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_일기2012.04.05 19:50

하루 종일 학교에서 밀린 책 읽기를 하던 중에 건축가 조남호선생으로로부터 메일이 도착되었다. 프랑스 건축사 자격을 갖추고 현지의 인터넷 건축저널에 도움을 주며 일하고 있는 배은숙이라는 분이 얼마 전 살구나무집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해 기꺼이 응했더니 현지시간으로 4월 4일 밤 9시 경에 관련 기사가 Le courrier de l'architecte("건축가의 편지" 정도로 번역이 가능할 듯) 국제판에 실렸다고 알려왔으며, 해당 웹사이트를 하이퍼 링크로 보내주었다는 소식이다. 조남호 선생에게 잘 된 일이라고 글을 써 보냈고, 더불어 기쁜 마음이라고 성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Le courrier de l'architecte 바로 가기 : http://www.lecourrierdelarchitecte.com/article_3030

조남호 선생은 반은 농담으로 ‘첫 해외 나들이^^’ 라면서 즐거운 마음이라고 전해왔다. 좋은 일이고 건축가에게는 잘 된 일이다. 마당이 있는 집,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건축가와 더불어 실용과 품격을 두루 갖춘 집을 짓는 일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가벼운 기대 정도를 가지고 <아파트와 바꾼 집>을 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갈증을 해소하는데 조금은 보탬이 된듯하여 더불어 즐거운 심정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이 땅의 많은 건축가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분류없음2012.01.10 15:38

오늘은 살구나무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을 맞는 날이다. 조금 더 비장하게 말하면 이제 이 집에서 살아야 할 정해진 시간이 있다면 그 중에서 1년을 까먹은 셈이 되기도 한다. 어제 늦은 밤 아내와 함께 마당에 나서서 살구나무집에서의 지난 1년이 참 빠르게 지난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누었으니 우리 내외도 객관적으로 나이가 들었다고도 하겠다.

지난 1년은 빠르게 지나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고,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식구들 모두가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는 여간 다행이고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혹한의 겨울 한복판에 새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행여 관리비가 감당하지 못할까 염려되어 아래위층을 오가며 난방 밸브를 줄이고 전등 끄기를 일삼았던 기억부터 따뜻한 봄날 양재동과 과천, 모란시장을 풀방구리처럼 오가면서 야생화와 자잘한 묘목을 심던 일, 만개한 살구꽃 아래서 꽃비를 맞으며 즐거워했던 날들, 퍽퍽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살구를 먹으며 여름을 즐긴 일 그리고 맞이한 낙엽과 단풍의 계절과 다시 맞은 추운 겨울.

조금은 긴장했던 이웃들과의 만남과 이제는 제 집 드나들 듯 하는 위아랫집과 옆집의 따뜻한 이웃들. 우리집 오시기를 늘 고대하시는 여든 다섯 잡수신 노모의 편안한 볕쬐기 풍경 등은 그저 고즈넉한 한 폭의 그림으로 가슴에 남아 있으며, 집 안팎을 뛰는 강아지의 모습에서 ‘잘했다’ 싶은 생각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하였다.

살구나무집을 다녀간 지인들의 부러움과 시샘에 즐거워했고, 살구나무집을 찾겠다는 분들의 성화도 마음을 들뜨게 했던 지난 1년이었다. 지난 1년 동안의 여러 가지 일들을 묶은 책이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의 책자로 세상에 나왔을 때에는 이 일이 단순히 바람직한 집짓기의 일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운동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 또한 적지 않았다. 건축가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살구나무집을 설계한 건축가 조남호 선생에게 진지한 건축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겠다는 심정에서 여러 불편을 무릅쓰고 집을 찾는 분들의 인터뷰나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려고 했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대중 앞에 나서서 건강한 집짓기의 교훈이나 경험을 전파하느라 나름 애를 쓴 시간이었다. 마침 살구나무집 1년을 맞는 오늘 동녘출판사는 <아파트와 바꾼 집> 2쇄 인쇄를 결정하였다는 소식이다.

무엇보다 새 집 생활 1년을 맞으며 이렇다 할 문제 하나 없이 아파트 생활에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연착륙하도록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억눌렸던 욕망을 끄집어내게 하고 집터 고르기에서부터 더불어 살기에 이르는 모든 어려움을 도와주고 삶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 박인석 교수, 자금 마련에 곤혹스러움을 느낄 때 흔쾌히 집을 내어주신 동료 교수님, 살구나무집의 설계자인 건축가 조남호 선생과 솔토건축의 식구들, 시공자인 (주)에스화이브 김봉섭 사장과 집짓기의 모든 공정에 열과 성을 다 하신 많은 현장의 작업자들, 공사 현장의 온갖 불편함을 감내한 지금의 이웃은 모두 내게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 조력자들이다. 살구나무집 생활 1년을 맞은 감상이라면 모든 것이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평온의 일상을 만든 아내와 아이들이 오늘처럼 언제나 곁에서 빙그레 웃으며 행복한 자유인으로 생활하는 날들이 지속되었으면 싶다. 살구나무집 1년의 생활에 대한 감상이 자못 감상적이 되고 말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2.01.01 23:20
임진년 첫 날이다. 음력 설을 쇠는 처지여서 여늬 일요일과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고, 또 무심하듯 시간이 흐를 뻔한 날이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이웃집에 들러 삶아 쪄낸 만두에 차 한잔을 곁들여 때 지난 점심을 대신하고 있다가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를 보니 건축가 조남호 선생으로부터 걸려온 받지 못한 전화가 와 있었다.

즉시 전화를 걸어 전화를 못 받아 미안하다며 연결했더니 오후 4시 쯤에 집에 있느냐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으로 오겠다는 전언이었다. 마침 아이는 외출 중이고, 아내와 둘이 심심하던 차라 잘 되었다며 오라 이르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조남호 선생이 오면 이른 시간이지만 저녁이나 함께 하자며 서둘러 동네 수퍼로 나가고 난 조 소장을 기다릴 겸 메일을 확인할 겸 컴퓨터 앞에 앉았다.

조남호 선생 내외와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이 되는 두 아이가 함께 집에 당도한 것은 오후 4시 30분. 조 소장이 집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전화를 걸어온 탓에 문 밖에 나가 기다리니 내외가 아이들을 앞세우고 손에 꾸러미를 가득 들고 차에서 내렸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살구나무 윗집과 아랫집에 각각 새해 선물로 대신한다며 보자기와 포장지에 예쁘게 싼 사과 두 상자와 케잌 두 개를 꺼내주었다.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해방된 아이들은 아래 위층을 오가며 즐거워했고, 강아지 마루도 덩달아 윗층과 아래층을 내달리며 부산한 탓에 적막강산이던 집이 별안간 활기로 가득 찼다. 아내는 꼬막을 삶아내고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며 불고기를 만들고 시금치국을 준비하는 등 급히 음식을 준비하고 조 소장과 나는 조 소장의 최근 건축작업에 대해 얘기를 주고 받았다.

