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_일기2012.12.14 19:45

오래도록 계속되었던 폭설과 강추위가 가시더니 겨울 분위기 가득한 비가 이틀째 추적추적 내린다. 학교도 서울시립대학교에 이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의 수업을 끝으로 2학기가 마무리되었다. 마침 내년 봄 출간하기로 한 <아파트_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가제)>의 집필도 여전히 보충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지만 그림과 표를 제외하고도 200자 원고지 1,130장에 달하는 것으로 일차 마무리되었다. 물론 여전히 2012년이 여러 날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 해의 끄트머리를 향하는 시간의 궤적에서도 궁리했던 크고 작은 일들을 마무리하니 기분은 제법 상쾌한 편이다.

 

겨울의 우울함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들도 제법 생긴 며칠 동안이었다. 윗집 친구와 더불어 출간한 <아파트와 바꾼 집>이 교보문고의 2012년 분야별 베스트셀러 발표를 통해 기술·컴퓨터분야에서 4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함께 순위를 다툰 책들이 대부분 포토샵이나 엑셀 등과 같은 컴퓨터도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올해 건축분야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셈이라 애써 자위하면서 도서출판 동녘의 편집자와 출판사측에 감사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또한 자랑 삼아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려 다른 이들로부터 강요된 축하인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출판사도 재고가 대부분 소진되어 다시 7쇄를 인쇄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또한 이틀 전 밤늦은 귀가 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비록 날이 찼지만 두고 볼 수만 없어 어머님이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고추장을 모두 담갔다는 소식을 전해주어 가족들과 더불어 봄에 시작한 간장, 된장, 고추장 담그기와 지난 달의 김장담그기도 모두 마무리된 셈이니 겨울잠을 즐길만한 먹거리를 모두 갈무리한 셈이다. 거실 밖으로 보이는 언덕배기 너머의 눈 덮인 살구나무 모습이나 마당의 풍경은 흰 눈이 그득한 한겨울이지만 따뜻한 실내에서 녹지 않은 눈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제법이다.

 

 

 

종강과 더불어 금요일의 여유를 학교에서 즐기다가 문득 살구나무집의 두 해 째 1년 관리비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도시가스와 전기, 상하수도 공급자의 인터넷을 검색하니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꼼꼼하게 이번 달의 사용량과 납입비용을 찾아 매달 기록하고 있는 살구나무 아랫집 월별 공과금 추이분석표에 넣어보니 1년 동안의 관리비 총액은 3,228.240원으로서 도시가스(취사와 난방연료)가 2,112,050, 전기료가 946,190, 상하수도 비용이 170,000원으로 작년의 관리비 총액인 3,222,810원과 엇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물론 올해 역시 각종 공과금이 올랐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제법 아껴 사용한 셈인데, 2010년의 중계동 대림아파트 거주 시절의 1년 관리비 총액과 비교할 때 여전히 월평균 104,248원을 덜 내는 결과가 되어 살구나무 아랫집에서 추가로 드는 보안시설비용(90,000/)과 화재보험료(8,000/)를 매월 추가로 보태더라도 아직까지는 매월 6,286원의 비용을 아파트에 비해 덜 낸다는 실증적 결과를 얻었다. (아래 그림에서 가장 진한 선은 2010년 중계동 아파트의 월별 관리비, 스카이블루는 2011년 살구나무집 관리비, 그리고 가장 연하게 보이는 부분이 2012년 살구나무 아래집 관리비)

 

 

이를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월별 관리비 사용내용을 직접 비교할 수도 있다.

살구나무집의 전용면적이 중계동의 41평 아파트에 비해 1.7배나 넓은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관리비용이 낮다는 <아파트와 바꾼 집>에서의 주장을 수치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결과도 지난 2년 동안의 물가 상승이나 공과금 상승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실증적 계량 수치라 할 수 있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살구나무 윗집도 비슷한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를 월별 비용의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위의 그래프이다.

 

관리비 사용내역을 거칠게 살펴보면, 2월과 3월을 제외하면 아파트의 관리비가 단독주택에 비해 절대적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추운 동절기 동안 다수 주택에 공급되는 단지형 중앙난방방식이 개별 보일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단독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적의 이익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2월과 3월의 난방비가 단독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높게 나오는 것이고, 모든 비용은 전월에 비해 후속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1월과 2월의 동절기 난방비용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10개월의 경우는 건실하게 지은 단독주택이라면 절대적으로 관리비가 적게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살구나무 위아래집의 경우처럼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도시가스에 의한 난방 대신에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전열기를 동절기 두 달 정도 사용한다면 난방비 부분도 아파트에 비해 적게 지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시사를 얻는다. 그러므로 살구나무 아랫집의 경우는 201211월 말에 비로소 태양광 발전설비 장착이 마무리되었으므로 20131년 동안 가동상황과 발전량 등을 살펴야 구체적인 성과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12월의 폭설과 강추위 이전에 마당의 나무들 겨울나기 준비를 먼저 해두었다는 사실이다. 기상청의 발표에 의하면 이번 겨울이 눈도 많이 오고 추위도 혹독하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겨울은 따뜻한 봄날과 더불어 새싹들의 풋풋함을 기다리는 계절이어서 견딜만하다는 것이다. 폭설과 함께 이제는 제 집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거실의 이불 속에서 겨울을 나는 살구나무집 강아지 '마루'도 같은 느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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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2.09.24 11:54

새로운 연구실로 옮긴 첫 날. 이유 없는 부산함 속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새로 받은 컴퓨터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실험하는 도중에 부산대학교 강영조 선생님의 멘션이 올라 왔다. @fukei2000 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선생님의 글은 "[집수리 프로젝트가 주간조선에 소개]32년 된 낡은 주택을 도심 속 리조트 같은 집으로 “바로 내가 꿈꾸던 삶”이라는 글과 함께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225100015&ctcd=C04&cpage=1 가 하이퍼 링크로 붙었다. 마침 추석특집 원고를 위해 자문을 얻겠다고 연구실을 찾았던 기자와의 대화가 떠올라 같은 잡지의 같은 특집 머릿글로 소개된 살구나무집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민망한 내용이기는 하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225100012&ctcd=C04&cpage=1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떠나 땅집 생활을 원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팁이 되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으로 한 주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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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2.08.13 21:28

늦은 밤 퇴근을 앞두고 인터넷 서점 몇 곳을 찾아다니다가 별안간 <아파트와 바꾼 집>의 최근 판매경향이 궁금해졌다. 얼마 전 책을 낸 출판사의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편집자와의 우연한 대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저자로서 출판사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한 몫을 했다. 교보문고, 알라딘의 판매실적을 대강 확인한 뒤 yes24에 접속해 <아파트와 바꾼 집>을 클릭하는 순간 화면 전체를 노랗게 물들이는 행사 광고에 깜짝 놀랐다. 이일훈+송승훈 선생님이 집을 지으면서 주고 받은 이메일을 책으로 엮은 신간인 <제가 살고 싶은 집은>과 함께 <아파트와 바꾼 집>이 떡 하니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름하여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문구와 함께.

