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_을 펴내며2011.12.10 20:38

“글은 경험에서 시작되지만 근본적으로 변형 욕구와 과장 욕구의 지배를 받는 것”박금산, 《아일랜드 식탁》, 민음사, 2011이라는 말은 이 글을 쓰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며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한 꼭지 글을 채울 때마다 마치 자식 얘기를 남에게 전하는 것처럼 허물은 에둘러 피해 가면서 기억에 남아 있는 행복했던 순간들만 침을 튀겨가며 떠들어 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반복하곤 했다.

이 책은 ‘집짓기 이야기’다. 서점에 나가면 발에 밟힐 정도로 많은 내 집 짓기 이야기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고 알량한 경험지식을 바탕으로 집짓기 과정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과장과 변형으로 풀어 낸 딴 사람들의 먼 나라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집짓기의 경험을 글로 풀어 책으로 묶은 데에는 나름의 생각과 이유가 있었다. 아파트는 나쁜 집이고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야말로 이상적인 집이라는 순진한 이분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쁜 집이 온 도시를 덮고 있는 현실은 이 땅의 집짓기가 무언가를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 정작 고쳐야 할 것은 아파트보다도 단독주택이 먼저라는 생각, 아파트 탈출을 실현시켜 줄 집짓기가 늘어야 한다는 생각…. 이런저런 생각들을 집짓는 동안 스스로 확인하고 실천하고 싶었다. 그 확인과 실천 과정이 제법 얘깃거리가 되어 보였다.

우리는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건축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축학과 교수다. 가끔씩은 전문가들이나 일반 대중을 앞에 놓고 아파트는 이래서 문제이고 집다우려면 이래야 한다고 꽤나 거드름을 피우면서 일갈하곤 하기도 한다. 그런 때문인지 우리는 ‘아파트 전문가’로 통한다. 아마도 ‘이 시대의 주거 = 아파트’라는 등식 때문일 것이다. 소위 ‘아파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위아래로 붙은 땅을 구해 집을 따로 또 같이 지어 아파트 생활을 청산했으니 특별한 곡절이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이를 책 쓰기의 동기로 삼았다.

그 곡절이란 것이 다른 이들과 대개는 비슷할 터이지만 ‘주거건축 전공자’로서 조금 별다른 구석도 있었다. 우선은 생활공간의 형식이 아파트로 편중되어 있는 우리 주거 풍토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내 집 짓기’라는 구체적 실천 속에서 얘기하고 싶었다. 아파트가 아닌 주거유형을 많은 사람들이 선택 가능한 것으로 보편화시키는 일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그런 대의적인 목적으로 집짓기를 맘먹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집짓기를 시작하자 그것은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자연히 집을 짓는 과정은 그동안 머릿속에서 맴돌던 집짓기에 관한 많은 의문들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되었다. 집짓기 예산에서부터 입주 후 관리비까지 모든 내용들을 단독주택을 짓고 살아 본 경험치를 가지고 아파트와 비교하고 확인하고 싶었다.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긴 것은 소위 ‘작품주택’과 ‘집장사 집’으로만 나뉘어 소비되고 유통되는 집짓기의 양극화 현실 속에서 양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보통의 집’ 혹은 ‘좋은 집’을 짓는 일이다.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좋은 살림집에 대한 인식 확산과 좋은 집짓기 붐을 일으키고 싶었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을가다듬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일정한 의미를 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니 이 책은 ‘좋은 집 짓기 확산을 바라면서 쓴 좋은 집 짓기 도전 기록’이라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결국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의 이주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내 집 짓기를 통해 확인하고 검증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의 주거문화 진단쯤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책의 곳곳에는 집짓기와 직접 관련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크고 작은 쟁점들이 불쑥 등장하곤 한다. 가히 거대담론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주거건축 속내를 장삼이사의 집짓기로 담아내려니 필력이 달려 종종 장황해지곤 했지만 그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의 집짓기가 단순히 집을 짓는 일만이 아니라 사회를 짓는 일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는 일임을 말하려는 충심에서 비롯했음을 독자들이 양해해 주기를 바란다.

둘이 어울려 지은 ‘살구나무집’ 이야기를 책으로 꾸며 보고자 처음 마음먹은 때는 2009년 4월, 우리 둘이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에서 연구년을 함께 보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집지을 땅을 보러 다니며 어떤 땅이 좋은 땅인가를 의논하다가 마침내 건축가 조남호와 함께 두 곳의 후보지를 구경하러 가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집짓기와 관련해 틈틈이 메모해 둔 덕이다.

2011년 4월,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가 산 지 3개월쯤 지났을 때 도서출판 동녘으로부터 출간 제안서를 받았다. 이때는 건축가 이현욱과 《한겨레신문》구본준 기자가 어울려 ‘땅콩집’ 지은 얘기를 책으로 꾸린 《두 남자의 집짓기 -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도서출판 마티, 2011
가 출간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받던 때이기도 하다.

출간 제안서의 골자는 ‘아파트 전문가라는 호칭이 적합한 두 사람이 단독주택을 지어 산다는 다소 역설적인 점을 부각하여 단지형 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대별되는 우리 주거문화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는 것이었고, 책의 제목은 “두 아파트 전문가의 살구나무집 이야기” 정도로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 역시 우리의 집짓기 경험을 ‘한국 중산층이 아파트를 탈출해 보통 수준의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책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집짓기에 들어간 비용이 윗집과 아랫집 각각 11억 원과 8억 7천만 원으로 ‘땅콩집’에 비해 훨씬 큰돈이었지만 살고 있던 아파트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중산층의 집짓기’를 중심으로 책을 꾸리자는 데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2011년 4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별 종부세 부과 주택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정도의 비용을 들인 집은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할만한 것이었다. 경기도 분당과 서울 중계동에 4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가졌을 뿐인 우리가 대한민국 1%? 아파트 팔아 집지은 것뿐인데? 이 이상한 통계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이 너무 비싸서 전국 주택들 중 상위계층을 차지한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 이외에는 달리 동의할 길이 없었다. 이 사건은 한국의 부동산 현실에서 아파트 한 채의 시장가치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수도권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아파트 한 채면 단독주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책의 제목이 바로 《아파트와 바꾼 집》이다.


책은 크게 네 덩어리로 구성된다. “아파트와 바꾼 집”에서는 한국의 주거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는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으로의 이주가 갖는 의미를 주거건축 전문가의 시각으로 담아 보려고 했다.

“좋은 집 그리기-땅 마련부터 설계까지”에서는 우리가 왜 아파트단지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집지을 땅을 어떻게 보러 다니고 구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떤 연유로 건축가 조남호에게 건축설계를 의뢰하고 어떤 과정으로 우리 가족들의 바람을 설계도서에 녹여 내었는지를 담았다.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땅 보러 다니기의 여정이 아닐까 싶다.

“좋은 집 짓기-공사비 견적에서 준공 조경까지”에서는 건축가의 추천으로 만난 시공회사와의 거듭되는 공사비 산정 협의 과정에서부터 공사 계약, 그리고 약간의 행정절차를 수반하는 착공에서부터 준공 조경에 이르기까지의 현장 기록을 담았다. 정해진 예산과 욕심 사이의 갈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과 판단의 과정, 건축주-건축가-시공자의 토론과 합의 등이 잘 스미도록 애를 썼다. 집을 지으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인 “살구나무집 생활-겨울, 그리고 봄, 여름, 가을”에서는 ‘살구나무 윗집과 아랫집’으로 이름 붙인 새집에서의 생활 풍경과 주거비 문제를 담았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시샘할 만한 즐거운 얘기들도 담았지만 단독주택 입주 9개월 동안 아파트 생활과 비교할 때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
엇인지를 적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대목은 삶의 모습이나 풍경보다는 오히려 ‘단독주택의 생활비’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우리가 살던 분당과 서울 중계동 두 곳의 아파트 관리비와 살구나무집의 주거비를 비교한 두 집의 대차대조표를 달았다. 단독주택의 유지관리 노력과 소요 비용의 실제를 우리 스스로 검증해 보고 싶었다.

책의 중간 중간마다 ‘집짓기의 사회학’, ‘집짓기의 경제학’, ‘집짓기의 실용학’등의 이름에 번호를 매긴 필자들의 주장을 함께 담았다. 책 읽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들이 의도한 순수한 목적은 ‘과연 내 수중에 있는 예산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대체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건축가에게 설계를 어떻게 의뢰하지’ 따위의 집짓기에 앞선 크고 작은 독자들의 구체적 질문에 맞춤으로 답을 내기 위한 것이다. 독자들이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로 상황과 처지를 바꿔 따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뒤에는 에필로그와 함께 살구나무집을 설계한 건축가 조남호의 편지를 함께 담았다. 다양한 건축주를 만나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살구나무집의 설계를 의뢰한 우리는 매우 특별한 건축주였을 것이다. 평소 여러 가지 일로 만나면서 친분이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전공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다른 건축주들과 달리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이 더했을 것이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적지 않다. 빠듯한 예산 범위 내에서 좋은 집을 지으려는 각고의 노력으로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주)에스화이브의 김봉섭 사장에게도 우리는 거북한 건축주였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살구나무 위아랫집에서
박철수・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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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11.04 15:57

지난 주 MBC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 '시사매거진 2580'이라는 프로그램의 이번 주 일요일 방영 기획 가운데 ‘아파트를 떠난 사람들’이라는 꼭지를 기획하여 하는데 왜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다른 주거유형을 찾아 이탈하는지, 과연 앞으로 아파트 전성시대를 그칠 것인지 등을 묻고자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배경 이야기를 듣다 보니 최초 기획한 내용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꾸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몇 가지 조언을 건네자 당장 인터뷰를 하러 오겠다는 것이었다. MBC측과 전화를 한 때는 마침 판교의 공동주택을 답사하는 중이어서 별도로 날을 잡아 하자고 어르고 난 뒤 전문가 의견이라는 이름을 달고 대학 캠퍼스에서 MBC TV 기자와 만나 간단히 인터뷰를 한 것이 지난 화요일인 11월 1일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로 일상의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중 기자가 나더라 어느 사느냐는 질문을 건넸다. 오래도록 아파트에 살다가 지난 1월부터 친구와 함께 집을 지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고 하자 비용이며 생활이며 몇 가지를 따로 묻더니 직접 집으로 찾아가 그림도 몇 장 담고 이번에는 전문가가 아닌 아파트를 떠난 사람으로서 현장 인터뷰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 일은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윗집 친구와 함께 출연하는 것이 모양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잠정적으로 응했다.