최근에 설계를 마치고, 허가과정에 있는 판교주택과 얼마 전 공사를 마치고 주인이 입주한 대전의 목조주택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설계작업에 들어간 경주의 주택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고, 이미 새 집 주인이 입주해 만족하게 공간을 즐기도 있다는 방배동 주택에 대해서는 휴대폰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지난 해에 진행되었던 일련의 주택 건축에 대한 생각을 전해주었다. 그리고는 며칠 전 책으로 나와 시중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아파트와 바꾼 집>에 담긴 생각에 대해 지평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임진년의 첫 날 역시 살구나무집과 더불어 보통 수준의 건축비로 좋은 집을 짓는 방법에 대한 궁리로 시작한 셈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6.25 22:25

어제 아내와 함께 과천 꽃시장에 다녀오며 매실 한 그루와 앵초, 패랭이꽃, 인동덩쿨, 황금둥굴레, 황금맥문동, 불두화, 해국 등을 구했는데 어스름 저녁까지 마당을 누비며 이곳저곳에 심었더니 큰아이가 아이스크림의 속 막대를 이용해 각각의 나무와 야생화에 모두 이름표를 붙여 주었다. 가지수로 치면 너무 많아 일일이 외우기도 어려운 형편이 되자 큰아이가 나서 고민을 해결해 준 셈이다.

며칠 전 건축가 조남호 선생에게 살구꽃이 만개하였음을 알려주자 사진작가 박영채 선생님과 더불어 집 촬영을 하기 위해 오시겠다고 약속한 날이다. 이른 아침 서둘러 주거학회의 주제강연을 위해 집을 나선 뒤 강의와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로부터 조남호 선생과 박영채 선생이 집에 와 외부공간을 촬영하는 중이라고 귀뜸해 주었고, 집에 당도하자 두 분 선생들이 아직 바깥마당에서 해가 조금 더 서녘으로 기울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두 분은 점심시간 이전에 도착해 그동안 이리저리 오기면서 사진촬영을 했는데 오후의 햇살이 너무 좋아 오전에 찍었던 사진을 모두 다시 찍는 것이라며 겨울철에 이어 화창한 봄날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마침 내일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고 오늘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빛이 좋은 봄의 한가운데여서 사진촬영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라면서 박영채 선생은 서측 공원을 오르내리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었고, 조남호 선생 역시 박영채 선생이 촬영한 지점에서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로 같은 풍경을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도 더불어 몇 장의 봄 풍경을 촬영하였다.


어제부터 계속된 안마당과 바깥마당의 잔손질들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 상태에 진입하였고, 이제는 새로 심은 화초에 적당한 간격으로 물을 잘 주고 관심만 둔다면 무리 없이 식물들이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였다. 이런생각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현장의 작업반장께서 대문으로 들어오시더니 검은색 비닐봉투를 놓고 부랴부랴 문을 나섰는데 미처 무어냐고 물어볼 틈도 없어 비닐봉투를 열어 보니 상추와 가지, 고추, 토마토 모종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아마도 지난 겨울에 아내가 마당 한켠에 아주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었으면 한다는 얘기를 듣고 텃밭 가꾸기 준비를 도와주겠다고 하신 말씀을 잊지 않으시고 오늘 시간을 내어 우리집을 찾으신 것으로 보였다.


아직 조남호 선생, 박영채 선생과 얘기를 나누던 중이라 인사도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죄송하기 이를 데 없었고, 집 밖으로 나온 아내더러 반장님이 다녀가시면서 이런 것을 놓고 가셨다고 하자 차 한 잔 대접하지 못했다고 무척 서운해 하면서 큰아이와 더불어 모종과 삽을 들고 다시 안마당으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떠나기에 앞서 조남호 선생과 박영채 선생은 5월 중순 이후에 다시 한 번 더 촬영을 할 것이라면서 아주 짙푸른 녹음 이전의 연한 녹색 풍경과 어우러진 주택의 모습을 촬영할 것이라면서 건축전문잡지 가운데 C3와 WIDE에서 살구나무집을 다루길 원하는데 사진 촬영 등이 모두 종료되려면 아주 빨라야 건축잡지 7월호 쯤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너무 서둘지 말자는 의견을 나누기도 하였다.


손님들과 헤어진 후 집 마당에 이르자 아내와 아이는 벌써 상추모종을 모두 옮겨 심었고, 이제 토마토와 가지를 심겠다고 하는 중이어서 모종삽을 들고 나서서 정원용 상토와 흙을 섞은 뒤 모종 4개를 마당의 동쪽 끄트머리에 심고 각종 도구와 연장을 정리하는 등 뒷정리를 한 뒤 집 안으로 들었다. 해는 어느 덧 석양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고 일교차가 큰 까닭인지 조금은 차다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바람이 불 때마다 살구나무 꽃잎들이 하나 둘 바깥마당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주말의 고즈넉함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내일은 윗집의 P 교수와 약속한대로 서측 공원 일대에 퍼져 있는 칡뿌리를 제거하기로 한 날이다. 이미 P 교수가 칡을 제거하기 위한 약품을 구입하면서 처치 방법까지 익혀두었다고 하니 크게 힘이 들 일은 없을 것이니 그리 하기로 마음먹었고, 이틀 동안 새로 구입해 심은 야생화 역시 각각의 이름표를 붙여 두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큰아이가 이름표를 만들기로 하였는데 이름표를 꽂는 일은 내일로 미루자고 하였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름표가 붙은 식물만 하더라도 20종은 넘을 것이라 추정하며 내일은 각각의 사진 촬영과 더불어 개수로 한 번 세어보겠다고 마음먹는다.


오전에는 우리집에 나무 한 그루를 선물하겠다고 했던 조경전문가 진양교 선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뜰과 숲의 권춘희 소장께서 추천한 산딸나무 보다는 상록수를 심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과 함께 용송과 향나무 등의 수종을 권해 왔는데 딱히 마음을 정하기가 어려워 며칠 생각한 다음 우리 내외의 뜻을 다시 전하겠다는 것으로 전화를 마쳤다. 마침 오후에 집을 찾은 조남호 선생과 수종에 대해 의논하자 향나무 등은 현재의 주택 분위기에 잘 맞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하면서 그보다는 감나무나 산딸나무 등 비록 낙엽수일지라도 가지가 드러나는 수목을 고른다면 옹벽의 트인 부분에서 들여다보이는 풍경이 좋지 않겠느냐면서 권춘희 선생의 추천대로 산딸나무나 감나무 등이 분위기에 더욱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조남호 선생의 의견을 들은 아내 역시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시간을 두고 수종을 선택하면 좋겠다는 정도에서 생각을 접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5.26 11:45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한 조남호 선생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아내는 갑자기 닥친 추위에 현장에서 고생하는 분들과 현장소장을 위해 친구가 운영하는 떡집에 들러 3만 원짜리 맞춤떡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고 해서 송파구민회관 근처의 떡집에 들러 떡을 준비하여 현장에 도착하였다.

스치면서 본 현장은 커다란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내에 들어서자 모든 방에서 많은 인부들이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마당에는 준공검사를 위한 조경식재 작업이 한창이었다.