 

문득 얼마 전 동녘출판사의 편집부로부터 들었던 소식이 떠올랐다. <아파트와 바꾼 집>을 구매하는 독자들에게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북유럽가구이야기(핀율 디자인) 전시회의 입장권을 준다고 했던가. 그런데 문구를 잘 읽어보니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7월 31일부터 8월 26일 사이에 책을 구입한 사람들 가운데 15명을 뽑아 대림미술관의 전시 관람권을 준다는 것이다. 민망함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일훈+송승훈 선생님의 신간 뒤에 붙여 구간(舊刊)을 판매하는 듯 한 인상이어서 더더욱 민망하기 그지 없다. 여름 출판시장이 전에 없는 불황이라 하더니 출판계 사정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어쨌거나 책을 쓴 지은이로서 이런 홍보전략(광고)을 접할 때마다 민망함을 느끼는 건 분명 나만의 생각이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일훈 선생님과 송승훈 선생님께 괜한 송구스러움이 차오르는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추가 적립금을 주고, <아파트와 바꾼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1,000원의 할인권을 준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그것 또한 잘 읽어보면 ‘추첨’이거나 ‘선착순’이니 짝짓기 판매행사라고는 하지만 민망함과 무안함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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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2.07.22 00:32

오랜만에 막내 아들 집에 오신 어머님을 모시고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휴대전화로 문자가 배달되어 있다. 인하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지인의 안부를 겸한 소식 전달이다. ‘살구나무집 기사, 잘 봤습니다.’ 문득 열흘 정도의 여행 동안 일상에서 벗어나느라 까맣게 잊고 지냈던 6월 중순 경의 인터뷰 생각이 떠올랐다. <조선일보>에 살구나무집 기사가 실렸고 얼굴도 대문짝만하게 나왔다는 지인의 전언에 힘 입어 인터넷으로 기사를 찾아보았다. 내가 등장하는 인터뷰나 기사를 볼 때마다 민망한 것은 전혀 줄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실을 그대로 전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고, 늘 그러하듯 몇 가지 바로 잡아야 할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이미 활자로 나간 때문이어서 여기서는 (물론 기억과 사실에 의존해) 잘못 쓰인 부분은 붉은 색 글자로 바로 잡아야겠기에 부득이 하이퍼링크로 연결하지 않고 기사 전문을 그대로 옮기고 사실과 다른 부분은 바로 잡았다. 아울러 기사 원문보기도 곁들여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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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집>_“가장 달라진 점요? 이웃이 생겼습니다.”

 

  

 

기사 원문 바로 가기 :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0/2012071002091.html

 

“주말에 낮잠 자는 일이 확 줄었어요.”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단독주택에 살면서 달라진 점을 묻자 대뜸 ‘낮잠’ 이야기를 꺼냈다. 박 교수는 1년 반 전에 분당의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분당의 아파트는 살구나무 윗집 친구의 경우이고, 나는 서울 중계동의 41평형 아파트를 보유한 채 윗집 친구의 권유로 위아래로 붙은 집터 두 곳 가운데 아래를 융자를 통해 구입해 집을 지었고) 경기도 용인 죽전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친구를 ‘꼬여’(오래 전부터 단독주택 이주를 꿈꾸던 친구가 먼저 행동에 나섰고 친구의 도움과 꼬드김에 맞장구를 쳐 아래위로 붙은 집터에 각각 단독주택을 지어) 담장을 마주한 이웃이 됐다. 새로 지은 집이 얼마나 좋은지 이름도 붙였다. ‘살구나무집’이다.

 

“아파트에 살 때는 주말에 이상하게 피곤한 겁니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노곤해요. 그러니 낮잠을 잡니다. 일어나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니까 함께 마트나 백화점을 갑니다. 살 것도 없으면서 그래요. 단독주택으로 오니까 그 이상한 피로감이 사라졌어요. 아파트 피로증후군에서 벗어났다고 할까요.

 

“마당 있는 집이 좋아 아파트 팔았죠(이 글을 쓰는 2012년 7월 19일까지 중계동의 아파트는 팔리지 않았다. 새집으로 이사 오기 전 할 수 없이 전세를 놓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 교수는 흔히 ‘아파트 전문가’로 불린다. 원래 전문 분야는 주거 건축인데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리나라의 주거가 대부분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건축 전문가이자 단독주택 이주자로서 박 교수의 경험은 단독주택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터였다.

 

“아파트가 나쁜 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획일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각기 다르듯 사는 곳도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집의 형태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불고 있는 탈 아파트, 단독주택의 인기는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아파트에서 살던 박 교수가 단독주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당 있는 집에서의 여유’라는 소박한 답이 돌아왔다. 흙과 자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물론 <아파트와 바꾼 집>에서 밝혔듯 두 아이에게 부모의 집을 한 곳에 정해주고 싶어서 단독주택으로 이주를 감행했다.) 그를 아파트에서 끌어냈다. 결과는 대만족이라고 박 교수는 답한다. 아파트가 주지 못하는 즐거움이 잔뜩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웃’이 생겼다.

 

“이사를 가면 이웃이 집 구경을 옵니다. 그게 시작이에요. 계절이 바뀌면 단독주택은 풍경이 달라집니다. 그걸 이웃에게 보여주고 싶어 초대를 합니다. 그 다음에 필요한 물건을 나눠 쓰게 됩니다. 그러면서 부모 세대가 친해지고 자녀들 간의 친밀도도 높아지는 겁니다. 바로 옆집 사람과도 기껏해야 형식적인 인사만 했을 아파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이웃을 만들어주는 ‘단독주택의 마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박 교수는 ‘공간의 짜임’에서 답을 찾았다.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개방형 구조다.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집안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을 초대하기 꺼려지는 구조다. 모든 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단독주택은 ‘숨길 곳’이 많다. 이웃을 초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마당도 비밀 중 하나다. 단독주택은 하나의 집이지만 실내와 마당이라는 2개의 공간이 있다. 마당은 개방적이다. 이웃들에게 보이고 이웃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만나는 횟수가 늘수록 할 이야기는 더 많아진다. 아파트에 비해 이웃의 공간적 거리는 멀어지지만 교감의 거리는 줄어드는 마법이 이뤄지는 대목이다.