그리고 기자와 카메라 부장 등이 죽전 살구나무집을 찾은 것이 바로 오늘 오전이었다. 윗집 친구에게 그 소식을 전한 것은 바로 어제. 늦은 밤 퇴근을 하며 윗집의 친구에게 그동안 있었던 얘기를 짧게 전한 뒤 둘이 함께 MBC측 사람들을 맞을 것을 권하자 그러마고 쾌히 응낙하여 두 이웃이 더불어 MBC의 시사매거진 프로그램 촬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두 어 가지 부탁을 먼저 건넸다. 하나는 이웃 사람들에게 폐가 없도록 그림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족들의 일상에 불편이 없도록 하되 식구들의 뜻에 따라 그들이 화면에 등장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내 집을 알리느라 이웃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면 안 될 것이며, 이와 함께 방송에 등장하기를 꺼리는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보기 위함이었다.

기족과 친구의 동의를 얻어 MBC측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오전 11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집에 도착한 기자와 카메라맨은 살구나무 위아래집을 화면 가득 담은 뒤 집에 들어와 우선 이곳저곳을 구경한 뒤 아랫집 마당과 윗집 2층 계단 등에서 몇 가지 필요한 사항을 묻고 우리가 답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기자는 아랫집의 주방이며 2층 아이들 공간의 화장대 등을 오가면서 아내와 큰아이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하였고, 두 사람이 큰 반대 없이 인터뷰와 촬영과정에 응해 무리 없이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그리고 촬영 중간중간에 우리들이 이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는 세 가지인데 하나는 건축가의 역할과 지혜가 집짓기에 우선해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 땅에서 실용적인 집짓기가 일종의 운동이 되었으면 한다는 뜻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이를 통해 아파트를 떠너려고 마음 먹은 시청자들에게 조언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11월 30일이면 세상에 나올  <아파트와 바꾼 집>을 통해 방송에서 미처 확인하거나 들여다보지 못했던 사항들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즉, 적절한 비용을 들여 건축설계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인 건축가의 지혜를 살 때 비로소 건강한 집, 실용적인 집,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는 집을 누릴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동녘출판사의 책 매출에 보탬을 준다는 것이었다.

마침 집을 찾은 기자는 그렇지 않아도 꼭지의 제목을 우리들이 펴내기로 한 책 제목이기도 한 ‘아파트와 바꾼 집’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해도 되느냐면서 허락을 요청하였다. 물론 이는 우리들이 쓴 책을 출간할 예정인 도서출판 동녘의 몫이기는 하지만 책의 내용 홍보를 위해서도 긍적적이라는 느낌에 따라 그리 해도 좋다고 허락하였다.

촬영을 마치고 학교로 늦은 등교를 하는 도중에 건축가 조남호와 시공자 김봉섭 그리고 출판기획자인 동녘의 이상희 부장에서 전화를 넣어 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짧게 설명한 뒤 이번 주 일요일인 11월 6일 밤 11시부터 TV를 통해 우리들의 인터뷰 내용과 살구나무집 그림이 방송될 것이니 시간이 되면 잊지 말고 봐 둘 것을 청하였다.

공중파를 이용한 방송국의 인터뷰를 끔으로 주간잡지 1건(한겨레 21), 건축전문잡지 3권(건축가, 건축문화, 와이드), 일반 교양종합지 1권(행복이 가득한 집) 등에 이어 공중파를 이용한 방송(MBC 시사매거진 2580)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매체가 살구나무집을 다루게 된 셈이었다. 건축가를 존중하는 사회가 바른 사회라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 나아가 위아랫집 친구들이 어울려 힘 주어 언급한 좋은 집 짓기 운동의 참뜻이 방송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방송이 예고된 일요일에 홈페이지에 오른 이미지를 동교 교수이신 황지은 선생님께서 캡쳐하여 이메일로 보내주셨다. 아직도 방송용 편집이 계속될 시간에 살구나무집과 '아파트와 바꾼 집'이 동시에 나오는 화면을 챙기느라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셨다는 후문에 감사를 드린다.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6.25 22:45

며칠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마당 꾸미기와 관련하여 벌어졌고, 주말이면 아침에 삽을 들고 밖으로 나서거나 혹은 나무시장에 들러 몇 가지 야생화나 묘목을 구입하는 것으로 저물녘에 비로소 집 안으로 들어와 팔다리를 놓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동안의 일이지만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아마도 5일마다 4일과 9일로 끝나는 날짜에 맞춰 서는 모란시장 나들이가 아닌가 싶다. 아내와 더불어 모란시장 나들이에 나선 날은 4월 24일. 마침 일요일에다가 봄의 한복판인 절기에 연 모란시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차장이 변변치 않은 터라 넓은 성남대로는 물론이고 외곽순환도로로 오르는 램프에까지 빼곡하게 찬 차량들과 이를 단속하는 경찰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풍경을 보면서 아내와 아이를 모란시장 입구에 내려준 뒤 멀리 길을 돌아 한참을 걸어야 하는 여유로운 농장 한복판에 차를 주차하고는 서둘러 시장을 찾았다.


하늘을 가리는 차양막을 내건 좌판마다 신기한 물건들이 그득하게 쌓였고, 다른 한 편에서는 속칭 먹자골목이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을 보면서 장터의 풍경을 만끽하고는 그 중간쯤에 자리 잡은 꽃과 묘목을 파는 좌판에 들어가 둥치가 제법 큰 명자나무와 가지가 균형있게 자리잡은 조선앵두 한 그루 그리고 자산홍 몇 그루를 구입했고, 각자 한 뭉치씩을 들고는 멀리 차를 세워놓은 자리까지 오느라 엄청남 고생을 했다. 집에 돌아온 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앵두나무를 심었고, 명자나무의 위치 잡기에 고심을 거듭하기도 하였다.

4월 28일 목요일 오후에는 진양교 선생께서 보내신 산딸나무가 대문 안 평지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기도 하였다. 나무를 가져온 분의 얘기로는 소나무를 적극 추천하였지만 우리 내외가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면서 산딸나무나 감나무를 원한다고 해 나무를 늦게 가져와 미안한 마음에서 자그마한 감나무 한 그루도 더 가져왔다는 것이다. 일단은 감나무를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오름계단 옆의 경사지 한 가운데에 심어 두었고, 다시 자리를 찾기로 하였다. 이제 대부분의 나무가 생각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서인지 그 다음 날 아내는 큰아이를 앞장 세워서 과천의 나무시장으로 다시 나섰고, 야생화 몇 가지와 자산홍, 눈주목, 회양목, 공조팝나무, 줄사철 등을 구입해 집 안팎을 오가면서 구석구석에 심으며 정성을 다하였고, 가지와 상추 등을 바로 마당에 심지 않고 올해는 텃밭가꾸기 연습을 한다는 이유에서 채소가꾸기 초심자들을 위한 용기를 사 와 마당 한 켠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던 야채들을 모두 용기 속으로 옮겨 심기도 하였다.


걱정스러운 일은 산딸나무를 옮겨 심어준 분의 얘기였는데, 마당 한 복판에 의연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있는, 지난 초겨울에 심은 배롱나무가 혹심한 추위의 겨울을 보내면서 혹시라도 동사를 했을 수도 있다는 언급이었다. 지난 해 추위에 앞서 자리를 잡자는 뜻에서 어렵게 구해 심은 나무건만 우리들의 정성을 외면하려는지 극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인데,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살아나기에 어렵겠다는 진단이었다. 전문가의 언급이니 무시할 수는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릴 수가 없다.


4월 28일 밤부터 4월 29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서울과 중부지방에는 큰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기 전 걱정스러운 마음에서 현관 밖의 서측 경사지를 오가기를 몇 번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4월 30일 토요일 아침의 풍경을 가관이었다. 경사지의 지하수가 갈 길을 찾지 못해서인지 콰이어 메쉬를 깔아놓은 정성도 무색하게 경사면의 토양이 상당 부분 흘러내렸고, 대충의 응급처리를 하고, 천막을 씌워 놓았지만 별다른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윗집의 P 교수 내외가 내려와 함께 걱정을 나누었고, 늦은 저녁에는 윗집에서 큰 비닐 천막을 가져와 씌워 두는 정도에서 마무리를 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일요일인 5월 1일. 이른 아침 부엌에서 바라본 서측 경사지 중간쯤에 심어두었던 감나무가 거의 1m 이상으로 밑으로 밀릴 정도로 토사가 흘렀고, 할 수 없이 건축가 조남호 선생에게 전화를 하니 점심시간 이후 직접 현장에 오겠노라는 것이었다. 조남호 선생을 기다릴 겸해서 시간을 보내자고 한 일은 동네 공사장에서 흙을 조금 실어와 정원용 상토와 섞어 안마당의 담장 근처에 두고는 필요할 때마다 퍼서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었고, P 교수가 나서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기도 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현장 사무소 근처에 보관되어 있는 리어카를 꺼내고 페인트를 담아 두었던 손잡이가 달린 통을 대여섯 개 확보한 뒤 다섯 번 정도 오가면서 흙을 실어 나르고 아내는 그 흙을 받아 정원용 상토와 적당한 비율로 섞은 뒤 담장을 따라 두는 일을 계속하였는데 그 일에 드는 노역이 보통이 아니었다.


다섯 번의 왕복을 통해 흙나르기 일을 끝내고 점심 식사 준비를 할 무렵 조남호 소장이 도착하였고 현장 상황을 보더니 에스화이브의 김봉섭 사장과 통화를 했고, 다음 주 화요일 정도부터 추가적인 보완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 보완작업은 유공관을 서측 경사지의 아래에 묻고 다시 그 위에 흙을 얹는 것인데, 이번 보완공사와 동시에 보일러실 연도 작업도 마무리하고 연도 재시공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서측 경사지 아래의 스테인리스 관과 박스도 모두 뜯어내는 등의 마무리 현장 작업을 함께 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현장에 대한 적당한 조언을 마친 뒤 조남호 선생과 P 교수 그리고 우리집 내외 등이 어울려 차를 한 잔 나누고는 조남호 선생은 집으로, P 교수는 화정의 부모님 댁으로 떠났고, 아내와 나는 기왕에 벌인 일을 마무리하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지난 번 반입한 잔디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모두 병이 생기거나 빛을 보지 못해 죽을 지도 모를 일이니 오늘 잔디를 모두 소진하자는 것이 아내의 의견이었다.