우선 눈에 띈 풍경은 아내가 그동안 걱정을 거듭하고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던 대청초등학교 뒷문과 우리집 사이의 옹벽 트인 부분에 대한 조치였다. 그동안 아내에게 여러 차례 설명을 해 둔 탓인지 모르지만 아내는 이 정도면 됐다는 표정이었고, 나 역시 서둘러 조남호 선생이 그래도 신경을 썼다면서 이 정도면 되었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하였다. 뚫린 부분을 적절하게 차폐한 철제 난간이 우려하던 내용에 대한 처리로서 완결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적어도 우리 내외가 걱정하던 정도에서는 한 발 앞서 나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현장은 조남호 선생이 언급했던 것처럼 난간 뒤에 바로 단풍나무가 한 그루 식재되었고, 그 아래는 쥐똥나무가 심겨진 상태여서 어느 정도 시선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모습은 외부 발코니 부분의 데크 처리가 모두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주방과 식당의 외부에 거의 정방형으로 만들어진 외부 발코니는 건축가의 말대로 남측 모두와 서측의 2/3 지점까지는 방부처리된 나무널이 각각의 직사각형 난간에 끼워진 모습이어서 초등학교와 도로측으로부터의 시선을 일부 차단할 수 있도록 조치되었으며, 거실 남동측 귀퉁이의 경우는 난간을 중심으로 안마당 방향으로 쥐똥나무가 밀식되는 작업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몇 명의 낯모르는 작업자들이 안마당과 바깥마당에서 분주하게 작업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대부분의 인력이 조경업체에서 나온 분들로 파악되었으며, 건축가가 그린 외부공간 계획도에 따라 조경수 식재작업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업체에서 나온 분들은 이 추위에 쥐똥나무 등이 온전하지 않을 것이며, 아마도 내년 봄 쯤에 건축주들이 마당과 외부공간을 새롭게 가꾸어야 할 것이라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분은 이미 마당에 심긴 배롱나무와 공작단풍을 보면서 여기 심겨진 나무값은 꽤 나가는 것이라면서 본격적인 추위에 앞서 동해방지를 위해 보온작업을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등의 조언을 주기도 하였으며, 쥐똥나무 여러 묶음을 심었지만 마당이나 외부공간은 여전히 허한 느낌이어서 우리 내외 역시 내년 봄이 되어서 조금 더 손을 보는 방법이 좋겠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되었다.


한편, 그동안 장비 반입 등과 작업인력의 효율적인 이동 등을 위해 남겨두었던 대지 동측의 담장도 모두 정리되 이제 온전하게 외부공간을 구획하고 위요하는 영역이 제대로 설정되었으며, 오수와 하수배관 역시 모두 지하공간에 연결되어 마당도 본격적인 마사토 얹기 작업을 남긴 것으로 판단되었다. 물론 추가 설치된 담장에 스토커 마감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두겁용 목재널이 그 위에 또 붙여져야 하는 등의 일정한 공정이 남겠지만 적어도 전체적인 윤곽은 마감작업을 위한 준비작업은 모두 마친 것으로 보였다. 이제 오늘 벌어지고 있는 식재작업이 마무리되는 즉시 아마도 마사토 깔기 작업 등이 추가될 것이고, 이 작업공정이 완결되면 외부공간에는 더 이상 손이 갈 일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마당의 동측에 묻힌 전기통신 맨홀의 전선작업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 하루 이틀 안에 외부공간의 마무리가 다 이루어질 것으로 보였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지난 주의 주차장 출입문 설치와 더불어 이번 주에는 대문도 모두 부착되었지만 디지털 도어의 작동을 위한 전기배선 등이 조금 남았을 뿐으로 판단되었다.


내부공사는 지난 주에 비해 특별하게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는 발견할 수 없었다. 우선 조명기구가 여전히 달리지 않았고, 각종 전기장치들이 눈에 띌 정도의 진척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에서의 가장 커다란 변화를 페인트칠 작업이 한창이라는 것과 욕실의 타일과 욕조 등이 이제 막 설치되거나 마무리되고 있는 정도였다.

이와 함께 2층 아이들 방의 다락방을 오르내릴 수 있는 사다리가 철제로 만들어졌고, 계단의 지지틀이 그대로 다락방의 난간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철물 디자인이 눈에 띠었다. 아울러 조명기구 설치를 위한 취부를 제외한다면 2층의 천정 페인트가 어느 정도는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천장에서 들어온 빛이 욕실로 이어지도록 한 개구부의 유리설치 작업 등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내부공사가 한창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여전히 더딘 발걸음으로 여겨졌고, 주변을 서성이던 현장소장은 우리 마음을 읽었는지 이제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중이므로 다음 주말이면 거의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였고, 건축가 역시 의심스런 눈길로 다음 주에는 많은 것이 진전된다는 것이냐고 소장에게 다그치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보아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는 보이지만 하나하나씩 이루어지고 있음은 분명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점 역시 발견되었다. 마침 이틀 전부터 바닥난방을 실시하고 있으며, 작업시간에는 ‘외출’ 모드로 난방을 하고 있는데 지하 보일러실의 배기구가 대문에서 현관으로 오르는 계단 동측의 외벽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곳을 통해 나오는 열기가 차가운 외부공기와 만나면서 바로 인접한 지하층 창문과 식당 서측의 창문에서 액화하면서 결로처럼 보이는 물방울이 생기고, 그 뭉방울이 그대로 창호에 흘러내리면서 일부는 창호 외부에서 얼기도 하고, 일부는 녹아내리면서 물이 흐르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었다. 설계과정이나 현장 시공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항들로 판단되었는지 모두들 조금은 당혹해하는 느낌이었는데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연도 두 가닥이 대문을 향하고 있는 보일러실 배기구에 뚜껑을 씌워 뜨거운 공기가 직접 창호에 닿지 않도록 조치하는 일이었다.


이 모습을 보며 난감해하던 건축가는 이대로 둘 수는 없으며, 매우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니만큼 자신이 적당한 아이디어를 낸 후 이를 디자인해 현장소장에게 알려줄 것이니 그대로 조치할 것을 지시하였고, 배기구를 연장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기는 하였지만 최종적으로는 건축가의 판단에 맡기고, 현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논의는 정리되었다. 오수관이 문제를 일으키더니 이제는 예상하지 못한 보일러 배기구가 다른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이 문제는 시공기간이 오히려 동절기였기 때문에 사전에 발견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크게 걱정을 않기로 하고 건축가의 지혜로운 대안이 적용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특별한 이견이 있거나 서로 심각하게 의논할 일이 없다는 현장소장의 언급에 따라 두 집 건축주들이 그저 현장의 진행상황을 한 번 살피는 것으로 현장방문을 마치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현장사무실에 들러 차를 한 잔 나누자고 해서 모두 현장사무실에 모였더니 조남호 선생이 수첩을 꺼내더니 흥미로운 얘기를 시작하였다.

