 사이의 갈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과 판단의 과정, 건축주-건축가-시공자의 토론과 합의 등이 잘 스미도록 애를 썼다. 집을 지으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인 “살구나무집 생활-겨울, 그리고 봄, 여름, 가을”에서는 ‘살구나무 윗집과 아랫집’으로 이름 붙인 새집에서의 생활 풍경과 주거비 문제를 담았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시샘할 만한 즐거운 얘기들도 담았지만 단독주택 입주 9개월 동안 아파트 생활과 비교할 때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
엇인지를 적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대목은 삶의 모습이나 풍경보다는 오히려 ‘단독주택의 생활비’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우리가 살던 분당과 서울 중계동 두 곳의 아파트 관리비와 살구나무집의 주거비를 비교한 두 집의 대차대조표를 달았다. 단독주택의 유지관리 노력과 소요 비용의 실제를 우리 스스로 검증해 보고 싶었다.

책의 중간 중간마다 ‘집짓기의 사회학’, ‘집짓기의 경제학’, ‘집짓기의 실용학’등의 이름에 번호를 매긴 필자들의 주장을 함께 담았다. 책 읽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들이 의도한 순수한 목적은 ‘과연 내 수중에 있는 예산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대체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건축가에게 설계를 어떻게 의뢰하지’ 따위의 집짓기에 앞선 크고 작은 독자들의 구체적 질문에 맞춤으로 답을 내기 위한 것이다. 독자들이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로 상황과 처지를 바꿔 따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뒤에는 에필로그와 함께 살구나무집을 설계한 건축가 조남호의 편지를 함께 담았다. 다양한 건축주를 만나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살구나무집의 설계를 의뢰한 우리는 매우 특별한 건축주였을 것이다. 평소 여러 가지 일로 만나면서 친분이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전공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다른 건축주들과 달리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이 더했을 것이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적지 않다. 빠듯한 예산 범위 내에서 좋은 집을 지으려는 각고의 노력으로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주)에스화이브의 김봉섭 사장에게도 우리는 거북한 건축주였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살구나무 위아랫집에서
박철수・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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