결국 하루 동안에 엄청난 일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제일 먼저 마당 곳곳에 느슨하게 심긴 떼를 모두 벗겨낸 뒤 뗏장 2개 정도가 들어가던 길이에 3개를 심는 방법으로 이전보다 훨씬 조밀하게 잔디를 다시 심는 작업이 진행된 것이었다. 뒷마당에 팽개쳐 두었던 잔디를 아내가 일하는 장소로 옮기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내고 다시 덮는 작업을 마친 아내는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였다.

잔디 새로 심기를 마친 뒤에는 서둘러 서측 경사지에 심었던 감나무를 안마당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건축가 조남호 선생이 떠나기 전에 어디에 심으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했고, 조남호 선생과 P 교수 모두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자리를 보아 두었던 까닭에 다른 경우와 달리 일처리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 잔디 옮겨심기에 녹초가 된 아내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서측 바깥마당으로 가 감나무를 뽑아내고 현장 정리를 깔끔하게 마친 뒤 아내를 불러 같이 안마당으로 감나무를 옮겨 건축가가 권고해 준 자리를 찾아 감나무에게 새 자리를 찾아 주었고, 마침 윗집의 P 교수 부인도 내려와 물을 주고, 흙을 채우는 등의 작업에 일손을 거들어 주었다. 전문가가 알려준 방법에 맞춰 구덩이를 파고, 영양분이 있는 상토와 흙을 적당히 섞어 곁을 채운 뒤 물을 충분하게 부은 뒤 다시 나무의 자리를 제대로 잡고 다시 흙을 채우는 작업을 반복하였고, 그 자리에서 튼실하게 열매를 맺을 것을 소망하였다.


일이 어느 정도 끝을 보일 때가 되었는데 아내는 다시 모종삽을 찾더니 며칠 동안 찜찜하게 생각하고 있던 일을 이번에 해치우겠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패랭이를 심은 간격이 아무래도 너무 좁은 것이 아닐까 염려되에 이들을 솎아낸 뒤 서측 마당(꽃비마당)의 언저리에 다시 심겠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영양분이 조금 있겠다 싶은 흙을 몇 삽 퍼 와 아내의 패랭이 솎아내고 다시 심기 작업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모종삽을 들고 옮겨 심기를 계속하면서 패랭이에게도, 잔디에게도, 감나무와 남천에게도 모두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얘기를 건냈다. 자기가 나서 자란 곳에서 멀리 떠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다가 드디어 마당을 가진 주인에게 몸을 의탁할 기회가 되었는데 나무심기와 꽃 가꾸기에 별로 경험이 없는 주인을 만나 하루가 멀다하고 자리를 바꾸는 통에 고즈넉하게 절기를 즐기기도 어렵고 자리를 잡아 뿌리를 내릴 기회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제는 나무나 화초의 자리를 옮기더라도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뒤에 행동으로 옮기자고 약속하기도 하였다.

한식담장 코너에 자리를 잡은 공작단풍은 태극단풍으로 불러야 옳을 듯한 표정으로 한 나무에서 홍단풍과 청던풍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각자의 방향과 색채로 성장하고 있고, 조금 느슨하게 띄워 심은 작약은 자그마한 꽃봉오리를 가지 끝으로 올리면서 봄을 지나고 있다. 조팝나무에는 가지마다 자그마한 꽃망울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으며, 금낭화가 만개하면서 그 뒤를 이어 매발톱이 꽃잎을 열기 시작하였다.

일을 어느 정도 마치니 벌써 해질녘이 되었다. 아내는 오늘 일도 많이 했고, 미세 황사도 심했다는데 바깥에서 일하느라 고생했으니 고기를 구워먹자면서 큰아이를 데리고 마트로 나섰고, 나는 시인의 말 그대로 ‘저문 강에 삽을 씻는 기분으로’ 집 안팎을 오가면서 뒷정리를 하며 하루의 일과를 마친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였다. 마침 오늘은 노동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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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1.06.21 15:58

먼저 약속한 것처럼 오전 9시 30분경에 조남호 선생이 김봉섭 소장과 함께 집을 찾았다. 커피와 과자로 간단히 대접을 한 뒤 바로 바깥마당으로 나가 연도 재시공 작업을 살펴보았다. 계단 하부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연도는 우선 금속박스에 배기를 하도록 하고, 혹시 생길지도 모를 액화현상으로 인한 물을 받아내기 위해 금속박스의 하부에 구멍을 내고, 이곳에서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밖으로 꺼내 자연스러운 배수가 되도록 한 뒤 박스의 윗부분에 조금 큰 구멍을 다시 만들어 이곳에서 직경이 상당한 스테인리스 관으로 보일러 가스가 나가도록 하는 것이 재시공의 골격이었다. 이렇게 나간 배기가스는 가급적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옹벽 방향으로 배기되도록 하되 배기 자체가 넓게 퍼지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배관의 마구리 부분 앞으로는 목재나 철제 그릴을 대서 자연스럽게 공기중으로 퍼져 나가는 방법으로 일을 마무리하자는 것이 그동안 건축가가 제안한 방안이며, 대체적으로 그 의견에 따라 현장에서의 작업이 며칠 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을 살핀 조남호 소장은 마침 스테인리스 배관과 금속 박스를 용접하는 장면을 보더니 배관의 방향을 좀 더 옹벽방향으로 틀기 위해 연통의 일부를 다시 절단할 것을 요청하고는 배기구 위에 설치된 금속판 위에 다시 목재 데크가 덮여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현재의 금속판 설치 높이를 2cm 정도 낮추어야 그 위에 목재널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장에서 직접 수정을 요청하였고, 작업은 건축가의 지시대로 진행되었다.


최종적인 모습을 미리 재단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건축가의 의견대로 보완공사가 진행되었고, 배기관 절단 후 용접을 마치자 이어서 배기박스에 방수처리를 위한 도막 방수가 김봉섭 소장과 서현석 주임에 의해 이루어졌고, 이제는 목재데크 설치와 그릴 매입작업, 그리고 경사지의 토사유실 방지를 위한 구배 다듬기 작업만이 서측 경사마당에 남은 셈이다.


한편 거실 동남측 모서리의 맨홀 물빠짐 기능 문제는 김봉섭 소장의 의견이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다름 아니라 현재의 맨홀이 중간 지점에 설치되어 다른 곳으로부터 물을 받아 모은 뒤 다시 또 다른 곳으로 내려보내는 곳이 아니라 단부맨홀로서 이 지점에서 낙수를 받아 모은 뒤 다음 맨홀로 이동시키는 것이므로 간단하게 공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즉, 현재 맨홀이 마침 조금 깊이 매립되어 있으므로 맨홀을 파서 하부를 흙 등으로 더욱 채운 뒤 조금 높게 재설치하면 그에 따라 이 맨홀로부터 분기하는 배수관도 출발점이 높아지므로 자연스럽게 배수효과와 기능이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간단하고도 명료한 제안으로 현장소장의 의견에 따라 가벼운 보완공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이 공사를 기왕에 한다면 거실 남측의 캐노피 부분의 물빠짐 현상도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의견을 구하자 그렇게 할 것으로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흔쾌하게 이 문제를 정리하겠노라 답하기도 하였다.

이어서 조남호 소장과 함께 아내와 내가 지난 주에 공을 들였던 마당의 수목 가치치기 결과를 둘러보았고, 지난 번 방문한 권춘희 선생이 조언을 했던 부분에 대해 정원용 상토도 구비하였고, 이 상토를 기존의 토양과 섞어 담장 안쪽 마당의 경계부에 화초를 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곳의 잔디를 벗겨내고 마사토 원래의 모양을 갖추었노라 했더니 이미 모든 준비가 잘 되었다면서 건축공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조경공사 내지는 조경자문을 본격적으로 하겠노라 약조하기도 하였다.


지난 주 일요일 몇 가지 공구를 구비해 아무런 전문지식 없이 시행한 배롱나무와 공작단풍의 가치치기 결과는 건축가와 시공자로부터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제 막 봄이 시작되었지만 가치 끝에서는 아직 아무런 신호도 없다는 내 말에 다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의 말을 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적지 않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잎사귀가 났다거나 꽃망울이 맺혔다는 등의 소식을 들으면 우리 마당의 나무들은 아직도 한 겨울의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일요일 이후 처음으로 밝은 낮시간에 마당에 나온 탓에 마당정리도 할 겸 요사이 며칠 동안 아내와 큰 아이가 합세해 옮겨 심은 묘목들의 모습도 볼 겸해서 이리 저리 둘러보니 비록 모양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아내와 큰아이가 꽤나 시간과 정성을 들였던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현관 안 단풍나무 밑둥에 둘러두었던 쥐똥나무가 서측 바깥마당의 공원경계 부위에 한 줄 더 심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현관 진입 마당에 심어 두었던 라일락 한 그루는 어느 새 안마당으로 옮겨져 원예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세 그루를 한 곳에 모아 심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라일락 무리를 중심으로 남북 방향으로 줄지어 산사나무와 산딸나무, 마가목 등의 묘목이 줄줄이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었는데, 이미 그곳에 심겨져 있던 것도 다시 뽑아 뿌리 근처에 정원용 상토를 채우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 아내의 설명이었다. 충주의 이오덕 학교에서 가져온 탱자나무 순과 찔레도 자리를 잡기는 하였다. 불안하지만.

자잘한 몇 가지 보완공사 가운데 오늘은 실내 벽체 페인트 공사를 마무리 짓는 날이다. 이틀 전부터 지난 겨울을 지내면서 자연적 현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목재 이음부위의 미세한 틀어짐과 석고보드가 만나는 지점의 마무리 터짐 현상, 석고보드가 만나 직각을 이루는 부위의 코너 비드 박리현상 등에 대해 종합적인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틈새 채우기 등이 모두 끝나고 마무리 사포질과 페인트가 이루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전에 신문지와 비닐 등을 거실 바닥에 깔고 시작한 보완공사는 점심식사 시간을 조금 넘기자 마무리되었고, 인자한 모습의 작업자가 친절한 인사와 함께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었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와서 또 보완을 할 것이라는 말을 건네는 것으로 모든 실내공사의 보완공정이 마무리되었다.