 

“며칠 전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이웃인데 자기 집 마당의 꽃나무 향기가 근사하다면서 초대를 하는 거예요. 차 한 잔 하며 꽃향기를 음미하자는 거죠. 갔죠. 이웃끼리 공동 작업도 합니다. 얼마 전에 세 집이 모여 나무 벤치를 하나 만들고 함께 식사를 했죠. 이웃이 생겨 참 좋습니다.”

 

마당은 가족 구성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도 한다. 아파트에선 맛볼 수 없는 마당에서의 노동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화초를 심고 가꾸는 일부터 외등을 교체하는 일까지 단독주택은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다. 즐겁다.

 

“대학 다니는 딸의 귀가시간이 빨라졌어요. 마당 가꾸기에 빠져 있거든요. 아주 즐거워합니다. 텃밭은 아직 없어요. 텃밭을 일구는 이웃집에서 나눠주는 것으로도 충분하거든요. 텃밭은 살면서 천천히 시도해볼 참입니다.”

 

박 교수는 단독주택에 와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한다. 아파트에 살 때와 달리 뿌리가 내리는 느낌이 찾아왔다. 유목에서 정착의 심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이 집에서 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편해요. 아파트에 살 때는 또 어딘가로 이사를 가겠지 라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여기서 평생 살 생각이니까 집값에서도 자유로워진 느낌입니다.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박 교수의 집은 아파트보다 난방비와 전기요금 등 관리비가 더 적게 든다.

 

박 교수는 “단독주택 예찬론자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단독주택으로 이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초보 단독주택 거주자이기도 하고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를 비난할 생각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단독주택에 대한 막연한 불안, 편견, 오해만큼은 풀고 싶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단독주택은 불편하다는 ‘오해’부터 반박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것이다. 박 교수의 해명은 간단했다. 집을 애초에 잘 지으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잘 지은 집이라고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간 집이 아닙니다. 건축가와 함께 꼼꼼하게 지은 집이 잘 지은 집입니다. 설계비를 아까워하면 좋은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설계가 제대로 나와야 시공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잘 지은 집은 유지관리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박 교수의 경우 살던 아파트보다 1.7배 넓어졌지만 난방비와 전기요금 등 관리비는 오히려 줄었다. 단독주택은 돈이 많이 든다는 것도 오해에 불과했던 셈이다.

 

잘 지은 집을 위한 대가는 그렇게 엄청나지 않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하면 대개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의 경우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데 땅값과 건축비를 더해 8억9000만원이 들었다. 아파트 가격은 8억5000만원이었다.(집터를 구하고 설계를 의뢰할 당시 호가가 대략 8억 원 정도였다.)

 

“아파트 가격이 싸서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입니다. 아파트가 싸면 땅값도 싸지 않겠습니까.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면,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도심에서 조금 멀어지는 대신 단독주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땅콩집이 그걸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 이코노미 플러스 / 글=변형주 기자 (기사 작성 시간은 2012년 7월 19일 오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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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뜸했던 대중매체에 요사이 며칠 살구나무집이 다시 등장한 셈이다. 지난 수요일인 7월 18일에 파주시립중앙도서관의 초청으로 <아파트와 바꾼 집>의 지은이로 강연을 했는데 주말 아침 다시 신문에 살구나무집 이야기가 실렸기 때문이다.

 

지난 수요일의 파주도서관 강연은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조금 먼 길이고, 태풍 카눈이 수도권을 강타할 것이라는 소식에 서둘러 학교를 나와 파주도서관에 도착하니 약속된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어서 도서관을 창밖으로 내다보며 혼자 저녁식사를 하다가 건물 밖으로 내걸린 긴 걸개그림을 보고 적잖이 당황하였기 때문이다. 강연준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제법 비장하게 걸린 걸개용 행사알림 내용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교복 차림의 청소년들이 청중의 1/3 정도를 차지한 점도 흥미로운 사건이었고, 강연을 마친 뒤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된 주역을 연구하시는 선생님과의 대화 역시 오래 파주 강연을 기억하게 하는 사건이라면 사건이었다.

   

 

그러나 강연을 마치고 가진 자리에서 오간 대화를 뭉뚱그려 기억하자면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예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며, 내 생각과는 달리 그들이 건축가를 만나는 일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파주에서 죽전으로 오는 비오는 밤길 운전 내내 건축계의 비장함과 엄숙함 그리고 불친절을 책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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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2.06.25 13:32

주말 이른 아침부터 대문의 벨 소리가 요란하다. 아직 설잠에서 깨지 못한 강아지를 따라 방에서 나와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사람을 맞으니 <Esquire>라는 이름의 남성 잡지책 한 권이 배달되었다. 포장지를 벗겨내고 보니 열흘 쯤 전에 보낸 원고가 벌써 인쇄가 되어 책으로 꾸며져 집으로 배달된 것이다. 내가 쓴 원고가 어디에 있는지를 목차를 보고 어렵게(?) 쪽수를 찾아보니 깨알 같은 글에 그림이라곤 전혀 없는 말 그대로 글자만으로 가득한 두 쪽을 찾을 수 있었다.

 

 

6월 7일. 내게 원고를 써 달라 청탁한 잡지사의 요청은 이런 것이었다.

 

“… 출간하신 <아파트와 바꾼 집>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희 잡지에서도 건축, 그 중에서도 집짓기, 그 중에서도 '마당 딸린 내 집 갖기'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땅콩집과 더불어 살구나무집에 관한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오가는 것을 지켜보며 이 트렌드의 가장 핵심에 계신 교수님께 원고 청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청탁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최근 대중들의 관심이 '건축'에 쏠리고 있습니다. 때마침 영화 <건축학 개론>이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고,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일간지 칼럼에서도 건축과 건축가를 다루며 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역시 뜨겁습니다. 서점가에서는 집짓기와 관련된 책들이 연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에스콰이어에서는 최근의 이런 경향과 흐름을 간단하게 짚어 본 후, 현장에서 가장 생생하게 '마당 딸린 내 집'을 갖게 된 박철수 교수님의 생생한 '건축학 개론'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3,40대 남성 독자들에게 '집'이란 과연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며칠 동안 글의 시작을 어떻게 할까를 궁리하다가 원고 마감을 하루 앞두고 부리나케 글을 마무리해 잡지사에 보낸 것인데, 원고를 보낸 지 채 열흘이 되지 않아 벌써 책으로 꾸며져 독자들과 서점가에 선을 보인 모양이다. 글을 장식한 그림이 T자라는 점이 조금은 생뚱맞은 느낌이지만 잡지사에 보낸 글은 <아파트와 바꾼 집>에 담았던 ‘살구나무집 생활 9개월’의 뒷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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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바꾼 집’ 그 후

 

박철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살 곳을 바꾼다?