다름 아니라 그동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서로 얘기를 나누었던 두 집의 강아지 집에 대한 스케치를 꺼낸 것인데 솔토건축의 안종진씨에게 강아지 집 디자인을 하라 했는데 너무 상상의 마래를 많이 펴는 바람에 조남호 소장이 나서서 스스로 스케치를 한 후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고 안종진씨에게 얘기를 했더니 자신이 생각한 것과 유사하다면서 너스레를 떨더라는 뒷 얘기를 전하면서 두 가지 대안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하나는 전통적인 강아지 집의 형태유형을 그대로 따른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강아지 집의 드나는 문의 모양을 사각형으로 바꾼 것이었다. P 교수는 전통적인 디자인을 중심으로 조금 다른 디자인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우리 내외는 사각형 출입구를 가진 강아지 집으로 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아울러 강아지 집의 입구에는 강아지 이름도 함께 새겨 넣어 흥미로운 결과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농담삼아 더불어 전해주었다. 옆에서 우리들의 얘기를 듣던 현장소장은 ‘참 별 일을 다 본다’는 심정인지 공구를 들고는 현장으로 나갔고, 사무실에 남았던 사람들은 현장소장의 속내를 파악하면서 오랜만에 호쾌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12시 30분부터 P 교수와 내가 함께 가야 할 아는 분의 아이 혼사가 있어 서둘러 자리를 떠야 하기에 강아지 집에 대한 의논을 마치고 현장을 떠나려는데 조경식재를 하는 작업인부가 나서서 자신의 차에 보면 다양한 화초와 나무 사진이 있으니 이번 겨울이 지나고 내년 봄에 연락을 해서 마당과 외부공간에 대해 조경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면서 안내서를 가져갈 것을 권해 두 집에서 각각 한 권씩 안내책자를 받아들고는 P 교수와 함께 검찰청 예식장으로 향했다. 이제 다음 주가 되면 좀 더 완성된 죽전 주택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주말을 보내기로 하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5.24 22:10

서울시립대학교 신본관 현상 설계에 당선된 뒤 그동안 실시설계를 해 왔던 조남호 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신본관 설계 문제 협의를 위해 학교에 왔는데 잘리에 있느냐는 전화였다. 마침 점심식사 중이어서 빨리 식사를 마치고 연구실로 내려가겠다고 한 뒤 건설공학관 로비에서 조남호 소장을 만났다. 나를 기다리면서 커피 한 잔을 먼저 먹었다는 조소장은 다소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얘기를 연다는 뜻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입주 날짜에 대해 물었다. 조소장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현장은 언제나 조금씩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지체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전제한 뒤 죽전 현장의 경우는 지금 조명기구의 현장반입이 매우 중요한 조건이라면서 조명기구가 다 들어오고 2~3일 정도 설치가 끝나면 비로소 벽체의 친환경 페인트 마감과 바닥재 시공 등이 후속작업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듣기로는 오늘 비로소 조명기구 납품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알토조명의 기구가 대부분이므로 혹시 연락 가능하다면 알토조명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가급적이면 이른 시간에 조명기기의 현장반입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고, 나는 바로 휴대전화를 찾아 전화를 넣었으나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전화연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어서 현장의 김봉섭 소장에게는 12월 18일을 마감시한으로 채근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현장소장이 착한 마음에서 완성도가 높은 건축을 하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아무래도 건축가인 자신이 여러 가지 궁리를 하는 바람에 소장 역시 마음이 상해 있을 것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공정이 지연되는 것은 건축가 자신도 바라는 바가 아니므로 건축주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현장 인력에 대한 은근한 채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현장에 입주 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지만 전반적으로 페인트 마감 후 통수 실험과 난방기 작동 여부 확인, 각종 실내작업에 따른 냄새 제거 등 신축주택의 모든 기능점검을 위한 시간이 완공된 후에도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는 점에서 조소장은 좀 더 여유있는 입주시간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안하였다.

나 역시 상당 부분 예상하던 일이었고, 내심 1월 초순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던 터여서 쉽게 조소장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가족들의 염려와 조바심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좀 더 신경을 쓰면서 공정이 빈틈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해달라는 부탁을 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물론 조소장과 최초 공사계약 당시를 떠올리면서 비싼 주택을 신축하는 것이 아니니 자신이 디테일 부분에 대해서는 까탈스럽게 굴지 않을 것이라고는 했지만 일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으며, 바로 이런 점에서 현장소장이 내심 불편해 하는 모양이라면서 현장소장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는 심정이었다.

이어서 몇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우선, 2층 아이들 방의 다락방 진입방식에 관한 것이었는데 처음의 생각과 달리 다락방으로 연결하는 사다리의 위치를 남측 창호 가까이에서 오르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현재의 다락을 오르려면 아이들 방의 동측과 서측 창호 앞에 사다리가 걸리게 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창호 하단부에 책상이나 다른 가구들을 놓는 방법이 지혜롭지 못하기 때문에 두 아이 모두 남측에서 다락으로 오르는 방법을 채택하겠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다른 이견이 없었다. 그동안 몇 차례 현장을 확인하면서 아무래도 다락으로 오르는 철제 계단이 창호를 가릴 것이 염려되었고, 이 경우 방의 전체적인 느낌이 조금은 산만해질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대안 역시 건축가가 지혜롭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청하였다.

두 번째는 식당 앞 서측의 외부 발코니 부분의 처리 문제였다. 이곳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는 점을 전제한 조남호 선생은 식당에서 외부공간으로 나가는 자그마한 발코니에 나무벤치를 설치하는 것인데 식구들이 모두 앉을 자그마한 장소이기는 하지만 남측의 초등학교 부분과 서측의 도로측 부분에 너무 드러나는 것이 염려되어 초등학교 방향(남측) 모두와 공원방향(서측) 길이의 2/3 정도를 철제 구조물 사이에 목재널을 끼워 시각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발코니를 처리하겠다는 것이었고, 나 역시 큰 이견 없이 동의하였다. 논의를 하는 과정에 내가 묻기를, 발코니 아래 부분의 외부공간에 감나무를 식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조금 키가 높은 감나무를 심으면 식당이나 거실에서 감이 열린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청초등학교 측에서 열린 옹벽의 개구부를 통해 서측 외부마당의 수목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풍경이 만들어질 것이라 찬성하였다. 원래 늦가을에 나무를 한 그루 보내준다던 지인의 약속이 현장사정 때문에 내년으로 미루어졌으니 아예 내년 봄에 감나무 한 그루를 보내줄 것을 청하겠노라 하였다.

바쁜 일정으로 움직이는 조남호 선생의 시간을 많이 뺏을 것이 염려되어 지난 주 현장에 가지 않았는데 일의 진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느냐고 묻자 현재까지 많은 변화가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중요한 공사가 진행중이라고 일러주었다.

우선은 내가 걱정하던 오수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번 주에 현대산업개발측에서 방문하여 자체 비용으로 공용 오수관을 꺼내 현장소장과 협조하여 분기관과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언급하면서 다행스럽게도 현대산업개발이 자신들의 비용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오수관 분기관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현장에서 파내려간 깊이와 범위가 생각보다 얕아 도로측에 상당한 깊이로 묻혀 있던 분기관을 현장 인력들이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현장에는 콘크리트와 조적 등으로 만들어진 담장과 발코니 등의 외곽을 철제난간으로 정리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테라스 설치공사는 마무리되었고, 서측과 현관 입구의 콘크리트 바닥타설 등이 완료되었다는 전언이었다. 물론 세세한 변화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한 사항은 현장에서 확인하면 된다는 뜻에서 이번 주말 현장방문 여부를 물었더니 당연히 갈 것이라는 얘기여서 토요일 오전 10시 쯤에 현장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서둘러 조소장과의 만남을 마무리하였다.

늦은 밤 학교 연구실로 P 교수의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 주말에 현장을 찾지 않아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다른 하나는 건축공사비 잔액의 지불에 관해 의논을 청한 전화였다. 지난 주 현장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떠나려는데 김봉섭 소장이 조심스런 투로 현장의 공사가 여러 가지 일로 지연되고, 다양한 자재가 동시에 반입되는 등의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데 자금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 형편이니 잔금을 조금 일찍 보내주면 좋겠다는 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건축공사비 잔금은 모두 내가 치러야 하는 것이지만 이는 두 명의 건축주 논의를 통해 집행되어야 하는 것인 만큼 P 교수 역시 나머지 잔금 모두를 한 번에 지불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라면서 나머지 건축공사비 전체의 10% 가운데 5% 정도를 먼저 지불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나 역시 내용적으로는 P 교수의 견해와 동일하고, 잔액 모두를 지불할 경우 혹시 생길 지도 모를 사건이나 우발적 비용 증가 문제에 대비할만한 비용이 없다는 점에서 내키는 대안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주말에 3자가 대화를 가지면서 적당한 방법을 모색하자고 의견을 냈고, P 교수 역시 그러마고 흔쾌하게 응낙하였다.