김봉섭 소장의 말로는 내일이면 모든 외부공사도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몇 가지 공정이 김소장의 말과는 달리 하루이틀씩 늘어졌었다는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다음 주 까지는 가야한다면서 아내가 현장소장에게 퉁을 놓기도 하였다.

집이 점점 안정 상태에 접어드는 느낌이다. 살구나무집으로 이사를 온 후 80여 일이 경과하였지만 그동안 혹독한 추위와 3월부터 시작된 보완공정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안정 상태라 부르기 곤란한 여건이 계속되었는데 건축가 조남호 선생의 말대로 한 1년은 살아야 집도, 사람도 안정을 찾게 된다는 말의 내용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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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1.06.13 00:21

지난 3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봄철 외부공간 보완공사가 오늘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착수되었다. 이른 아침 출근도 하기 전에 벌써 작업자들이 서측 공원부지에 각종 부재를 이동하고는 작업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공원 경계부의 목책 일부를 떼어내는 등의 작업이 분주하다. 지난 토요일 오전에 건축가와 시공자 등이 모두 모여 숙의를 하면서 작업을 해야 할 부분과 작업방향을 논의하더니 오늘 아침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재개되는 모습이었다. 윗집은 모두 외출 해 아무도 없다고 근심하자 공원 부지를 돌아 외부마당으로 드나면서 일을 하겠다는 것이 에스화이브의 김봉섭 소장의 의견이었는데 이른 아침 그들의 거동으로 보아 김소장이 언급한 것처럼 담장을 돌아 마당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출근을 도와주던 아내도 오랜만에 일하시던 분들이 다시 오셨다면서 외부공사가 빨리 끝나야 마당에 풀도 심고 텃밭도 한 번 가꿔보는데 하면서 보완공사가 특별한 문제 없이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저녁식사 시간에 교수식당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는 동안 휴대폰을 통해 솔토건축의 이상목 실장이 이메일을 보냈다고 알려왔다.

보낸 사람  솔토건축 soltos@unitel.co.kr
받는 사람  cspark@uos.ac.kr
받은 날짜  2011년 03월 07일 18시 09분
제       목  죽전주택 0307_솔토건축

박철수 교수님께.
지난 토요일 미팅 이후, 정리된 잔여공사 목록을 보내드립니다.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지 못한 탓에 반영되지 않은 사항들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추가적인 내용을 좀 더 파악하여 이번 기간 내에 보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누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솔토건축 이상목 드림

메일에는 첨부파일이 하나 붙어 있었다. 잔여공사 목록이 그것이다.

1393-7번지 잔여공사 / 2011-03-03

NO

위치

내용

1

현관타일 오염부위 처리

 코팅 또는 타일 재시공

2

식당과 창고 주변

 스터코 미시공, 스터코 탈락 부위 정리.

3

2층 침실 발코니

 스노우 가드 설치

4

2층 침실 발코니

 발코니 벽체 스터코 탈락 부위 재시공

5

대문 앞 마당 보일러실

 보일러 연도 재설치

6

서재 앞마당

 콘크리트 마감정리 / 목재계단 설치완료 및 토양정리

7

서재 앞마당

 공원부지 목책의 콘크리트 노출면 정리

8

담장 서측 코너 공원과의 접점

 흙막이 재시공

9

도로변 스터코 담장

 가스배관 이설부위 스터코 마감

10

현관 앞

 빗물받이 뚜껑(그레이팅) 콘크리트 채움

11

안마당

 마사토 정리 및 전기배관 노출부위 몰탈 정리

12

한식담장 주변 창호

 후레슁과 만나는 스터코 벽체의 탈락부위 보수

13

거실 남측 우수맨홀 주변

 우수관 연결 및 스터코 노출 부위 마감 정리

14

주차장

 스토퍼 미설치 및 하드너 도포

15

옥외계단 및 서재 앞마당

 콘크리트 면 정리/ 하드너 도포

16

대문 측 마당

 단풍나무 주위 콘크리트 주변 측구 설치

17

서재 앞 마당

 마당 콘크리트 및 벽돌 크랙 보수

18

서재 앞 마당

 외부 조경등 설치(2개소) 및 이설(1개소)

19

한식담장주변

 화강석 판 잔여시공.(외부수전주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은 아니더라도 아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 판단되어 내외가 의논하거나 새롭게 발견한 보수공사 부분이 있다면 이를 현장에서 직접 문의하거나 보완을 의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겠다고 생각했으며, 아내에게도 불편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위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작업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대응해 주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 두었다. 물론 내가 집에 있을 경우에는 직접 나서야 할 일이기도 하다. 메일을 확인한 뒤 다시 이상목 실장에게 메일 수신을 확인하였다는 답신을 보내주었다.

늦은 저녁 퇴근 후에 보니 서측 외부공간의 일부에 작업자들이 손길이 스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공원과 인접한 외부마당의 경우에는 공원측으로부터 살구나무 아랫집의 경계를 이루는 부분의 자연스러운 구배를 잡고 흙이 포장면 위로 밀려 들어오지 못하도록 측구를 설치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었고, 대문 안쪽의 서측 포장면 주위도 가지런히 흙이 파진 상태로 U자관이 설치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아마도 기성품인 U자관이나 별도의 현장 제작품이 그 자리에 놓일 것으로 판단되었다. 늦은 밤이어서 다른 곳의 변화는 미처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지난 토요일의 현장 점검회의에 따라 서로 논의된 보완공사를 위한 기초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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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1.06.13 00:03

아직 아침 식사를 하기 전 P 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뭐하냐는 질문에 이어 오늘 아침 건축가 조남호 선생과 솔토의 이상목 팀장, 에스화이브의 김봉섭 사장과 서현석 주임 등이 모두 살구나무집을 찾아왔다면서 식사를 마치는대로 바깥 마당으로 나오라는 전갈이었다. 며칠 전 조남호 선생을 만났을 때 곧 뵙겠다고 했던 말도 떠올라 서둘러 윗집으로 올라가니 카메라와 작업일지 등을 들고 여럿이 윗집의 외부공간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건축주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어서 건축가의 건축적 대안 제시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시공자와 건축가의 실무적 대응책 마련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풍경이었다. 윗집을 둘러본 뒤 모두 아랫집으로 와 아랫집의 보완공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사실 2010~2011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 여름의 게릴라성 폭우와 장마라 이름 붙이기도 쉽지 않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렸던 비, 그리고 반짝 가을을 지난 뒤 기록적인 혹한으로 기록되었던 겨울은 분명 한국의 기상학사에도 특별하게 기록될 정도의 이변이었으며, 그 한복판에서 살구나무집이 지어졌다는 점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모두에서 공과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오늘 다시 죽전에 건축가와 시공자 그리고 건축주가 모두 모인 것이다. 건축물 사용승인이 혹한의 한가운데를 지나던 2010년 12월 30일이고, 두 집의 이삿날이 2011년 1월 10일과 1월 12일이니 마무리 공정이 깔끔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결국 외부공간을 다루는 일은 봄으로 미뤄진 상태인데 지난 3월 3일에 시작하려던 봄철 보완공사와 작업 계획은 3월 첫날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영하의 날씨 때문에 며칠 미뤄져 다음 주 월요일부터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에 주로 외부공간에 집중하는 마무리 공정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살구나무 아랫집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공원에 접하고 있는 서측 외부마당이 논의의 주 대상이었다. 보일러 배기 가스관을 지하 창고에서 현관 진입을 위한 계단 구조물의 아래를 관통하여 서측 외부공간으로 배출시킨다는 원칙은 이미 입주 전부터 정해진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건축가가 제시하였다. 이와 함께 서측 외부공간의 자연스런 구배잡기와 맹추위 속에서 약간의 크랙이 생긴 서측 외부마당의 바닥 콘크리트 보완 방법이 함께 의논되었고, 겨울 입주시 불편함이 없도록 임시 설치한 대문 안쪽의 판석깔기 보완 공사 등도 아울러 진행될 것이라는 김봉섭 소장의 설명이 있었다. 솔토건축의 이상목 실장과 에스화이브의 서현석 주임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곳곳에 대한 사진 촬영과 대응방법에 대한 논의 내용을 기록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1시간 남짓의 논의 후 다음 주 월요일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김봉섭 소장의 약속으로 봄철 공사 계획의 대강이 참석자들 모두의 공감으로 합의되었다.

점심 식사 후 살구나무 주변의 정리 작업을 하기로 P 교수와 약속한 뒤 오후 2시쯤에 P 교수와 우리 부부는 전기톱을 이용하여 살구나무 아래에 쌓여 있던 살구나무 잔가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침 계절은 봄을 재촉하고 있는데 살구나무 아래를 덮고 있는 잔가지 때문에 그 아래의 봄풀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어서 어떻게 좀 손을 대야겠다고 했더니 전동톱 등 모든 장비가 자기에게 있다면서 P 교수가 나서서 별안간 봄맞이 주변 정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사 놓은 지 꽤 오래 되었다는 전동톱을 들고 나선 P 교수의 청에 따라 살구나무 바로 아래 위치한 서재의 창으로부터 전선을 연결한 뒤 한 번도 잡아보지 못했다는 전동톱을 들고 살구나무 가지 정리에 나서기를 한 시간 여, 시원한 모습으로 살구나무 주변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단독주택으로 이사 후 처음으로 일다운 일이 했다는 충만감으로 모두는 한껏 기분이 달아올랐고, 일도 했으니 오늘 저녁은 며칠 전 구입한 바비큐 그릴 테스트도 함 겸 윗집 지하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자고 제안해 그러기로 약속하고 시원한 새봄 맞이를 위해 집 옆에 바로 붙은 공원부지로 강아지를 데리고 바람쐐기에 나섰다.