 

<난문쾌답>이라는 책이 있다. 경제 한파와 고용 불안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피로사회에 어쩔 수 없이 귀속된 많은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하게 했다는 광고가 붙은 책이다. 지은이는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여러 가지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기는 하지만 다 떼어내고 나면 남는 것은 두 가지다. 경제학자이자 경영인이라는 것. <난문쾌답>은 오마에 겐이치가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Business Breakthrough)’라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남겼다는 글이나 말을 골라 직원이 오마에봇(@omaebot) 계정을 만들어 트위터를 이용해 알린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책이다.

 

<난문쾌답>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라고. 물론 잘 지켜지지 않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하는 작심(作心)을 가장 무의미한 행위라 언급하고 있으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그가 했다는 말을 천천히 읽으며 다시 곱씹어보자. 스스로를 대입시켜 본다면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오마에 겐이치가 제시한 인간을 바꾸는 방법 3가지를 따로 떼어내 함수 관계나 선후 관계를 따져보자면 ‘사는 곳을 바꾸는 것’이 다른 것에 우선하겠다는 점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시간을 달리 쓴다고 해서 사는 곳이 바뀌지는 않으며, 새로 사람을 사귄다 해서 사는 곳이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사는 곳을 바꿔야 새로운 사람을 사귈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간을 달리 쓸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바뀌기를 원하거나 다른 이에게 삶을 바꾸라 권고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사는 곳을 바꾸는 것’이 첩경일 것이라는 말과 다름 아닐 것이다. 이민을 갈 수도 있고, 답답하고 복잡한 도회지를 떠나 자연에 나를 맡기고 그 섭리에 의탁하는 새로운 생산의 삶인 귀농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일상이 놓일 지리적 위치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움직인 곳의 거처가 여전히 ‘아파트’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가의 울타리를 넘거나 전혀 다른 풍경과 생산 방식이 작동하는 사회에 터를 두고 그동안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새로 꾸릴 요량이더라도 매일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고 누적되는 ‘아파트’가 몸을 누일 거처라면 작심하고 떠나온 곳의 삶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겠다. 레디-메이드 인생일 가능성이 높고 인간이 바뀔 개연성도 여전히 봉쇄될 것이 분명하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가 이유 없이 권태를 느끼는 것처럼. 책에서 인용한 글을 현실적이고 다분히 한국적인 상황으로 달리 해석하자면 결국은 장삼이사의 보편적 도시주택으로 불리는 ‘아파트’를 떠나 다른 집으로 거처를 바꾸는 것이 곧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일 수 있겠다. 그래야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이어가게 되고 그로 인해 사람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일까.

 

아파트 권태 증후군

 

‘아파트’에서의 일상은 누구에게나 큰 차이가 없다. 오죽했으면 ‘인간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이외수, <감성사전>)이라고 했을까. 그 안에서 아이들은 ‘22평 친구들’(박민규, <비치보이스>)을 사귀고 부모들은 ‘아파트 평수와 자녀의 석차를 삶의 목표로 삼는 닫힌 사회’(정운찬, ‘국무총리 취임사’에서)에 기꺼이 편입되어 ‘무리지음과 서열화의 정치학’(이영미, <광화문 연가>)을 배우고 익혀 ‘십 억짜리 아파트에 살며 이십억이 안 되니까 안심할 수 없다 엄살떠는 중산층 환자들’(이지민, <타파웨어에 대한 명상>)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아이들 과외공부 시켜 대학까지 보내놓고 나서 빚 없이 강남의 오십 평 아파트에 산다면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박완서, <마흔아홉 살>)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삶을 살아낼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도리질을 해도 정밀하게 짜여 쉼 없이 돌아가는 아파트단지에서의 일상 회로를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파트’에 살다 보면 전혀 의도한 적이 없는데 뜬금없이 괴이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살 것인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평일은 평일대로 주말과 휴일은 또 나름의 반복된 규칙이 일상으로 굳어진 습속을 되풀이하다보면 삶에 대한 회의나 권태가 생각이나 행동에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증상은 감지되었지만 원인을 도무지 찾을 수 없고 당연히 치유 방법도 난감할 뿐이다. 일컬어 ‘아파트 권태 증후군’인 것이다. ‘풍뎅이처럼 저마다 제 영역에서만 영일 없이 푸드덕 거리는 요상한 시절에다 또 그렇게 살아가도록 짜인 생업’(김원우, <모서리에서의 인생독본>) 때문에 빚어지는 마음의 상처가 아닐까.

 

이런 점에서 최근 대중들의 관심이 ‘건축’에 쏠리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서 열광에 가까운 ‘집짓기’에 관한 관심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생경한 것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이나 집짓기에 관한 예능 프로그램의 공중파 방영, 일간지를 통한 연속 기획 기사 마련과 서점가에서 전례 없이 지속되는 집짓기 신간의 출간과 관련 서적의 판매 약진 등은 크게 보아 아파트 권태로부터 불거진 일종의 욕망 분출이거나 아파트 권태 증후군에 대한 치유 방식의 서막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두 남자의 집짓기>는 누적된 아파트 권태 증후군의 새로운 돌파구 구실을 톡톡히 했다.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의 삶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제법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머뭇대는 이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준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위 ‘땅콩집’을 통해 ‘살 곳을 바꾼’ 이들은 베이비부머들과는 전혀 다른 사회경제적 환경과 도시문화적 상황을 경험하고 생산한 세대라는 것이다. 그들은 어두운 ‘다방’이 아닌 안팎이 공존하는 ‘카페’ 문화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며 탁 트인 열린 공간에서 담요를 깔거나 걸치는 일에 익숙한 ‘담요문화’ 세대이다. 아파트와 아파트단지의 절대적 폐쇄를 열린 카페의 개방감으로 치유하고 땅집으로 의식을 확장한 세대이다. 게다가 그들은 주택의 절대적 부족과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앙등으로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현실 세계에서 알아차린 세대이다. 아파트 되팔기를 통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도, 능력도 없거니와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 시절이 되었음을 이미 몸으로 느낀 세대이다. 그러니 ‘팔기 위해 집을 살’ 까닭이 없고, ‘아파트 권태 증후군’을 스스로 진단하고 ‘아이들에게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살 곳을 바꾼다’는 치유의 방식을 깨달은 의지가 충만한 세대인 것이다.