이번 주말의 논의과정에서 오늘 건축주 두 명이 공감한 대로 일처리가 진행 된다면 잔액 85,800,000원의 50%인 42,900,000원을 다음 주 초인 월요일에 지불하게 되고 마무리 잔액 42,900,000원은 준공검사 후 입주 예정일을 정한 뒤 처리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5.20 00:31

오랜만에 현장에 가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이라는 생각으로 느긋한 주말을 보내는 중에 조남호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자신은 방배동의 다른 프로젝트 문제로 죽전 현장에 들렀다가 방배동으로 이동하는 중인데 오늘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는 날인데 현장이 오지 않아 궁금하던 차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내 경우와는 달리 아직 현장에 남아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P 교수에게 전화를 거니 이상목 실장을 바꿔 주었다. 이상목 실장에게 오늘 내가 꼭 현장에 가야 하냐고 묻자 오시면 좋겠다는 대답이어서 아내와 서둘러 준비를 하고 현장으로 이동하였다.

현장은 제법 여러 군데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사무실에 도착하자 아직 현장을 떠나지 않은 P 교수 내외와 이상목 실장 그리고 김봉섭 소장이 반겨주었다. 이어서 이상목 실장의 설명이 이어졌는데 핵심적인 의논 사항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전에 도면을 주고 알토조명으로부터 받은 견적내용을 기본으로 건축주들과 의논한 내용을 다시 보내 정밀한 견적을 요청하여 받아보니 사무소의 예상을 훨씬 넘는 비용이 계상되어 조명 공사비 전체에 차질을 초래할 것이 우려되어 이를 유사한 디자인의 다른 제품으로 일부 바꾸고, 마당 등에 설치하기로 한 조명기구 등을 일부 솎아내는 등의 작업을 거쳐 조명기기 선정작업을 솔토건축이 새롭게 했다는 것이었는데 P 교수 내외와 우리 부부는 모두 이 의견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였다.

두 번째 안건은 대문과 현관의 비디오폰+디지털 도어록에 관한 것이었다. 제안된 내용 가운데 1안은 대문에서는 목소리로 방문자를 확인하는 방식이지만 디지털 도어록은 가능하고, 현관에서는 비디오폰을 이용해 방문자의 모습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2안은 대문과 현관 모두에서 비디오폰으로 방문자를 확인하는 동시에 디지털 도어록으로 문을 개폐할 수 있는 것으로 제안되었다. 나와 아내는 하루 전에 이 문제를 이미 상의했던 터여서 2안을 택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까닭에 2안으로 시공해 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이는 약간의 비용 증가가 수반된다는 것이었다. 내친 김에 증가 비용을 묻자 따로 따로 계산한 것이 아니라 조명기구에서 약간 줄어드는 비용을 비디오폰 추가비용에 다시 산입하는 방식이어서 적게는 80만 원에서 120만 원 내외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대답이었다. 아내는 그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두 곳 모두에서 비디오폰과 디지털 도어록으로 확인하고 개폐하는 방식을 원한다고 하였고, 나 역시 아내의 의견에 따랐다.

P 교수는 3안을 제안하였다. 3안이란 어차피 단독주택이어서 KT Telecop이나 SECOM 등 보안 전문업체에 경비용역을 맡길 것이라면 그들도 아예 디지털 도어록 일체형 서비스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서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방법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이미 이곳에 주택을 새로 지어 입주한 이웃들이 모두 KT Telecop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으므로 2중 안전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경우는 SECOM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제안도 새로운 아이디어여서 그 문제는 솔토건축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다음에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대강의 합의를 마쳤다.

이어진 논의는 우리집에만 해당하는 것으로서 우수관 문제였다. 아직까지 대청초등학교 뒷길을 지나는 우수관에서 우리집으로 분기한 줄기를 찾지 못했는데 어제 한국토지주택공사 담당자와 죽전택지개발지구를 토목 시공한 현대산업개발의 담당자가 현장에 모여 의논한 결과 다음 주 화요일 정도에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장비를 동원하여 현장으로 나와 도로굴착 등을 통해 우수관의 분기점을 찾는다는 것이었고, 나는 그에 따른 비용 문제는 일전에 언급한 것처럼 부담할 용의가 없으니 현장소장이 알아서 정리해 달라는 뜻을 주장하였고, 김봉섭 소장은 언제나 그러하듯 빙그레 웃으면서 확답은 피한 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대답을 주었다.

현장을 떠나면서 이상목 실장에게 오늘 설명한 조명기기 선정 내용을 이메일로 다시 보내줄 것을 요청하였고, 아울러 현장에 설치된 컴퓨터에 현장에서의 작업사진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현장소장에게 나중에 집이 다 지어진 뒤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다양한 작업공정과 해당 공정의 공사진척 모습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드릴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앞으로 이 기록을 책으로 출간한다면 퍽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요청한 말인데 현장소장의 흔쾌한 답변이 마음에 들었다.

집에 있는 아이의 식사 문제로 P 교수 아내가 먼저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비록 가깝지만 걸어가는 방법 이외에 이렇다할 방법이 없는 P 교수를 내 차에 태워 분당의 집에 내려준 뒤 서둘러 잠실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결국 이번 주는 거의 하루 정도만 빼놓고 나나 아내가 각각 혹은 둘이 함께 매일 죽전의 주택건설 현장을 찾은 셈이다. 이런 생각에서 현장을 서둘러 빠져 나오면서 마주친 작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너무 자주 현장을 찾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였다. 현장소장은 현장을 떠나는 우리들에게 다음 주말에도 현장에는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먼저 못을 박아놓는 바람에 다음 주도 우리 의지대로 현장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음 주 토요일이면 12월 4일이고, 당일에는 대학원 신입생 면접위원의 역할을 해야 해서 현장을 찾더라도 아내 혼자 와야 하는 상황이 되는 바람에 아내더러 다음 주말에는 현장을 찾지 말라고 일러두기도 하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5.17 15:51