살구나무집 서측 구릉에 오른 셋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지난 겨울 이후 처음으로 눈이 다 녹은 살구나무집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으며, 별안간 들판으로 외출 기회를 얻게 된 두 집의 강아지는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심정으로 구릉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을 거의 놓을 지경이었다. P
교수도 구릉에 올라 자신의 집과 아랫집에 함께 눈길을 던지면서 단아한 모습이 처음 건축가에게 집의 이미지를 원했던 그대로라면서 만족을 표시했고, 나 역시 두 집이 적당히 겸손하면서 검박한 모습이어서 마음에 드는데 이런 풍경을 서쪽 공원부지와 어는 문중의 종중 땅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고 말을 건네고는 마침 가져온 카메라를 이용해 봄 풍경 몇 컷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와 조금 숨을 돌릴 즈음에 다시 P 교수로부터 전갈이 왔다. 슬슬 출출해지고 윗집의 지하마당에 바비큐 그릴을 설치해 놓았으니 나와 군불도 때고 고구마도 구을 준비를 하자는 것이었다. 서둘러 나서자 이미 윗집의 아이들이 모여 테이블을 설치하고, 여러 가지 푸성귀를 접시에 담아 내놓았으며 백탄도 준비가 된 상태였다. 아직도 날이 완전히 가시지를 않아 혹시 고기를 굽고 음식을 먹는 동안 해가 떨어져 기온이 영하로라도 떨어지면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 염려되어 나는 아직도 윗집 바깥마당에 남아 있는 군불때기용 드럼통에 오늘 정리한 살구나무 잔가지를 그득하게 쌓아 군불을 피우고는 작은 아이에게 일러 고구마를 호일에 싸서 여러 개 들고 나오라 일러두었다.


군불을 지피고, 고구마를 드럼통 아래의 잿더미에 파묻고는 본격적인 고기 굽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푸성귀와 된장, 절임고추, 버섯, 파무침, 오이, 총각김치 등이 접시마다 준비되었고 삼겹살과 목살이 불판 위에 놓이면서 본격적인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었다.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한 우리집 큰 아이는 휴대폰 문자를 이용해 동생에게 지금 오고 있으니 조금 있다가 파티를 하라고 부탁을 하였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윗집 작은 녀석은 배고파 죽겠다는 표정으로 불판의 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풍경이었다.

아직도 날이 밝을 때 시작한 파티는 사위가 어둑해지면서 술잔이 한 순배 돌기도 하였으며, 드럼통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밤 8시가 다 되어 다들 춥다는 표정이어서 마지막으로 고구마를 먹자고 했는데, 아차! 드럼통 속에 넣어둔 고구마 가운데 일부는 발견할 수가 없었고, 눈에 뜨인 고구마도 대부분이 검정 숯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아쉬운대로 건진 몇 개는 껍질이 두툼하게 탄 채 노란 속을 조금만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식구들로부터 온갖 야유를 받았고, 마지막으로 차나 한 잔씩 나누자면서 아랫집으로 몰려 내려왔다. 아직도 고등학교 2학년인 윗집의 작은 녀석은 누나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아이패드를 들고는 게임 삼매경에 빠지고, 어른들은 1층 식탁에 모여 오순도순 이웃간의 정 나누기에 몰두하였다.

아내는 아참 하면서 오늘 오전에 배달된 안방의 와이드 체스트를 구경하라며 P 교수의 아내와 큰 아이를 청해 안방에 가서 체스트 구경을 시켜주고는 어떠냐 괜찮지 않냐를 연발하면서 다른 말을 못할 정도로 자랑에 여념이 없었고, 아이들은 모두 2층의 공용공간으로 올라가 삼성 피코 프로젝터를 아이패드와 연결한 뒤 내려받은 영화를 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였다.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에 윗집 식구들이 모두 올라감으로써 하루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윗집 작은아이는 여전히 아이패드 게임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녀석이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매정하게 잘 가라 인사를 전했는데 속 마음이 그리 편치 못하다.


내일은 지난 수요일 공동주택연구회 친구들이 집에 오며 가져온 배럴형 바비큐 그릴을 조립해 우리집 마당에 놓기로 두 아이들과 약속한 날이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밑에 오도카니 자리를 잡고 있는 커다란 상자를 보면서 조립하기까지 적어도 3시간이 소요된다는 그릴 조립에 약간은 겁이 나기도 하지만 이런 것이 바로 단독주택으로 이사했기에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기분으로 자위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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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1.06.07 14:00

오전시간에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마침 방학 중이고 아이들이 모두 별다른 바깥 약속이 없어 점심식사를 한 후 아이들과 더불어 큰아이 방에 놓을 책꽂이를 보러 나서기로 했다면서 인터넷+TV+인터넷 전화를 묶어 설치하는 방법 중에 SK의 경우는 비용 지불 조건들이 복잡하거니와 매우 다양한 약정 방식이 있어 이해가 잘 되지도 않고 해서 상담을 취소하고, 다시 KT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내 동의가 필요하기에 논문심사인 줄 알면서도 전화를 했었다는 말을 전해 왔다. 그 문제는 일단 여러 가지 사정에 밝은 큰아이가 처리하기로 한 것이니 큰아이가 하자는대로 하면 좋을 것이라 전하고 내일이라도 KT로 하여금 내게 전화를 해 본인인증을 받도록 하자고 하였다.

학교로 돌아와 P 교수와 통화를 해 건축물 사용승인 이후의 일들에 대해 의논하였다. 논의는 일단 이사를 마치고, 다음 주에 함께 정해진 행정 절차를 마친 뒤 수지구청에서 알려준 바와 같이 1월 30일 이내에 취득세 등 제세공과금을 납부한 뒤 소유권 보존등기 등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였고, 서로 나누어 몇 가지 일들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즉, 전입신고 후 1월 30일 이전에 취득세 자진납부 신고를 마치고, 등기를 해야 하는데 등기는 두 집의 여러 가지 정황과 여건을 고려해서 부부 공동 등기가 되건 혹은 부부 가운데 1인이 되건 여건에 따라 하기로 하였는데 이 문제 역시 주택건축 비용에 관한 부분이 근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 현장에서 실무자들과의 의논을 먼저 마친 후 실제 건축 소요비용 증거자료 등 구체적인 서류 준비 등을 하기로 하였다.

한편, 오늘 중으로 설치하기도 약정된 세콤(SECOM) 보안시스템은 죽전에 가까이 살고 있는 P 교수가 두 집의 시스템 설치 내용을 모두 관장하고, 혹시 비용이 든다면 P 교수가 먼저 우리집 것까지 함께 지불한 뒤 우리 몫은 다음에 만나 지불하는 것으로 약속하였고, 내일 오전에 가전제품이 들어오는 시간이 오전으로 예상되므로 현장에 모여 가전제품은 각 집이 따로 인수하여 위치를 정하는 등의 일을 처리하기로 하였다. 또한 세콤 설치 안내판과 새로운 길이름 안내판을 모두 외벽에 부착하여야 하는데 적당한 위치 역시 오늘 현장을 방문하면 이상목 실장이나 현장소장과 의논하여 함께 부착하도록 도와줄 것도 아울러 청하였다.


마침 점심시간에 아내와 했던 통화내용이 떠올라 인터넷 설치 문제를 의논하였더니 이미 그 집에서는 LG와 인터넷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화사용 계약을 오래 전에 해서 지금의 아파트에서 사용해 왔으므로 그 계약내용과 사용 방식을 그대로 새로운 집으로 이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인터넷 문제는 결국 우리집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사안이 된 것이다.

이어서 가스업체와의 접촉에 대해 조언하였다. 어제 아내가 현장에 다녀오면서 가스배관 연결 작업 신청을 했다는 말을 들었고, 우리집의 경우와 달리 윗집은 싱크대에 설치된 가스렌지 이외에도 가스건조기, 지하실 난방기 설치 등이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주가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을 가스전문업체와 사전에 의논하여야 할 것이니 이사오는 날 급하게 서둘지 말고 지금부터 며칠 동안의 말미가 있으므로 적당한 시간에 업체 관계자를 불러 가스관 연결을 마칠 것을 조언하였다.

P 교수와 통화를 마치고 수지구청에 전화를 넣어 공문 내용에 대해 문의하였다. 공문에 쓰인 내용으로 보자면 건축물 사용승인서를 수지구청으로부터 수령하라고 되어 있는데 공문에 이미 인주가 찍힌 사용승인서 원본이 들어 있는데 그래도 건축물 사용승인서를 수령해야 하느냐고 묻자 등기우편으로 받았다면 별도로 수령할 필요가 없으며, 건축물 사용이 승인되면 건축물 대장에 그 내용이 자동으로 등재되기 때문에 전입신고는 현재 가능하다고 판단되지만 혹시 모르니 동네 주민센터에 자세한 사항을 물어본 뒤 전입하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쓰레기 등의 처리문제를 묻자 산업환경과 청소행정 담당부서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어 그 쪽으로 연결을 해 음식물, 재활용, 일반 쓰레기 등의 처리방법에 대해 문의하자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재활용품 모두 행정부서가 정한 규격 봉투를 사용하여 내놓으면 되지만 원칙적으로 일몰 후 집 주변의 눈에 띄는 곳에 내놓으면 처리한다고 알려주었다. 다만 대형 폐기물의 경우는 집 근처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판매하는 스티커를 구입하여 폐기물에 부착한 후 같은 방법으로 내놓으면 처리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파트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고 판단하였다.