 

아파트와 바꾼 집

 

<아파트와 바꾼 집>을 통해 알려지게 된 ‘살구나무집’은 베이비부머들의 단독주택이다. ‘땅콩집’이 하나의 필지에 두 집이 마당을 함께 쓰며 각자의 집은 수직으로 쌓아 붙여 사는 집인 반면에 ‘살구나무집’은 각각의 땅에 서로의 집을 따로 지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 없는, 흔히 알고 있는 단독주택이다. 다만 다른 단독주택에 비해 다른 점이 있다면 살구나무 윗집과 살구나무 아랫집으로 불리는 두 집의 터가 남북 방향으로 붙어 있고, 건축주가 20년 지기여서 두 집 사이에 경계는 갖추되 트인 풍경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침 집 터 바깥의 공원부지에 100년은 족힌 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커다란 살구나무가 있어 자연스럽게 살구나무를 경계로 윗집과 아랫집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된 집이다.

 

두 집의 남자는 동갑이고 오랜 친구다. 하는 일도 같고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분야도 비슷해 많은 생각이나 주장을 공유하는 사이다. 그동안의 삶이 판에 박은 듯 똑같지는 않지만 집에 관한 한 서로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궤적을 걸어왔다. 그러니 그들이 ‘아파트’를 소유하게 된 방식 역시 다른 베이비부머들과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결혼 후 부모의 경제적 보탬 없이 전세로 시작하여 내 집 마련에 온 힘을 쏟아 스스로의 힘으로 아파트를 마련했고, 여러 가지 처지와 상황에 따라 집을 늘리면서 팔고 사기를 거듭해 각각 경기도 분당과 서울 중계동의 40평형대 아파트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베이비부머들과 조금 다를 것을 꼽으라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아파트를 떠나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사는 곳을 옮겼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아파트 권태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서둘러 사는 곳을 바꾼 것이다. 둘은 운 좋게도 서로 붙은 터를 따로 구입해 같은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건축가가 추천한 시공자를 통해 집을 지어 거의 동시에 새 집으로 이사해 서로 곁을 주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우리 역시 오랜 아파트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살아왔던 아파트에 만족한 적은 없었다. 집이 좁아서도 아니고 직장과의 거리가 문제가 된 적도 거의 없었다. 크기를 늘리거나 이사를 반복해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이건 아니지 싶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더 늦기 전에 ‘사는 곳을 바꾸는’ 일에 윗집 친구가 먼저 나섰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기분으로 아랫집이 뒤를 따랐다. 다행인 것은 우리 둘 모두 건축학과 교수로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집짓기에 대해 사전 지식이 제법 있었고 주변의 도움이나 조언을 힘들이지 않고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건축학과 교수인데 설계를 다른 건축가에게 왜 의뢰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가 있었고, 돈을 많이 벌었으니 집을 짓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빈정거림과 더불어 나이가 들면 오히려 도심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왜 밖으로 나가느냐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점잖은 조언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강단이나 연구실 책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장의 다양한 실제를 집을 지으며 직접 몸으로 습득할 수 있었으며 집을 짓기 전부터 새 집으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 주거건축 전문가로서 가질법한 모든 의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며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기를 거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값진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눠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좋은 집 짓기가 대중적인 사회운동으로 번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집짓기 과정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아야 하고, 확인된 쟁점이나 진실에 대해 여과 없이 알려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마침 출판사에서도 우리들의 뜻을 흔쾌히 받아주었고, 집짓기의 모든 것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기록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기로 한 것이다. <아파트와 바꾼 집>이다.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아파트와 바꾼 집>은 ‘좋은 집’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의도한 책이다. 살구나무집을 지으면서 분명한 답을 얻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 궁리를 거듭할 수 있었고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럴 것이라 여겼던 어렴풋한 추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분명한 논거를 가질 수 있었고, 저잣거리의 소문이 만들어낸 가공된 진실에 대해 증거를 들이대면서 핏대를 높일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돈의 문제에 대해서는 1원 단위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고스란히 밝혀 아파트와 비교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파트는 나쁜 집이고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야말로 좋은 집이라는 순진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경계하였다. 아파트건 단독주택이건 좋은 집이 많이 만들어져야 삶이 풍요롭다는 공동선에 대해 일갈한 것에 불과하다.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지만.

 

흥미로운 주장은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제법 정리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집이란 누구나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철학자들의 귀한 글귀를 주워섬길 것도 없다. 그저 사는 이들에게 마음의 풍요를 주고 한 곳에 오래 머물도록 권하는 일상의 공간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두고 살구나무집을 지으며 우리가 공감한 좋은 집이란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지은 건실하고 품격 갖춘 집’이다.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비싸지 않은 집’이다.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지을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수준이라니?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리라. 보통 수준이라면 말 그대로 중간 수준이다. 집장사집의 통상 공사비와 건축가들의 작품주택에 드는 공사비의 중간을 이른다. 여러 가지 자료를 살피고 들여다본 결과 흔히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집장사 집에 드는 평당 공사비의 150% 이상이고, 유명건축가들의 작품주택에 드는 비용의 70% 정도라면 보통 수준으로 얘기할 수 있고, 국토해양부에서 매년 고시하는 고급 연립주택이나 테라스 하우스의 평당 건축공사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야 아파트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냉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집’이다. 흔히 얘기하는 실용적인 집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로(結露), 누수(漏水)로 대표되는 각종 하자(瑕疵)와 부실한 설계에서 비롯되는 매일 매일의 고달픔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심한 설계와 꼼꼼한 시공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가져야 할 기초적인 생각은 외벽의 총량을 줄이고 여닫거나 들고 나는 창호를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에너지 손실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세 번째는 ‘솜씨 있고 진지한 건축가가 설계한 품격을 갖춘 집’이다.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이 반드시 품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저렴한 비용이 남루함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초가집이 검박하지만 남루하지 않은 것처럼, 백자항아리가 질박하지만 추레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품격의 필요조건은 어울림이고 어울림의 필요조건은 편안함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형태와 쓰임직한 곳에 쓰임직한 재료를 선택해 사용하는 일이다. 이는 설계의 핵심이므로 진지한 건축가들을 만나는 것이 상책이다. 집 지을 사람이 쏟는 정성의 일부만 헐어내 진지한 건축가를 찾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당연히 설계비가 지불되어야 한다.