다시 토요일이어서 현장으로 출발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그리 상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다름 아니라 우수관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하자 조남호 소장과 김봉섭 소장 그리고 이상목 실장 등 현장 관계자 모두가 현장에 이미 도착해 있었으며,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우선 현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마당에 한식담장이 설치되었고, 대지 서측의 옹벽 거푸집이 제거되었다는 것이다. 거푸집 제거가 끝난 모습은 비교적 공간을 분명하게 구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으며, 마당의 한식담장은 약간 높은 느낌이었다. 마당의 한식담장을 본 아내는 길이도 조금 긴 것으로 보이고, 높이는 특히 더 낮추어야 할 것이라면서 그닥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장을 함께 둘러보던 조남호 소장 역시 아내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현재 시멘트 블록으로 쌓은 부분을 두 장 정도 내려야 하고, 길이도 70cm 정도를 줄여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현장에 지시하였으며, 김봉섭 소장 역시 이를 수긍하였지만 우리 내외를 향해서는 그렇게 된다면 마무리 선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키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자 이상목 실장이 다시 나서서 직접 줄자를 재면서 위로는 두 칸을 줄이고, 길이는 70에서 1m 내외 정도를 더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정리하는 바람에 우리 내외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장의 전반적인 모습은 본격적인 내장공사가 계속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우선 윗집의 지하공간이 거의 목공소를 방불하게 하는 모습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아랫집 1층에도 페인트와 석고보드 등이 쌓여 있어 누가보아도 본격적인 내장공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밖의 현장 풍경은 지난 주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어서 내친 김에 수목식재와 관련한 두 가지 사항에 대해 현장소장과 건축가에게 질문하였다. 하나는 서측 외부공간에 왕벚나무를 심었으면 하는데 아직 잔토정리와 구배마감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식재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고, 이에 대해 건축가와 현장소장 모두 그렇다는 대답이어서 대안을 모색하자고 하자 마당의 남동측 모서리에 왕벚나무를 심을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내침 김에 왕벚나무를 배송하는 업체에 전화를 넣으니 그들이 받은 부탁은 안성에 있는 왕벚나무를 차에 실어 현장에 가져가는 것이 자신들에게 주어졌을 뿐 차에서 나무를 내려 식재를 하는 것은 건축주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서 내가 수목 기증자로부터 들었던 것과 달라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하겠노라 한 뒤 통화를 마쳤다. 이 일은 수요일에 다른 일로 만나기로 한 분과 다시 만나 의논하는 것으로 문제를 정리하였다.

또 한가지는 한식담장의 동측 끝선에 맞춰서 배롱나무를 심는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건축가와 현장소장 모두가 흔쾌히 자리를 잘 잡아 한식담장의 동측 끝선에서 남쪽으로 1m 이상을 이격한 곳에 나무를 식재하기로 하고, 그 일정이 정해지면 당일 일을 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요청해서 왕벚나무를 배롱나무와 같이 식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어서 그리 하기로 잠정 결정하였다.

마침 P 교수가 현장에 도착하여 사무실에서 본격적인 문제점 논의에 들어갔다. 현장소장의 설명으로 시작된 논의는 결국 윗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1393-7번지 아랫집에만 국한된 것인데, 우수관과 오수관 처리가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그 가운데 우수관 배관이 1393-7번지의 대지 안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일로 이번 주에 전문업체가 와서 내시경으로 현장을 살폈는데 대청초등학교 쪽 도로 하부에 오수관이 지나가고 있어 1393-4번지부터 내시경으로 지하를 확인한 결과 우수관이 대지 남측에 만들어져 있는 것은 확인되었다면서 촬영화면을 공개하였다. 동영상을 본 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일정 지점에서 줄기가 만들어진 것은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 줄기가 1393-7번지 지하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 현장소장의 설명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그동안 마당 전후면의 빗물처리가 잘 안 된 것으로 판단되었고, 현장소장 혼자 속으로 이 문제를 끙끙대면서 앓다가 이제야 공개를 한 것이라 판단되었다. 건축가는 이런 문제를 왜 지금에 와서 말하느냐면서 현장시공업체를 나무랐고, 나 역시 오래 전부터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였다.


오수관 역시 약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 오수관에 대한 동영상을 보니 우리집으로 분기되는 지점에 오수관이 설치되어 있는데 화면상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온갖 건축자재가 분기줄기를 막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문제는 사전에 용인시에 민원을 넣어 문제해결을 위해 공무원이 현장을 조사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문제 역시 말끔하게 처리해 줄 것을 현장에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이어서 우수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었는데 결국 현장소장의 설명과 대안대로 일을 처리하기도 합의하였다. 크게 3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인 바, 첫째는 도시가스관 인입선을 찾는다는 이유를 들어 대지 남측의 도로를 일부 굴착해서 줄기를 찾고 이 방법이 효과를 보면 그곳에 우수관을 이어 설치하면 문제는 해소되는 것이므로 모두들 이 대안이 효과를 볼 것을 기대하였다. 이 방법은 당장 내일부터 시작할 것을 현장소장이 약속하였으며, 내일 오후에 업체가 와서 도로 일부를 굴착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둘째는 용인시청에서 우수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왔을 때 오수관 문제를 제기하여 용인시 책임 하에 오수관 문제도 일괄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이 대안은 1안이 잘 되지 않았을 경우 시행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마지막 대안은 결국 외부 전문업체에게 용역을 맡겨 제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서 비용은 견적을 받아본 결과 대략 650만 원 내외가 소요될 것이고, 일정을 도로굴착 허가 등의 행정처리 기한을 감안할 때 보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이 대안은 그 이전에 시도하기로 한 두 가지 문제 해결 방안으로 불가능할 때 상정할 수 있는 것으로서 비용이 분담 부분은 서로가 껄끄러운 까닭인지 아무도 언급하는 사람이 없어 논의되지 않았다.

이어서는 벽지 선정 작업과 조명기기 선정 작업이 본격 진행되었다. 우리집의 경우 벽지는 1층과 2층을 모두 통일하는 방향으로 아내와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너무 밝은 것이 아닌 백색 계열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P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아내와 의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벽지 샘플이 묶인 책을 모두 차에 실어 토요일 중에 가족들과 의논하고 일요일에 다시 현장에 와 결정하겠노라면서 벽지 샘플 책을 차량 트렁트에 싣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본격적인 조명기기 선정작업이 논의되었다. 조명기기에 대한 견적은 국내에서 가장 유명새가 높은 알토조명으로부터 견적을 받기로 하였고, 그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면서 알토조명이 만들어 준 ppt 내용을 프린트한 것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갑론을박과 선정 후 취소, 다른 대안의 선택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두 집 모두 대강의 내용이 정리되었다. 위치별 유형별 조명기기 선택은 다음 주 월요일에 솔토건축에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보내주기로 하였다.

이어서 현관출입문 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었다. Filobe 창호가 제작공급한 현재의 현관출입문은 마치 데크로 나가는 문처럼 보여 중후함이 없다는 것이 두 집의 불만이었고, 필로브 창호에 문의한 결과 그들은 육중한 현관출입문은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보조철물을 붙여서 투명유리의 칸을 나누는 방법을 건의한다는 것이었고, 이에 대해 건축가가 보조철물을 간격이 좁게 붙이는 방법을 이상목 실장에게 지시하여 그 결과를 보기로 하였으며, 디지털 도어록을 붙이기에 문틀이 워낙 좁아 마땅한 생산품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라고 하자 이 문제는 P 교수가 일본의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조사한 뒤 제안하기로 하고 토요일의 현장 미팅을 마무리하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5.12 23:00

주말을 맞아 다시 찾은 현장은 창호 프레임이 완전히 끼워지고 유리도 현장에 반입되어 창틀에 끼운 상태이며, 대부분의 창호 공틀도 적당히 마무리되고 있는 형편이었다. 며칠 동안 계속된 안개 탓에 현장은 아직도 뿌연 공기였으며,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을 먹는 분들의 숫자가 거의 10명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보아 본격적인 내부 공사 마무리 작업과 함께 마당 정리와 외곽 정리 등이 숨가쁘게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마당의 풍경은 아직도 여전히 지난 주와 같은 상태로 판단되지만 각종 전기공사와 정보통신선의 인입 등이 거의 마무리되는 모습으로 버였고, 윗집 마당 한 켠에는 데크공사를 위한 목재 등이 반입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머지 않아 마당공사도 곧 마무리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판단되었다.