수지구청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는 도중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목 실장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오후 3시 현재 현장에서 창문 가운데 열리는 기능이 있는 부분에 대한 방충망 추가 설치작업과 필로브 창호 프레임 등의 휨 조정 등 보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건축주로서 걱정하는 문제에 대해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생각되어 감사를 전했다. 내친 김에 P교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수지구청으로부터 안내받은 내용을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울 즈음 하나디자인의 이승주 실장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보낸 사람  하나디자인 hanaysj@paran.com
받는 사람  박철수 cspark@uos.ac.kr
받은 날짜  2011년 01월 05일 17시 22분
제       목  건축물 명판 검토 의견-[하나디자인]

박철수 교수님께
덕담 감사합니다. 교수님도 새집에 이사 가셔서 좋은 글 많이 쓰시고 다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문의하신 명판은 제가 처음 해보는 거라서, 거래 업체에 물어보니 주물, 스텐, 돌 3가지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제작 방법은 재질 선택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인터넷으로 검색하시면 대략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21*27cm 정도를 알아보았는데 금액은 모두 30만 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간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적당한 디자인 추천은 제가 작업해 보고 메일로 송부하겠습니다.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나 이승주 올림

일전에 메일을 통해 부탁한 죽전주택의 건축물 명판 제작 검토요청에 대한 대답이었다. 느낌으로는 이승주 실장이 언급한 것보다는 조금 크기가 작았으면 하고, 주물을 떠서 요철효과가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준공석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으면 싶은 생각이다. 일단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 하니 먼저 인터넷 검색 후 느낌을 보아 주물이 되건, 다른 방법이 되건 응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LG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VIP실 이라면서_늘 그렇지만 이 말을 들을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고객께서 구입을 의뢰한 모든 제품은 준비되었으며 내일 오전 9시에서 9시 30분 정도에 배달 기사가 별도로 전화를 한 후 현장으로 가겠다는 것이었는데 구입 요청한 제품 가운데 하나가 빌트인 용이라면서 자기들이 별도의 추가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그렇지 않다고 하자 다시 구입희망 제품을 살펴본다고 말한 뒤 내가 한 말이 맞다고 정정했는데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나니 슬슬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한다. 내일 오전에 구입을 하기로 했던 물건이 아닌 다른 것이 배송될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이었다. 내게 전화를 걸어온 여성의 퇴근 시간도 지났고,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벌어질 일이니 그 때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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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_일기2011.05.30 17:46

출근 준비를 하는 도중에 죽전 현장에서 왔다는 작업자가 에어컨을 현장으로 먼저 옮긴다면서 잠실 아파트로 들이닥쳤다. 바퀴 달린 수레를 가지고 온 덕에 눈 깜짝할 사이에 에어컨과 무거운 실외기 세트가 집 밖으로 나가자 아내는 현장의 봉섭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말 대금지급 등이 걱정되실 터이니 공사비 잔액 가운데 상징적으로 500만 원만 남기고 나머지 모두를 송금하겠노라 의논하였더니 김소장은 넉살좋게 “많이 보내 달라”는 말로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아내는 출근하는 나를 잡고는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달라면서 나가는 길에 아예 공사비 일부를 송금하고 걸어서 잠실 롯데백화점에 들러 작은 아이 침대를 구입한 뒤 이삿날 오후에 배송해 달라 하겠노라면서 길을 따라 나섰다. 점심식사 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작은 아이 침대를 현금가격으로 68만 원에 구입했고, 1월 10일 이삿날 오후에 배달을 요청했다고 해 잘 했다고 한 뒤 내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 나다니는 것이 부담될 수 있으므로 내친 김에 오늘 죽전 현장에 다녀오자고 제안을 해 잠실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학교를 벗어났다.

잠실 역에서 만난 아내와 큰아이를 차에 태워 죽전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은 바짝 추위와 폭설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의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터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솔토건축의 이상목 실장은 오늘 사무실 출근을 안 하고 아침부터 이곳으로 왔는지 한샘에서 나온 부엌가구 설치팀과 더불어 도면을 보고, 작업내용을 협의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고, 전기 기사는 언제나 그렇듯 점심도 굶었는지 컵라면을 만들어 먹으며 이곳저곳의 전선 잇기에 여념이 없다.


아내의 말대로 우리집의 바닥마감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고, 수납가구도 모두 설치되었으며, 책꽂이 등도 번듯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다만, 마무리 손작업이 조금 덜 되었는지 아니면 아직도 작업상태 때문에 바닥이 정리되지 않아서인지 최종 마무리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1층과 2층의 욕실도 일부 공정이 진행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어지러운 작업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안마당과 바깥마당의 실외 바닥등도 고정되기는 하였지만 서측 외부마당의 조명등은 조금 위치를 변경할 것이라는 등의 설명이 이어졌다.


물론 아직 조명등이 모두 설치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오늘 중으로 마무리 작업의 대강을 마쳐야 1월 1~2일 간의 휴무를 거쳐 1월 3일부터 본격적인 준공청소가 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소장의 설명이지만 건축주의 눈으로 볼 때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자 김봉섭 소장은 준공청소를 거치고 입주를 한 이후에도 현장사무실을 바로 폐쇄하지 않고 자신과 서주임이 계속 남아 크고 작은 보완공사를 지속할 것이며, 챙겨야 할 일이 많으므로 걱정을 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아직 조명기구가 모두 달리지 않았고, 윗집부터 내려오는 마감 칠 공정이 지체되어서인지 아내는 벽에 칠해진 페인트가 자꾸 손에 묻어난다면서 불만이었고, 풍족한 예산이 아니어서 조금 싼 값을 들인 수납장이 거칠어 보인다면서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제부터 수납장에 대해 여러 얘기를 전해 들은 터라 나도 내심 큰 걱정을 하고 현장에 갔지만 아내가 말한 것처럼 몹시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검박한 느낌이라는 점에서 크게 나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다만, 수납장의 프레임이 조금 두터운 느낌이고, 손잡이 철물이 날렵하지 않아 조금은 투박한 느낌이 주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건축공사비를 고려한 상황에서 건축공정의 진행과정을 판단해보면 비교적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고, 벽지 부분의 마무리와 걸레받이와 벽지가 만나는 부분의 뒤처리 등은 깔끔하지 못한 것이라 했더니 현장소장은 아무래도 적은 비용을 고려하여 현장 인근의 도배업체와 일을 하다보니 아파트 등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 비해 마무리 공정이 깔끔하지 못하다면서 최종적으로 부분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보완이 가능할 것이라는 답을 주었다. 아내는 마감 페인트에 대해 깔끔하게 마무리 할 것을 요청하였으며, 넉살좋은 현장소장은 언제나 그렇듯 흔쾌하게 보완하겠다는 말로 건축주를 위로하였다.

1층 현관 좌우측의 신발장은 모두 설치되었다. 윗집의 경우는 원목 느낌이 나는 것으로 하겠다고 해서 새로 바꾼 반면에 우리집의 경우는 비용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하이그로시로 처리할 것을 청했는데 아직 세심하게 살핀 것은 아니자만 특별하달 것이 없는 아주 보편적인 신발장이 설치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아직 거실등과 식탁 상부의 조명등과 같은 중요한 실내조명등이 설치되지 않았지만 외벽에 설치되는 부착등과 실외 조명등이 대부분 설치된 것으로 보아 조명기구 설치작업도 머지않아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여전히 남은 걱정은 보일러실 배기구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가 조남호 선생의 말대로 일단 합판 등을 이용해 효용성을 살핀 뒤 본격적인 고정 구조체를 이용하여 문제를 없앤다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 대안이 입주가기 전에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고, 윗집의 경우도 위치를 잘 잡아 처리했지만 지하실 입구 캐노피 하부의 스터코 부분에서 약간의 박리현상이 생긴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보일러실 배관부의 위치 선정과 처리방법은 건축가나 시공자가 세심하게 고려할 것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맘을 졸이던 안마당의 나무는 강추위에도 시각적으로 볼 때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바는 이번 추위가 예년에 비해 너무 심하고 추위가 계속되는 시간도 너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주로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나무들의 경우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속으로 꽤나 걱정을 하는 부분이 바로 조경식재였는데, 오늘 현장에서의 느낌은 적어도 이대로 해를 넘길 수는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현장을 구경하는 도중에 현대산업개발에서 오신 분이라는 사람이 현장소장과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아마도 지난 번 오수관 문제와 관련하여 서로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 쟁점인 것으로 보이며, 화를 내면서 현대산업개발에서 오신 분이 돌아간 뒤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니 오수관 찾기 작업과정에 소요된 비용을 서로가 전가하고 있는데, 현대산업개발에서 온 분이 소송을 하겠다고 하면서 건축주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겠다는 등의 의지를 밝히고 현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비용이 어느 정도내고 묻자 부가세 별도로 340만 원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문제의 자초지종에 대해 그 내용을 자세히 아는 바가 없고, 오늘 다녀간 분이 건축주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다는 등의 말을 했는데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이라면 실무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문제를 풀어갈 것을 요청하였고, 연말에 서로 언짢지 않게 원만히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이상목 실장과 김봉섭 소장에게 부탁하였다.

현장을 떠나기 전 몇 가지 의논이 있었다. 며칠 전 내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면서 의논이 계속되었는데, 핵심적인 부분 가운데 보일러실 배기 문제는 이미 언급하였고, 2층 다락방의 바닥재를 현재의 장판에서 티크 온돌마루로 바꾸자면 60만 원 정도가 추가될 것이라고 해 아내와 아이와 같이 의논을 하니 그대로 장판을 깔겠다는 것이어서 그 문제는 없던 것으로 처리하였다.

이어서 다른 사항 대부분은 준공청소를 마치더라도 김봉섭 소장이 현장에 남아 하나씩 대응할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으며, 식당공간 외부의 벤치 설치 등은 날이 차 본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 염려되어 작업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었고, 대문 진입 후 만나게 되는 콘크리트 위 판석 마감 부분도 날이 너무 차가워 자재는 반입되었지만 아직 공사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등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지적한 것은 거칠게 현장을 둘러보면서 발견한 것이고, 본격적으로는 아직 확인이 불가능한 공정이 진행되는 것이어서 좀 더 시간을 두면서 다른 문제들도 발견하면 바로 보완을 요청할 것이라 언급했으며, 김봉섭 소장과 이상목 실장은 자신들도 따로 후속 내지는 보완사항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있으므로 모든 내용이 다 보완될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다만, 현관 입구의 얼룩부분은 우리가 선택한 재료가 대리석과 시멘트가 혼합된 것이어서인지 시공과정에서 스민 물이 얼룩으로 남아있으며 자신들의 경험으로 보건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였고, 별다른 도리가 없는 우리는 그저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어서 현장사무실에서 블라인드 선정을 위한 얘기가 계속되었다. 아내는 안방과 작은 아이 방을 제외하고는 공용부분에 블라인드가 들어가야 할 개구부를 김소장, 이실장과 정한 뒤 1층 거실 동서측의 개구부와 남측의 쪽창, 그리고 2층 가족실의 북측 창에 대해서는 흰색의 이중 블라인드를 설치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른 비용은 김봉섭 소장과 이상목 실장이 제조업체에서 받아 건축주에게 청구한 뒤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의논을 마쳤다.