 

마지막은 ‘기꺼이 동네에 배경이 되는 집’이다. 다시 말해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는 집이라야 좋은 집이라는 역설 아닌 역설이다. 내 집이 소중한 것처럼 이웃들의 집도 내 집 이상의 소중한 개인 자산이며 더불어 보듬어야 할 공동의 동네 자산이다. 스스로 나서기를 꺼려하는 집이라야 싫증이 나지 않을뿐더러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기억과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집이다. 그래야 오래 머물 수 있다. 이를 위해 배려와 물러섬의 집짓기가 되어야 한다. 집 앞의 길을 걷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이웃집의 풍경과 일상에 대해 배려하는 집이 좋은 집이다.

 

살구나무집 이야기, 그 후

 

‘살구나무집’으로 사는 곳을 바꾼 지 어느 덧 1년 반이 되었다. <아파트와 바꾼 집>에서는 새 집에서의 생활 9개월의 변화를 담았지만 그 뒤에 일어난 변화는 더욱 흥미롭다. 집 앞 도로의 눈 치우기에서 시작된 어른들의 안면 트기와 오가기가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번져 그들은 스스럼없는 동네친구가 되었고, 지난달에는 아이들 몇이 어울려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주말의 한가한 시간이면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으며 강아지들도 덩달아 내남을 가리지 않고 이웃을 따라 나선다. 야생화 기르기의 노하우를 넌지시 건네기도 하고 이웃집 일에 힘을 보태거나 솜씨를 나누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음식을 나누거나 식재료를 공동 구매하는 일 역시 별스러울 것이 없는 동네 생활이 된 지 오래다.

 

마당의 꽃이며 나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기 위해 주말 오후가 되면 느린 걸음으로 윗집이나 옆집으로 나다니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으며,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도와 달라 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마당에 놓을 나무 의자를 함께 만들어 나누기도 했고 늦은 밤 혼자 즐기기에 아까운 뒷마당의 꽃향기를 함께 나누고자 이웃들에게 방문을 청하기도 한다. 마당일에 필요한 장비나 공구는 편안하게 빌려 쓰고 돌려주는 일이 이웃 사이의 규범이자 상식이 되었으며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버리기에 앞서 이웃에게 소용될 것인지를 먼저 묻곤 한다.

 

아파트 권태 증후군은 봄 눈 녹듯 치유되었다. 아파트 시세 등락 소식에 웃거나 찡그리는 일도 사라졌다. 아이들은 서둘러 귀가하여 시간의 변화가 만들어주는 세상의 변화에 기꺼이 탄성으로 참여한다. 아침에 일어나 편안한 차림으로 신문을 가져와 마당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해가 들지 않은 마당에 시원하게 물대기를 하는 풍경이 제법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이웃과 말을 건네고 인사를 나누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사는 곳을 바꾸니 새로운 사람을 사귀게 되었고, 시간을 달리 쓰게 되었다. (출처 : <Esquire> 2012년 7월호, 156~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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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의 마지막에 쓴 것처럼 주말인 토요일 저녁 해가 넘어가기 무섭게 마당의 나무와 각종 야생화에 물을 주며 며칠 동안의 풍경 변화를 사진으로 담아두었고, 담장 너머 집 옆 텃밭의 고구마와 가지, 고추, 땅콩밭도 가뭄에 시무룩한 표정이어서 담장 너머로 시원하게 물을 대니 속이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본격적인 여름이고 폭염이 계속된다는 소식에 사흘에 한 번 꼴로 마당에 물을 대지만 지독한 가뭄 때문인지 물을 주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흙이 바짝 마르는 지경이다. 농사짓는 분들의 심정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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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2.05.15 14:21

5월 중순에 들어서며 마당의 온갖 나무와 초화류가 마치 동물성으로 변이된 것처럼 매일이 다른 풍경이다. 이웃들도 서로의 집을 오가며 무엇이 어떻게 표정을 바꾸었는지를 설명하고 구경하느라 휴일의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살구나무 아랫집도 다르지 않아 부실한 살구가 서재마당을 그득 채우며 떨어지고 식구들의 마음을 졸였던 감나무는 제법이지 싶게 감꽃 피우기에 열중이다.

 

 

이맘 때쯤이면 으레 그러하듯 아내는 몇 가지 청을 해 왔다. 그동안 배롱나무 아래를 마치 고리 모양으로 감싸고 있던 영산홍을 마당의 한켠으로 모으고 그 자리에 키가 크지 않은 야생화를 심고 싶다는 것이 그 가운데 하나이고, 아랫집과 윗집을 잇는 계단참 언저리의 남천을 안마당으로 옮기고 그곳에도 꽃을 피우는 병꽃을 심고 싶다는 것이었다. 기왕에 휴일이고 집에서 보내기에는 많은 시간이어서 그렇게 하자 동의하고 큰아이와 더불어 죽전의 야생화 농원을 찾아 말발도리(사실 아내가 좋아하는 야생화)와 낮달맞이(분홍달맞이)를 제법 많이 구해 영산홍을 옆으로 밀어내 생긴 자리에 그득하게 심었다. 윗집 식구들도 아랫집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다면서 집을 찾아오기도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마당에서 차를 마시는 도중에 아내의 청이 이어졌다. 돌아오는 수요일 쯤에 뒷마당 계단참의 남천을 모두 뽑아 한식담장 아래의 남천 무리에 같이 옮겨 심고 그 자리에 병꽃을 심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계속 찜찜한 곳이어서 이 일만 마무리되면 올해 여름맞이 마당가꾸기의 대미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큰아이가 따라 나섰고 이웃집 아이도 덩달아 양재동 구경에 따라나선다 하여 서둘러 양재동 화훼시장에 들러 병꽃무리와 수호초 다섯 포트를 새로 구해 왔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아내는 경사마당의 작은 불두화를 뒷마당과 안마당으로 옮겨 심었고, 남천도 모두 옮겨 자리를 바워둔 상황이었다. 이미 해는 서산을 넘고 이웃집에서 준비하는 동네 저녁모임이 준비되는 중이었다. 서둘러 병꽃을 남천이 있던 자리에 빼곡하게 밀식하니 윗집 친구가 카메라를 들고 나와 우리집 세 식구가 병꽃을 심는 모습을 담았고 뒷정리를 마치니 바로 저녁시간이 되어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웃집에서 준비한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날이 제법 따뜻했지만 해가 진 시간에는 아직도 냉기가 제법이었고, 밤이 늦도록 즐겁고 유쾌한 얘기가 이어졌으며, 이웃집의 안마당과 뒷마당을 오가며 봄 풍경과 향기에 취할 수 있었다.