특별히 현장소장과 의논해야 할 쟁점은 없는 상황이어서 아내와 나는 P 교수와 더불어 현장의 곳곳을 구경하는 정도로 주말의 현장방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솔토건축의 이상목 팀장이 나와 이리저리 챙기느라 바쁜 걸음이었고, 현장 반장과 더불어 여러 가지 현안응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그 가운데 눈에 띈 모습은 아랫집 서측의 대지경계 부분에 설치되는 옹벽 공사 준비과정이었다. 꼭 어렵게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 대지 서측의 옹벽 역시 조남호 선생이 송판 무늬 노출콘크리트로 시공할 것을 지시한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작업공간에서 경사진 부분을 송판 무늬목을 대느라 애쓰는 현장 작업자들을 보며 약간의 죄스러운 기분도 들었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을 쓰는 건축가에게 고마운 마음이었다. 내부와 외부 모두를 송판 무늬 노출콘크리트로 할 모양인 것으로 보이는데, 외부나 내부의 상당부분은 흙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아도 괜찮을 듯 보이는 곳인데도 너무 세밀하게 우리를 배려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또 하나 특이한 변화는 서재 창문의 외벽에 건축가가 말한 것처럼 비가림을 위한 차양이 알루미늄으로 설치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사뭇 궁금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모습을 갖춰 가는 형국이었다.


윗집은 대부분 실내 석고보드 1차 마감이 완결된 상태였으며, 주말을 이용하여 두 겹으로 설계된 것처럼 마무리 석고보드를 붙일 작정이라는 것이 현장소장의 설명이었다. 아직 아랫집은 석고보드 붙이기 공정이 본격 시작되지 않아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가 궁금하지만 윗집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특별한 문제없이 일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2층 큰아이 방 앞의 데크작업을 위한 준비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데크 하단부를 높은 목재로 지지하도록 하고, 데크 서측으로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난간설치 작업이 진행중이었고, 지하실은 내부 도장이 일부 마무리되었으며 일시적인 가설물인지 아니면 영구적으로 설치할 것인지 모를 철제 선반틀이 1차 도장을 마친 상태에서 놓여 있었다.


아내는 공정이 자꾸 뒤로 밀리는 것이 불안해서인지 김봉섭 소장에게 좀 더 작업 공정을 당겨 일처리를 해 줄 것을 주문하였으며, 나 역시 허투루 할 것은 아니지만 공사계약 기간을 한 달 반 이상이나 지체할 것으로 보이는 현장에서의 작업에 좀 더 주목할 것을 청하였다. 우스개소리로 이렇게 공정이 지연되는 까닭이 순수하게 현장의 문제나 지난 여름의 폭우 때문이 아니라 건축가 조남호의 까탈스러움에 있는 것은 아니냐고 다그치자 김봉섭 소장은 웃는 낯으로 그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답할 입장이 아니라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하였다.

아무튼 건축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공사를 잘 해달라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수도와 지하실의 도색을 한 번 살피는 것으로 주말의 현장 나들이를 마치고 작은 아이가 원하는대로 온 식구가 차를 몰아 서판교 끄트머리의 일키로 칼국수집에서 조개요리와 칼국수로 늦은 점심을 대신하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
살구나무집_일기2011.05.12 19:12

토요일을 맞아 다시 찾은 현장은 본격적인 지반공사가 한창이었다. 대지 서측 경사지는 옹벽 설치를 위한 바닥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안마당은 전기통신 설비와 하수처리 맨홀이 파이프와 함께 매립되고 있었다.


예전에 비해 현장의 작업자들도 상대적으로 많아졌고, 목공, 전기, 상하수도, 콘크리트 타설 분야의 작업자들이 동시에 모여 작업 공정을 의논하면서 진도를 맞추는 모습이었다. 현장소장의 작업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주차장 외벽의 가스계량기는 그 위치 설정에 대한 건축가의 불만족으로 일단 중단된 상태였지만 다른 곳은 매우 바쁜 모습으로 공사가 진행중임을 알 수 있게 하는 풍경이었다.


내부는 지난번에 비해 크게 진전된 것이 도드라지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모든 개구부의 문짝 프레임은 완료된 것으로 보였고 자잘한 보조 공정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 한 가지 눈에 띤 모습은 그동안 건축주들이 걱정하고 있던 지하수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그에 따라 윗집과 아랫집 사이의 옹벽 설치를 위한 거푸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김봉섭 소장이 걱정했던 그대로 건축가의 구체적인 작업 지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었다.


현장을 둘러보고 조남호 선생, 김봉섭 소장과 외부공간 처리문제를 논의하고 이어서 아랫집 주방 부분의 디자인 조정에 관한 의논을 하는 도중에 P 교수가 도착했다. 우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방 부분의 아일랜드형 보조 식탁과 지금의 집에서 사용하는 식탁을 나란히 붙여 사용하는 방법이 좋겠다는 것이 건축가의 조언이었다. 그래야만 비로서 동서 방향으로 창이 마주하면서 실내 개방감이 강화되는 동시에 남측 벽면이 강한 힘을 가지는 느낌을 주게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두 집의 건축주들에게 건축가인 조남호 선생이 공간의 쓰임새에 대해 적극적인 권고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일단 건축물을 준공한 뒤 각자의 집안 식구들이 공간을 점유하고 사용하면서 어느 것이 편안한 방법인지를 살펴가면서 식탁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고, 이어서 위아랫집 아내들이 결정한 아일랜드형 카운터의 보조식탁으로의 사용 여부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즉, 평상시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아일랜드 카운터는 별도의 높은 의자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이럴 경우에는 카운터 하단부가 안쪽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건축가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 의견은 두 집 건축주의 반대로 그동안의 결정 내용대로 하되 상판에 비해 안으로 들어가는 깊이는 최소 20cm 내외가 되도록 한다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며, 안쪽으로 들어간 부분의 색채는 우리집에서 고른 초콜릿색보다는 흰색이 더욱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건축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P 교수는 이 문제는 아내와 좀 더 궁리한 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유보 의견을 보였다.

조남호 소장이 떠나기에 앞서 그동안 조금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문제를 꺼내보았다. 다름 아니라 2층 가족실의 카운터 상판이 같은 높이로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아이 방 쪽으로는 한 단 낮아지고 그 위에 소형 세면대가 놓이도록 되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얘기하자마자 건축가 조남호 선생은 ‘그 문제는 사무실에서 이상목 실장의 얘기를 건네 받았는데 건축가 스스로의 독단으로 이미 높낮이가 없이 수평으로 놓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아내의 청을 가볍게 묵살한 것으로서, 나와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솔토건축의 이상목 실장과 합의한 바 있는 아내의 의견이었다. 아내 역시 건축가의 설명에 동의하는 표정이었고 별다른 이견 없이 같은 높이로 하되 아이들이 의자를 사용하면서 카운터를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높이로 조정했으면 한다는 다소 소극적인 의견을 표명하였다.

현장을 둘러보던 아내는 마당에 수많은 파이프와 맨홀 등이 묻히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시설물과 파이프 등이 매설되면 어디에 나무를 심느냐고 물었고 현장소장은 나무 심을 곳은 충분하다고 자신 있게 답하였으며, 재활용품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을 위해 대문 좌측의 낮은 담장 높이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를 함께 의논하여 1m 20cm 정도로 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하였다.