날은 점점 차가워지고, 퇴근 무렵이 가까워 서울로 돌아갈 길이 막힐 것이 염려되어 현장을 떠나려 하자 이상목 실장이 다시 우리를 이끌고 안방의 욕실로 안내한 뒤 욕실 입구의 바닥재가 현재 온돌마루로 되어 있는데 욕실에서 샤워 등을 할 경우, 물이 튀고 그 물이 마루의 쪽널 사이로 스미면 비록 단시간에는 아니지만 바닥재가 썩을 우려가 있어 그 부분을 이미 부엌 바닥재로 한 번 사용한 타일과 같은 것으로 일부를 바꿀 것이라 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동의하였다. 이어서 김봉섭 소장이 현재 설치된 욕조가 자그마한 것이어서 욕조의 한 쪽을 키워 그 상부와 측부에 모두 바닥타일과 동일한 것으로 마감을 하면 조금 더 중후한 느낌이 들 것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물었는데 아내는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하여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두고 마감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디지털 도어는 이제 윗집에서 작업을 시작하고 있는 터여서 우리집의 경우는 내일이야 되어야 일이 진척될 것으로 보였고 2층 가족실의 세면기의 경우는 우리가 최종 정한 것은 원형의 보울이었는데 이와 달리 타원형의 보울이 들어온 바람에 아무래도 공사진척을 위해서는 이상목 실장이 직접 도기대리점에 가서 원하는 것으로 바꿔 와야 한다는 답을 들어, 그 일도 내일이 되어야 마무리가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윗집 지하마당에서 의논을 하는 도중에 마침 용인시로부터 ‘건축물 사용승인 민원이 처리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하여 이를 이상목 실장에게 알려주었고, 이 행위가 소위 준공이라는 뜻이라면 이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 건축주가 입주하여 살아도 된다는 것이고 이사를 위해 마무리 공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 부탁하였다. 마침 옆을 지나던 작업자 한 분께도 우리가 이사 날짜를 이미 1월 10일로 정해 이삿짐 센터와 계약을 하였으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하자 물론이라고 답하면서 이사해 오시면 눈 치울 일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면서 인자한 웃음을 지어주셨다.

현장을 떠나 서울로 돌아오는 도중에 아내의 전화로 김봉섭 소장이 전화를 걸어 왔다. 이제야 입금확인을 하니 건축공사비 일부를 보내주셨다는 사실을 알았고, 고맙다는 감사의 뜻을 전해 왔다. 아내는 500만 원을 남긴 것이 미안하다면서 연말에 혹시라도 대금결제가 밀리는 곳이 있을지도 몰라 서둘러 입금한 것이라면서 마무리 공정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부탁을 하며 서울 잠실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2009/06/29 토지분양 신청금=10,000,000원
2009/06/30 토지분양 계약금=38,803,000원
2009/06/30 1차 토지분양계약금에 대한 취득세 976,060원+농특세=1,073,660원
2009/12/14 설계계약금(총 설계비의 30%)=15,000,000원
2009/12/28 토지분양 잔금 전액(7% 선납할인율 적용)=369,979,300원
2009/12/28 근저당권 설정비용=951,600원
2009/12/28 지상권 설정비용=1,191,000원
2009/12/28 소유권 이전비용=12,790,912원
2010/01/27 토지대금 완납에 따른 취득세 8,375,640원+농특세 837,560원=9,213,200원
2010/03/09 건축허가에 따른 면허세(27,000원)+채권매입비(2,360,000원→할인 235,816원)=262,816원
2010/03/09 개발행위에 대한 면허세(18,000원)+지역개발기금 공채매입(1,012,500원→할인 134,478원)=152,478원
2010/03/09 개발행위에 따른 이행보증금(3,003,840원→보험처리 15,000원)=15,000원
2010/04/21 총 설계비에 대한 50% 추가 지불(설계비의 80%인 4,000만 원 지불 완료)=25,000,000원
2010/04/30 건축도급공사비의 1차 약정금액 지불=46,800,000원
2010/08/30 건축도급공사비의 4차 약정금액 지불(2차, 3차는 P 교수가 6.30/7.30에 지불)=171,600,000원
2010/09/30 건축도급공사비의 5차 약정금액 지불(2차, 3차는 P 교수가 6.30/7.30에 지불)=85,800,000원
2010/11/19 건축도급공사비 증액분 12,700,000원+제세공과금 5,000,000=17,700,000원
2010/12/14 건축도급공사비의 6차 약정금액의 50%지불(공사비 잔액 10%의 1/2을 지불)=42,900,000원
2010/12/16 출입문 보안관련 추가 비용 지불=700,000원
2010/12/30 공사비 잔액 가운데 일부 지급=37,900,000원
계 887,832,966원

2009/12/14 공무원연금관리공단 퇴직금 담보대출=33,000,000원
2009/12/28 우리은행 전문가 대출=110,000,000원
2009/12/28/ 우리은행 계약서 담보대출(근저당권+지상권)=160,000,000원
계 303,000,000원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5.19 23:58

아직도 새벽이라 생각하던 시간에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전화가 요동을 친다. 받아보니 죽전현장의 김봉섭 사장이었다. 치렛말을 모두 생략한 채 ‘이른 아침에 전화 드려 미안하다’고 하면서 ‘현장에 부여에서 올라온 짐차가 나무 한 그루를 싣고 대기 중인데 이 나무를 어디에 심어야 하는가’를 물어왔다. 자다가 불현 듯 깨어난 처지이고 여전히 잠결이어서 현장소장이 하는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잠깐 어리둥절하였다.

생각해 보니 부여에서 왔다는 나무는 이틀 전 현장에 나무를 심을 일로 찾은 분이 보아 둔 배롱나무가 논산에 있다는 말이 떠올라 그 나무가 배롱나무이고, 마당의 동남측 구석에, 지난 번 현장에서 나무를 주시겠다는 어르신과 건축가 조남호 선생이 더불어 의논한 위치에 자리에 심으면 될 것이며 아마도 현장에서 직접 나무를 심을 작업자들이 따로 현장에 도착할 것이니 그 사람과 의논하여 위치를 잡으면 될 것이라고 엉겁결에 답해 주었다.

역시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깬 아내는 다시 누울 생각이 없어졌는지 소리 없이 방을 나서서 아침을 준비하였고, 강아지는 평소와 달리 깨어난 주인 덕에 새벽부터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장난에 여념이 없었다. 신문을 들고 식탁에 앉아 이른 아침을 기다리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는 조남호 선생이었다. 조남호 선생은 어딘지 약간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태도였는데, 전화기를 통해 내게 건넨 일성은 ‘마당이 숲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생각했던 것보다 식재를 기증한 분이 보내준 나무가 커서, 결코 넓다고는 할 수 없는 마당에 제법 큰 나무 두 그루가 자리를 꽉 자치하고 서게 된 셈’이라는 것이다. 내가 우려의 뜻으로 그럴 정도로 어울리지 않느냐고 내처 묻자 ‘꼭 그렇게 말하는 것 보다는 마당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있고, 거실 남동측의 담장 아래로 관목이 조금 있는 것으로 조경을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생각하면 또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이어서 남동측 마당 귀퉁이에 심긴 배롱나무는 길에서 보기에 아주 적절한 풍경을 만들어낸다면서 ‘현장의 식재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면서 자신은 식재의 정확한 위치를 설정하고 식재에 적절한 깊이로 땅을 판 뒤 마사토 등을 채워 옮겨 심는 상황만을 보았기 때문에 나머지 작업은 쉽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여 이제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것이었다. 그저 고생했다는 말 이외에는 별다른 언급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현장에서 감을 잡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화내용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그렇다면 한식담장 옆에 심기로 한 공작단풍은 다른 곳에 심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아내의 말을 조남호 소장에게 전했더니 ‘다른 적절한 위치 설정이 어렵고, 서측의 바깥마당은 아직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한 것보다 공작단풍이 큰 것이 현장에 들어왔다’는 말을 남겼다. 불안한 마음이 크게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무를 선물로 보내준 분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은 현재의 자리에 나무를 심어놓은 뒤 내년 봄 쯤에 가서도 우리 식구들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면 결국 적절한 위치로 이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때 가서 다시 한 번 지혜를 모아보자는 뜻을 조남호 선생에게 전화로 전하고, 아내에게도 그렇게 일러두었다. 식사를 마치고 출근준비 차 침대 머리맡에 두었던 전화기를 들자 조남호 선생이 보내온 전송사진이 들어 있었다. 대청초등학교 후문 도로에서 찍은 배롱나무와 담장이 더불어 담긴 모습인데, 그럭저럭 괜찮은 풍경으로 보였다. 조남호 선생도 배롱나무의 크기나 식재 위치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내게 전송을 하였다는 점이 건축가의 내심을 읽을 수 있는 단초가 된 것이라 하겠다. 결국 오늘 아침의 문제는 배롱나무가 아니라 한식담장 남측에 이식한 공작단풍의 문제인 것이다.


마침 오늘 오후에 수납장 문제로 현장을 찾을 ‘가온’의 전문가들과 솔토건축의 이상목 실장이 만날 때 자신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의견을 건네기로 하였다는 아내에게 디지털 카메라를 건네면서 매일 현장에 건축주들이 드나드는 것이 현장 작업의 진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니 이번 주에는 오늘 아내가 현장에 다녀오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했었고, 이미 그런 약속 때문에 자신이 현장에 다녀와 사진을 찍어 보여주겠다는 것이 아내의 의견이어서 디지털 카메라를 전하며 나를 대신해 오늘 현장의 여러 풍경을 담아올 것을 청하고 학교로 나섰다.


오늘 현장은 내게 여러 가지로 궁금증을 주었다. 하나는 우수관 문제 때문에 죽전택지개발지구의 토목공사를 담당했던 현대산업개발의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우수관 분기 문제에 대해 현장소장과 의논을 하기로 했다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부산을 떨었던 안마당의 식재 문제인 것이다. 금요일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수업, 저녁식사 후 양재동의 HAU Lecture 주관... 모든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언제나 새벽 1시. 결국 금요일에는 1년 중 하루도 빠짐없이 다른 시간을 낼 수 없는 처지가 못내 아쉬웠다.