 

 

 

이제 봄맞이 마당가꾸기 시즌이 마무리되는 시기인지 요즘의 야생화 농원은 여름꽃 준비가 한창이다. 일주일 전에는 보지 못했던 야생화가 새롭게 등장하였고, 이미 꽃을 피워 이제 한 해 뒤에나 꽃을 볼 수 있는 것들은 헐한 가격에 판매되는 모습이다. 병꽃도 그 가운데 하나여서 온실에서 이미 만개한 경우는 다른 것들에 비해 제법 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그런 탓인지 남천이 있던 자리를 그득하게 메운 병꽃 다발은 들인 비용에 비해 식구들에게 주는 즐거움이 더욱 큰 듯 여겨진다.

 

 

 

늦은 밤에는 반가운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지난 1월에 교보문고 기술공학 부문의 베스트셀러 1위를 한 동안 차지했던 살구나무집 이야기인 <아파트와 바꾼 집>이 다시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이다. 출판사에 물어보니 특별한 이벤트를 벌인 것도 아니라는 대답이었는데 다시 네 달 만에 주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무슨 영문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 봄을 보내는 일을 모두 마친 셈이다.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바꾸면서 짙은 녹음과 밝은 햇빛을 줄 여름을 기다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곧 비가 온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다. 그렇게 여름은 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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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2.05.05 15:50

여름이라고 불러야 적당할 정도의 높은 기온과 그림 한 점 없는 하늘이 5월 5일의 주말을 선사하였다. 진딧물이 대문마당의 공조팝에 조금 보이는 듯해 서둘어 진딧물 약을 살포하고, 노곤한 점심을 맞았다. 늦봄은 하루가 달랐고, 어제와 오늘의 다른 풍경을 선사하였다. 대문 마당으로부터 안마당에 이르기까지 늦봄의 살구나무 아랫집 풍경을 그림으로 담았다.

 

대문마당의 비비추와 며칠 전 꽃을 피운 머위 그리고 무늬바위취의 군락

 

작년 고사한 산딸나무 대신 상록수를 하나 준비하자는 아내의 뜻에 따라 새로 옮긴 섬잣나무와 영산홍 그리고 공조팝과 주목 

 

경사마당의 지하수를 받는 돌확 주변의 비비추와 뱀딸기, 돌나물, 맥문동과 바위채송화

 

소담스럽게 자란 백리향과 불두화와 황금조팝

 

대문 안 오름계단의 참에 이어 붙은 야생화마당의 양지꽃 등

 

 이제 서서히 과육을 키우고 있는 앵도나무

 

서재 앞 비밀의 정원. 매발톱, 아주가, 무스카리, 분홍주름잎, 은초롱꽃, 아기별꽃, 두릅 등

 

큰 아이와 애써 만든 흙막이목책과 산수국

 

뒷마당을 돌아 안마당으로 이르는 구석의 줄사철

 

윗집 트임난간 앞에 새로 심은 황매화와 일년이 자라 울창함을 뽐내는 찔레

 

감나무 아래 화관처럼 고리 모양을 이룬 꽃잔디

 

화살나무 세 그루와 외로운 모습으로 자리를 차지한 상사화

 

한식담장 남측을 오르는 인동덩굴과 줄사철의 건강한 모습

 

안마당의 늦봄 손님 공조팝

 

안마당의 귀공자인 배롱나무와 영산홍 고리

 

담장 너머 동네풍경에 보탬이 되로독 의도한 대문마당의 공조팝

 

붉은 꽃잎을 떨구는 명자나무와 이제 막 봉오리를 올리는 미스김 라일락. 무성하게 잎을 키우는 장미

 

가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감나무

 

마당에 나름의 그늘을 드리우는 공작단풍

 

경희대학교 온영태 선생님 농장에서 가져온 산사나무, 산딸나무 묘목들의 건강한 모습들. 그리고 중간의 매화

 

뒷마당에서 동측 모서리를 돌아 안마당으로 이르는 과정에서의 마당 모습

 

집 밖으로 나서기 위해 현관을 열면 맞딱들이는 고목 살구나무

 

봄 절기 내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매발톱

 

귀여운 모습에 늘 웃음짓게 하는 은방울꽃의 가녀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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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생각2012.04.18 16:32

지난 주 동녘출판사로부터 <아파트와 바꾼 집> 5쇄 인쇄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을 지은이로서 더불어 기쁜 일이라고 답을 보내고 책이 세상에 나온 뒤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를 되새김해 보았다. 책 출간 이후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생각나는대로 하나씩 작은 노크에 적어보기도 했다. 출판사와 더불어 책에 담긴 속살을 대중들에게 전하느라 분주한 일상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대형서점의 횡포 내지는 독단에 여러 번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지은이들이 건축학과 교수여서 그들이 만든 책은 당연히 '기술공학'으로 분류한다는 것이어서 그렇지 않음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5쇄를 인쇄한다니 세상에 돌아다닐 책은 모두 6,000권이 되는 셈이다. 초판 2,000권이 2011년 12월 20일에 나왔으니 매월 한 차례씩 1,000권의 책을 더 찍으면서 쇄수를 거듭한 셈이다. 물론 4개월 만에 5쇄를 찍었다는 일은 수험서와 실용서, 소설이나 정치평론, 드라마로 만들어진 원작 등을 제외하고 "건축"이나 "집 짓기" 등의 분야 (사실 <아파트와 바꾼 집>의 분류는 대형 서점마다 제각각이어서 기술과학, 대중예술, 가정생활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분류되었다) 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5쇄 인쇄한다는 소식을 트위터로 전하자 여러 사람들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온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책이 나오기 전부터 '살구나무집' 짓기 소식을 알게 된 잡지사들로부터 받은 청탁원고도 있었고, 책이 나온 뒤 강연을 해 달라거나 방송에 출연해 달라는 청을 가려 움직이기는 했지만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한 번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청탁원고 : <한겨레 21>, <국토연구>

여성잡지 : <우먼센스>, <여성동아>, <행복이 가득한 집>, <리빙센스>

남성잡지 : <Esquire>

종합잡지 : <바자>

인터넷 잡지 : 프랑스 인터넷잡지 <Le courrier de l'architecte>

건축잡지 : <와이드>, <건축가>, <건축문화>

주택 전문 잡지 : <전원주택 라이프>, <주택저널>

방송(공중파 및 유선) : <MBC 시사매거진 2580>, <KBS TV특강>, <토마토 TV>

중앙일간지(서평/인터뷰 포함) :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출판전문지 : <월간 비읍>