오랜 만에 현장을 찾은 작은 아이는 조남호 선생에게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본 다락방처럼 자신이 쓸 방의 상부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도 텔레비전에 나온 것처럼 접이식으로 만들어달라고 투정을 부렸는데 그러려면 다락방의 바닥 중간이 접이식 의자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시공된 경우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그래도 어찌 해 볼 수 없느냐고 재차 투정을 부렸다. 그러자 현장소장은 도면을 꺼내 보여주면서 다락방의 긴 방향으로 목재가 건너갔기 때문에 중간에 구멍을 내면 다락방 자체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해 주었고, 그 사이에 건축가는 스케치를 해서 작은 아이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현장사무실에서 차를 둔 대청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다시 한 번 아랫집의 곳곳을 구경하면서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려 현장을 나서려는데 조남호 선생이 다가와 두 집의 조명예산이 비록 적지만 그래도 정성을 들여 본다는 입장에서 알토조명에 견적을 의뢰했다면서 아는 분이 계시면 조금 얘기를 건네 달라는 것이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알토조명의 이성재 전무께 전화를 넣었으나 토요일이어서인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거는 사이 아내는 솔토건축의 이상목 실장에게 전화를 넣어 오늘 있었던 몇 가지 의논 사항을 재차 확인하고 오후에 한샘전시장을 둘러본 뒤 다시 전화를 주겠노라 약속하였다.


다소 늦은 점심을 마쳤는데 아직도 두 곳을 더 들러보아야 할 과제가 남아 잇다. 먼저 갈 곳은 한샘 잠실 전시장이고 다른 한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잠실 한샘전시장에서는 주방 싱크 상판을 최종 결정하고, 아일랜드형 보조식탁에 다리가 들어가는 부분의 깊이를 물건을 보면서 살펴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매장 직원의 안내와 설명을 들으면서 최종 결정한 주방 싱크 상판은 ‘라토나’로서 결국 윗집인 P 교수댁에서 고른 것과 같은 것이 되고 말았으며, 보조주방으로 쓰일 아일랜드 형 식탁의 하부 들어갈 부분의 깊이는 대략 25cm 정도로 하기로 의논을 모았고, 즉시 솔토건축의 이상목 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려주었다. 이제 더 이상의 변경이 생기면 수정이 어려운 시기일 뿐만 아니라 비용 산정에 있어서도 복잡함이 생기는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방 상판을 변경하면서 약간의 비용증가가 예상되어 매장 직원에게 물으니 먼저 선택한 것의 1.5배 정도가 된다는 대답이었다. 매장을 떠나기 전 오전에 전화를 걸었던 알토조명의 이성재 전무로부터 전화를 걸려 왔다. 조명기기 견적 의뢰에 대한 대강의 사정을 얘기하고 잘 부탁한다고 하자 월요일 출근 후 알아보겠노라는 답을 얻었다.

한샘 전시장을 나와 가까이 위치한 롯데백화점에 들러서는 바로 LG 전시장으로 이동하였다. 그동안 몇 차례 백화점과 전시장 등을 둘러보았고 제품안내서까지 모두 자세하게 살핀 바 있는 아내는 마음에 두었던 것들이 전시된 곳으로 나를 이끌면서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으며 뒤를 따르던 직원은 내일(10월 31일)까지가 자신이 할인해 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니 서둘러 구매하라면서 제품 구매를 채근하였다. 그렇다고 그 분에게 우리는 단지 제품을 확인하고 모델번호를 적어가기 위해 매장에 들른 것이라고는 할 수 없기에 조금은 미안한 기색과 태도로 구입할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을 꼼꼼하게 살핀 뒤 매장을 벗어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줄자를 들고 주방 카운터와 보울 등 설비와 가구 사이즈를 재던 아내는 죽전 주택의 경우가 지금의 아파트에 비해 주방 카운터와 아일랜드의 폭이 훨씬 더 넓다면서 흡족해하더니 LG전자의 제품안내서를 가져와 내게 건네면서 주택신축과 더불어 새로 구입하기를 원하는 가전제품의 종류와 모델을 일일이 가리키녀 새로 구입하여야 한다는 압력을 주었다. 몇일 전 우연히 회의 장소에서 만난 모 건설사 임원이 아는 경로를 통해 조금 싼 값으로 LG의 가전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으니 제품의 모델번호를 적어 보내 달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 대부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너무 오래된 냉장고 등을 새로 바꾸고 그동안 마음속에 두었던 사고 싶었던 제품들을 여기에 더한 아내의 구입 희망기기는 모두 4종류였다. 기존의 것이 너무 낡아 이번 기회에 교체하기를 희망하는 제품은 냉장고이고, 이미 하나를 가지고 있으나 추가로 하나를 더 구입하기를 희망한 것은 김치냉장고, 없던 것인데 정말 갖고 싶다는 제품은 냉동고, 그리고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새로 생긴 넓은 벽면에 붙이고 싶어 하는 제품이 바로 55인치 LED 텔레비전이다. 모 건설사의 임원에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보내기로 하고, 더불어 P 교수도 샤로 구입한 가전제품이 있는지를 채근할 겸해서 모델번호와 규격 등을 정리하였다. 다만, 냉장고의 용량 차이로 인해 주방 싱크 상판으로부터 돌출되는 부분이 어떨가 싶어 두 가지 모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것이 아내의 의견이어서 이들 두 가지 모델을 모두 구매 대상으로 상정하였다.

늦은 밤 P 교수 역시 내게 보내달라 했던 LG 가전제품의 목록을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P 교수가 보낸 메일에는 에누리닷컴과 LG베스트숍의 최저 가격이 명시되어 있었는데 역시 철저한 그 성격은 누구도 따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김치냉장고는 각각 187만 원과 225만 원, 드럼세탁기는 82만 5천 원과 95만 원, 광파오븐렌지는 426,789원과 47만 원, 그리고 로봇청소기는 54만 7천 원과 60만 원으로 이메일 문건에 적혀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아내는 앞으로 신축현장에 투입될 돈 문제를 언급하면서 11월 20일로 약정한 추가공사비와 측량비, 가스 및 수도설비 인입비 등의 제세공과금은 마련되어 있는데 최초 계약한 공사비의 잔액 10%를 지불하기 위해서 비축해두었던 비용의 해지 약정일을 11월 말로 다시 연장했다면서 한 달 동안의 이자가 7만 원 정도가 되는데 그 비용도 아껴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동의를 구해 왔고,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그 의견에 동조하였다.

늦은 밤 별안간 아내가 줄자를 꺼내더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주방의 곳곳에 대해 수치를 재면서 솔토건축과 한샘 부엌가구로부터 받은 도면들과 일일이 비교를 하는 것이었다. 어느 쪽은 넓고, 다른 쪽은 짧다는 등의 혼잣말을 하면서 주방의 치수를 재자 작은 아이가 하는 말은 “엄마, 또 공부해?” 였다. 신축공사를 시작하던 때와 달리 요즘은 부쩍 집짓는 일에 신경이 쓰인다면서 다른 곳은 몰라도 주방이나 욕실, 수납장 등은 반드시 자신이 최종 확인할 것이니 그리 알라는 엄포를 놓기도 하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살구아저씨 살구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