오후 대학원 강의를 마치고 나오니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었다는 내용이 휴대폰에 떴다. 나도 현장 사정이 궁금하던 차에 전화를 하니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첫째, 죽전주택의 마당에 심겨진 배롱나무와 공작단풍은 우리들의 예상과는 달리 꽤나 큰 나무여서 더 이상의 수목식재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이고, 마당이 조금 좁아 보이는 느낌이지만 전체적으로 눈에 거슬릴 정도의 내용은 아니더라는 것이다. 배롱나무나 공작단풍 모두 수형이 좋아 보였고, 크기도 커서 볼륨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둘째, 우수관 문제는 아내가 현장이 도착했을 때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와 시공을 맡았던 현대산업개발의 담당자 그리고 현장소장이 회의를 하는 중이었는데 자세한 사항은 확인할 수 없으나 다음 주 중에 추가로 굴착작업 등을 벌이고 그에 따른 비용은 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문득 그 자리에 참석한 아내더러 현장소장이 ‘사모님, 잘 들으셨죠?’라고 말을 건네는 것으로 보아 아내의 짐작이 대충 맞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셋째, 대문에 설치될 비디오폰이나 시큐리티 시설 등과 관련해서는 보안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기기 등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한다면 다시 공사비 총액에서 일정한 금액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신속하게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아내는 가급적이면 보안성능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컬러화면, 카메라 2대 설치, 건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전기를 이용하는 방식인 경우 200만 원 정도가 소요), 추후 현장소장이나 건축가 등과 상의해서 지혜롭게 일을 처리할 것을 요청하였다.

넷째, 현장 풍경은 한식담장이 낮아지고 길이도 줄어 그저 미루어 생각하던 모양대로의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마당의 데크 공사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판단되는 데크 프레임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며, 윗집의 경우는 데크가 놓였고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아랫집의 경우도 하루나 이틀이면 마무리 작업이 완료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섯째, 실내에 설치될 건가구 업체인 ‘가온’의 담당자와 만난 결과 이상목 실장의 설명보다 질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더 좋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안방 화장대 설치 부분도 의자를 사용하기에도 좁은 감이 없지 않아 의자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디자인 변경을 요청하였고 그 부분에 서랍장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변경하였다는 것이다.

여섯째, 뒤꼍의 공간과 윗집 작업실의 앞마당은 단차가 생기지만 모서리 부분을 평평하게 한다는 것이 사전에 의논된 내용이어서인지 윗집과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서 뒤꼍으로 4단 정도의 계단을 콘크리트 타설할 준비 작업이 진행된 것을 확인하였고, 아울러 아랫집 현관 마당에서 수평레벨을 잡고 다시 3단 정도를 오르게 되어 있는 설계내용대로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건축가 조남호 선생이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언급한 바 있는 거실측 담장 귀퉁이의 짧은 담장 설치를 위한 콘크리트 작업도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내의 말로는 자신이 사진을 곳곳에서 많이 찍어 왔으니 이번 주 토요일은 현장을 방문하지 말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여러 차원에서 좋을 것으로 판단하며, 다음 주말쯤에는 많이 바뀐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더불어 솔토건축의 조남호 소장과 이상목 실장이 우리집을 짓는 과정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아 무엇보다도 미안한 마음이며, 감사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내의 얘기를 듣고는 바로 나무를 심어주신 어른께 전화를 넣어 감사의 말과 더불어 많은 비용을 쓰셔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렸더니 배롱나무는 오래 전에 보아둔 것이어서 잘 아는 것이지만 공작단풍은 지난 수요일 현장에서 바로 결정한 일이고 금요일에 식재를 할 것을 먼저 정해 둔 까닭에 어제 퇴근하자마자 양재동 나무시장으로 가서 밤 10시까지 여러 곳을 다니시면서 고른 것이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집에 잘 어울릴만한 나무를 잘 심고 가꾸는 것이 중요한 만큼 나무를 죽이는 일 없이 앞으로 잘 가꿔서 아늑한 정원을 꾸미라는 당부를 하셨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보내주신 나무를 잘 가꿔서 내년 봄쯤에 구경 오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내친 김에 오늘 현장에서 아내가 찍어 왔다는 사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집으로 전화를 거니 마침 큰아이가 집에서 저녁을 먹는 중이라는 대답이어서 카메라 사진을 노트북으로 옮긴 다음 압축파일로 저장해서 내 이메일로 보낼 것을 부탁하였다. 내일은 오랜만에 맛보는 현장 방문이 없는 토요일이 되는 셈이다.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5.17 15:16

아침 출근 후 메일을 보니 솔토건축에 지난 월요일 요청한 조명기구 샘플 및 최종 공사비 증액 내용 등에 대한 답변이 이메일로 도착되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매우 겸손한 투로 작성된 메일과 여러 가지 첨부 파일이 함께 담긴 것이었다. 보낸 시간이 어제 늦은 밤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보낸 사람  솔토건축 soltos@unitel.co.kr
받는 사람  cspark@uos.ac.kr P교수님
받은 날짜  2010년 11월 16일 23시 03분
제       목  죽전주택 _솔토건축1116

교수님. 안녕하셨습니까?
이상목 실장입니다. 지난 주말에 현장을 비워 여러 가지 현장 상황을 설명 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질문하셨던 내용 답변 드리겠습니다.

첫째, 조명기구 선정에 관한 사항입니다.
알토에서 제안하는 조명기구 대안을 타입별로 2~3개 정도씩 준비하고, 견적을 한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공사비 증액 관련사항입니다. 이 사항은 네 번째 사항(한샘가구 계약)을 포함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설치 시점을 12월초로 보고 있어 더 이상 발주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계약과 함께 계약금 1000만원(두 세대 합계)을 시공사에서 지급하였습니다. 사전에 말씀드리지 못한 점 이해주셨으면 합니다. 계약된 금액과 내용은 문서로 첨부하였으니, 참조해주십시오. (한샘계약서의 세부내역은 예상가로 되어 있습니다. 항목별로 86%를 적용하시면, 추가공사비 내역서에 작성된 실제 지불금액이 됩니다. 예전에 말씀 드린 것과 같이 본 주방가구는 85%, 기타가구는 90%의 가격으로 공급되었으며, 일괄 86%로 최종 조정하여 계약되었습니다.) 아울러 확정된 추가공사비 내역서도 첨부해 드립니다.

셋째, 공사 진행 일정에 관한 사항입니다.
금일 김봉섭 사장에게 잔여공사 일정표를 요청했습니다. 금주 중에 솔토와 1차 논의를 하고, 적어도 토요일에는 교수님들께 말씀드리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며칠 전 P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창호 주위의 목재 창호틀 설치 문제는 4개소가 교체되어 시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속한 입주와 성실한 시공을 함께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두 가지 말씀 더 드립니다.

1. 내일(11/16)은 가온가구에서 현장실측을 할 예정이고, 아랫집 사모님께서 말씀하신 무늬목 샘플을 테스트 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2. 한샘가구에서 부엌가구 설치 전에 최종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해 토요일에 현장에 오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점검하신다고 생각하시고, 들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이메일로 보내준 내용을 모두 정리해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의 최종공사비 증감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살구나무 아랫집(1393-7번지) / 10월 20일(계약서 날인 시점) 대비 금액 변동사항

A. 총계(B+C)= 80만원 증가
B. 부엌가구 증감 사항 내역 : 총 70만 원 증가
   1. 인조석: 인디언오션에서 라토나로 등급 조정 및 면적축소 : 약 35만원 증가.
   2. 노블화이트 면적 감소
(냉장고 부분) : 약 30만원 감소
   3. C채널 수량증가
(아일랜드 상판주변) : 20만원 증가
   4.
보조주방 가구 증가
       1/ 김치냉장고 위치에 가구장 설치
: 약 20만원증가
       2/ 인조석 상판증가
: 약 20만원
       3/ 빨래용 수전으로 변경
: 약 9만원 증가
C. 2층 가족실 화장대 증감 사항 내역 : 총 10만 원 증가
       화장대를 높낮이 없는 일정한 높이의 형태로 조정 후 서랍장 면적 증가 : 약 10만원 증가

메일의 내용을 확인하니 일단 건축주가 요청한 내용에 대해서는 모든 답변이 다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첨부파일들을 보니 너무 많은 내용이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보면서 꼼꼼하게 살펴야 할 일이 다시 건축주들에게 주어진 것으로 파악하였다. 가장 중요한 내용 가운데 하나는 공사비 증액분이 한 달 전인 10월 20일에 비해 약 80만 원이 증가되었다는 것이며, 그 결과 순수한 공사비 증액분은 모두 1,270만 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장소장이 언급한 제세 공과금을 더한 금액이 11월 20일 전에 에스화이브 김봉섭 사장에게 보내주어야 할 비용이 되는 것이다. 전체 메일의 윤곽을 파악한 뒤 이상목 실장에게 감사의 메일을 보내고 한샘의 주방부분 최종 정리 도면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공사 일정과 부엌설비 최종 점검 문제, 수납가구의 무늬목 테스트 결과, 조명기구 및 조경 식재 등에 관해서는 이번 주말에 현장에서 자세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니 이번 주말에는 이른 시간에 현장에 가서 최종적인 검토를 해야 할 일이었다. 메일과 함께 보내 온 문서를 대상 훑어본 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공사비 증액분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은 범위에서 조정이 되었노라 전하고 제세공과금이 얼마나 되는지에 알아보려고 현장에 전화를 넣어 김봉섭 사장과 의논을 하였더니 500만 원 내외가 될 것이고, 영수증이 발급될 것이니 최종적으로 정리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아울러 내일이면 마당의 한식 담장 설치가 마무리될 것이니 배롱나무 식재 일정을 조정해서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다른 지인들로부터 여러 선물을 받는다는 것이 마음의 불편이 생긴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고 나무를 보내주겠다는 분들과 의논을 하여 식재 일정을 알려줄 것이라 답하고 전화를 마친 뒤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넣어 1,270만 원(공사비 총 증액분)+500만 원(제세공과금)=1,770만 원을 금요일까지 김봉섭 사장에게 보내줄 것을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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