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나이2010.11.26 11:26

하루의 대부분을 먹는 일에 바치는 소설 속의 화자, 나. '서나영'은 초등학교 동창생인 '지훈'과 대학친구 '수진'과 '유리', 그리고 애인인 '성우'와의 관계망에 소속된 여성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딱히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라 빨리 결혼하고 싶었고, 또 그럴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세상은 다르다는 현실을 깨달은 이후부터는 요리 관련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먹는 일에 바치거나 먹는 일에 생각을 쏟아부었다.

즉, 현모양처가 꿈이었지만 현숙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아이도 없었으며,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한 필수요소인 남편도 없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하루의 대부분을 먹는 일에 바치는 현재를 만들고 말았다. 지훈은 공식적으로 나영의 대학동창이자 친구인 유리의 애인이었고, 초등학교 때 마음에 두었던 첫사랑의 대상이었다. 아무튼 서나영은 초등학교 이후 부모의 별거로 아버지와 살게 되었으며, 언니는 자신과 달리 엄마를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게 된다. 엄마와 아빠 사이를 오가며 생활한 나영은 결국 어려서부터 이들 친구들과 모든 일을 의논하고 결정하는 일상을 유지하였고,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 수진을 만나러 도서관에 갔다가 지금의 애인인 성우를 만났다. 친구 지훈과 애인 성우 사이에서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무덤덤하게 일상을 다스리던 나영은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자신의 생각 때문에 애인 성우와 헤어지게 되었으며, 친구 지훈과는 새로운 마음으로 사귀게 된다. 그리고는 늘 자신의 연애관에 대해 생각한다. 연애도 마치 요리처럼 레시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니는 아주 날씬한 편이다. 서른이 훨씬 넘은 여자가 아직도 이런 몸매를 유지하고 있으려면 아마 남모르게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도 저런 몸매를 가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하늘이 불공평한 거겠지."

from 박주영, [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파주, (주)문학동네, 2008년 3월(초판),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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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15 17:37

『문학동네』 2004년 여름호에 발표되었던 김인숙의 <감옥의 뜰>은 한 해 뒤인 2005년 한여름에 다시 [그 여자의 자서전]이라는 표제를 단 작가의 네 번째 작품집을 통해 일반대중에게 다가왔다. 이 소설집은 2000년에 낸 작품집 후 5년만의 일이었는데, 작가는 그 5년의 시간 가운데 2년을 중국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유난히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많이 읽도록 여러 작품들을 배열해 놓았다. 그렇게 중국에 머무는 동안 평화롭고 평안했었던 때문인지 소설집의 말미에 담긴 차미령의 해설에 따르면, <감옥의 뜰>과 더불어 이 작품과 같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바다와 나비>가 이번 소설집에서 눈에 띄는 수작이라고 평한 바 있다.

<감옥
의 뜰>은 한 여자가 화장장의 재로 변하던 날을 중심으로 그녀를 애틋하게 사모했던 남자가 그녀와 완전하게 이별하는 이틀 동안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한국에서 서른다섯의 나이에 주식 투자로 돈을 몽땅 잃고 급기야는 아내로부터 이혼까지 당한 뒤 중국으로 흘러든 남자 ‘규상’과 역시 한국의 남편으로부터 내동댕이쳐져 중국으로 떠나 온 여자 ‘화선’은 모두 중심의 외곽을 서성이는 주변인이다. 따라서 그들의 생은 곧 부박하고 서걱거리는 동시에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여전히 채우지 못하는 부박의 공극의 크기만을 키워갈 뿐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만난 주변인들의 핍진한 운명과 그 운명 속에 간신히 끈을 대고 있는 생활은 채워지지 않는 슬픔의 연속이며, 급기야는 참아낼 수 없는 고통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들이닥친 관광객들의 뒤치다꺼리를 감내해야 하는 ‘규상’은 그 모든 족쇄로부터 탈출하여 무언가 새로운 진공의 상태를 다가가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며, 소위 엑스터시를 꿈꿀 뿐이다. 그것이 마약이 되었건, 아니면 죽음이 되었건 간에.
 
따라
서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침한 어둠과 그 어둠을 짓누르는 인간들의 광폭한 소음이며, 비관주의에 빠진 소설 속 주인공의 생에 대한 환멸과 자기파괴의 엑스터시는 뤼순의 사형대 밑에서 극대화된다. ‘생은 향기롭게 썪어 가야 하는 흙이어야 했으나 그의 흙은 이미 메말라버린’ 것이며, 그 순간 한국의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한 ‘화선’의 이미지는 동질적 비관주의와 슬픔으로 확장된다. 이는 결국 주변인들의 생에 대한 환멸과 슬픔 그리고 아무런 희망도 내보일 수 없는 인생의 궤적 모두를 일반화하는 동기가 되면서 잔잔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비관적 삶의 연대의식을 하필 중국을 배경으로 한 곳에 두고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다보면 그 역의 함수 또한 능히 그러하리라는 짐작을 낳게 한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국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고 뱃길을 통해 연일 찾아드는 중국의 조선족 사람들이나 동남아시아의 이주 노동자들을 마주 대하면서 ‘규상’과 ‘화선’을 중첩시키게 된다.