인터넷 연재 : <채널 yes>

라디오 : <SBS 책하고 놀자>

초청강연 : <새건협 HAU Lecture 2452>, <토탈미술관>, <북카페 산새>, <부암동 국민대 동문 모임>, <이화여대>

               <참여연대>, <LH 공사 도시건축연구회>, <파주 중앙도서관>

 

거칠게 잡아봐도 거의 서른 건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알림 내용이 꼽혔다. 참 많이도 바쁘게 움직였다는 생각이지만 이런 알림의 기회도 필자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쓴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책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시간에 다른 글을 또 책으로 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 시스템과 태도로 귀결된다. 책을 쓰고 만들어 유통시키는 행위는 지식산업이고, 지식산업이란 결국 사회의 인프라를 강고하게 하는 일이다.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누구나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의 적극적인 책임의식과 실천이 지식산업을 살찌우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공도서관의 획기적인 태도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공공도서관과 대학(나아가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도서관이 적극적인 도서구입 의지를 내 보이고 실천에 옮길 때 사회가 건강해지고, 필자들의 붓놀림이 바빠지는 것이다. 좋은 책을 가릴 주체는 당연히 독자이고. 그런 독자들이 넘쳐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이며 문명사회라는 점에 퉁을 놓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지식이 축적되는 사회, 지식이 소비되고 유통되는 사회야말로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공공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식산업은 구호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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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2.04.13 19:13

이른 퇴근으로 인해 여유로운 금요일 오후를 맞았다. 집 안에서 빈둥대는 일도 객쩍고 무언가 한두 시간 안에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궁리하다가 안마당의 감나무와 배롱나무 가지치기를 생각해냈다. 이웃집에서 사다리를 빌려 계단을 올라 마당에 세워놓고 장갑과 전지가위를 준비해 나무 밑에 서니 아내가 따라 따라나와 보배운 것 없는 경험과 초보 지식으로 가지치기를 시작했다. 감나무는 이미 잎을 틔우기 시작해 몇 가닥의 죽은 가지를 가볍게 잘라내는 것으로 그치고 배롱나무의 끄트머리 가지를 빙 돌아가며 잘라내니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잘라낸 것들은 가늘고 마른 것들이어서 바비큐 그릴을 마당 한복판에 놓고 얼기설기 잔가지를 올려 불을 당김으로써 삽시간에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전지가위와 사다리 등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뒷마당을 돌아 현관으로 나오는데 눈앞에 깜짝 놀랄만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침 출근 시간까지도 몇 송이를 제외하곤 꽃을 피우지 않았던 살구나무가 흰 무늬를 곁들인 연분홍의 뭉치를 이룬 것이었다. 본격적인 개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였다. 어스름 저녁시간이 와서인지 이름 모를 새들이 서로 자리 다툼을 하느라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줄기를 따라 옹기종기 달린 꽃망울이 모두 개화한 것은 아니지만 자칫 시간을 기다리다가 봄비라도 한 차례 지나가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풍경이기에 휴대폰을 꺼내 이리저리 오가며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리고는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처럼 아예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 신고 서측의 문강공 김세필 묘역으로 올라 사진 촬영을 계속하였다. 날이 궂어 푸른 하늘과 연분홍의 살구꽃이 따듯한 대비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작년 이맘때 즐겼던 풍경과 유사한 풍경이 눈앞에 전개되어 있다.

 

마침 이웃집 아주머니도 살구꽃 관상을 해야 한다며 집으로 드셨고, 아내는 꽃놀이 기분이라도 내려는 듯 차와 빵 몇 조각을 서재마당으로 내 왔다. 모두들 작년의 경험을 떠올리는 듯 주말 낮 시간에 동네 몇 집이라도 시간이 되는 집 식구들이 모여 살구나무 꽃그늘 아래서 차와 쿠키를 곁들여 잔치를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는 마침 오늘이 주말로 이어지는 금요일 오후라는 사실에 모두 안도하는 느낌이었다. 서재마당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는지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큰아이도 2층 제 방의 창을 열고 살구나무 풍경을 바라보며 봄을 만끽하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사진을 컴퓨터에 올려 놓고 보니 며칠 전 큰아이 방 앞 데크에 새롭게 마련한 붉은 색 파라솔이 조금 높다는 느낌이 든다. 앙증맞은 크기의 2인용 테이블에 맞는 가장 작은 크기의 파라솔인데 키가 조금 껑충해 보이는 느낌이다. 파라솔을 지지하는 봉이 마침 목재로 된 것이니 몇 번의 톱질이면 알맞은 높이로 잘라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봄은 확실한 모양이다. 지난 주부터 시작된 마당일과 야생화 심기, 그리고 몇 그루 되지 않는 마당의 나무들 전지작업 등의 일 때문에 하루가 바삐 돌아가기 때문이다. 덕분에 낮잠을 잘 기회는 없지만 밤잠이 달콤하다.

 

 

 

그리고 출판문화잡지 'ㅂ(비읍)'의 2012년 4월호 표지모델이 된 살구나무 아랫집 창으로 드는 햇살도 봄 풍경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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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2.04.05 19:50

하루 종일 학교에서 밀린 책 읽기를 하던 중에 건축가 조남호선생으로로부터 메일이 도착되었다. 프랑스 건축사 자격을 갖추고 현지의 인터넷 건축저널에 도움을 주며 일하고 있는 배은숙이라는 분이 얼마 전 살구나무집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해 기꺼이 응했더니 현지시간으로 4월 4일 밤 9시 경에 관련 기사가 Le courrier de l'architecte("건축가의 편지" 정도로 번역이 가능할 듯) 국제판에 실렸다고 알려왔으며, 해당 웹사이트를 하이퍼 링크로 보내주었다는 소식이다. 조남호 선생에게 잘 된 일이라고 글을 써 보냈고, 더불어 기쁜 마음이라고 성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Le courrier de l'architecte 바로 가기 : http://www.lecourrierdelarchitecte.com/article_3030

조남호 선생은 반은 농담으로 ‘첫 해외 나들이^^’ 라면서 즐거운 마음이라고 전해왔다. 좋은 일이고 건축가에게는 잘 된 일이다. 마당이 있는 집,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건축가와 더불어 실용과 품격을 두루 갖춘 집을 짓는 일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가벼운 기대 정도를 가지고 <아파트와 바꾼 집>을 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갈증을 해소하는데 조금은 보탬이 된듯하여 더불어 즐거운 심정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이 땅의 많은 건축가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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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