"안중근 의사는 서른한 살에 죽었다. 안중근 의사는 서른 살에 이등박문을 저격했다. 하얼삔 역에서 그는 이등박문을 저격하고. 꼬레아 우라,라고 러시아 말로 조선 만세를 외치고, 그리고 서른한 살에 여순감옥에서 죽었다."

from 김인숙, <감옥의 뜰>, [그 여자의 자서전], 창비, 2005년 8월,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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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12 11:06

이미 탄탄한 단편소설로 자기의 소설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 김미월의 첫 장편소설 [여덟 번째 방]은 작가의 첫 소설집인 [서울 동굴 가이드]와 여러 부분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진 작품으로 읽힌다. 자기만의 동굴로 숨어버린 상처 받은 영혼들의 모습을 그려냈던 작가가 이번에는 동굴의 유사어이자 비유어인 '방'을 무대로 젊은이들의 일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지만 자신의 방에만 갇히지 않고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설은 두 축의 서사로 진행된다. 스물 다섯 살의 휴학생 '오영대'는 '88만원 세대'의 전형이다. 그런 그에게 "꿈이 뭐냐"는 질문은 난데없이 출몰한 괴물과 같이 당혹스럽고 불편한 것이다. 짝사랑하던 연상의 여자에게 너는 꿈이 없다는 말로 차인 뒤 영대는 최초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하며 부모를 떠나 월세 10만 원짜리 지하방으로 독립한다. 그의 능력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고작 대각선 방향으로 누워야만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좁은 곳, 다중주택의 지하방이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방에서 살다가 떠난 누군가의 박스에서 소설습작으로 보이는 노트를 발견하고, 그 글을 쓴 서른 살 '김지영'의 삶과 만나게 된다. 김지영은 이념과 개인주의가 뒤섞인 혼돈 속에서 대학시절을 보냈던 90년대 중반 학번의 여성으로서 삼촌 집 아파트의 문간방, 하숙방, 시장통 자취방, 재개발 지역의 옥탑방, 반지하 셋방을 전전하며 자신의 꿈과 좌절에 대한 기록을 노트에 촘촘히 남긴다. 지영이 남긴 글을 읽으면서 영대는 어렴풋하게나마 '꿈'에 대한 해답을 얻는다.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통해 얻는 ‘방’은 바로 ‘잠만 자는 방’이었고 그런 방에 든 이는 서른의 여성이었다.

"올해 나는 세상의 모든 스물 아홉 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세상에서 오직 서른한 살들만이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었다. 서른.”

from [여덟 번째 방], 서울, (주)민음사, 2010년 4월(초판 1쇄),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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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11 15:31

스물 아홉의 늦봄에 서울을 떠나 신도시의 오피스텔에서 정확히 일 년을 살고 서른의 늦봄에 다시 서울로 돌아온 여성, '오연희'가 그 일 년 동안 신도시의 오피스텔에 칩거하면서 만난 두 명의 여자, '수림'과 '선배의 아내'를 통해 누구나 거치는 서른 살의 나이를 아주 특별한 것으로 인지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 권여선의 소설 <분홍 리본의 시절>이다.

이 작품은 해설자의 말 그대로 불편과 불쾌의 쾌락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가 낸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원래 2005년 봄에 『황해문화』를 통해 발표된 작품이기도 하다. 평온한 일상의 뒷면에 웅크리고 있는 내면적인 균열을 포착하는 작가의 시선은 결국 우울과 히스테리가 중첩되거나 강박과 집착이 한데 어울리거나 혹은 죄의식으로 뒤덮인 스스로의 개별적이며 개인적인 자기 후회를 다룬다는 점에서 작가의 보편적인 세계와 그 내용적 맥락이 닿아 있다. 결혼을 안 한 여성 오연희가 우연히 만난 옛 직장 선배의 부인, 그리고 직장 선배의 소개로 하룻밤을 재워준 동갑의 여성 수림을 통해 자기 확인을 이루는 과정이 그려진 것이 곧 <분홍 리본의 시절>인데, 이 작품에서 사람들의 나이 서른은 특별한 경험에 의해서만 정의될 뿐 보편적인 상황에서는 하나도 의미심장할 까닭이 없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모든 자연수가 그렇듯, 내가 겪어온 모든 나이들, 그리고 내가 겪어갈 모든 나이들이 각각의 고유성을 갖고 있었다. 삽십대의 첫 번째 나이가 십대의 여덟 번째 나이나 오십대의 세 번째 나이보다 더 의미심장할 까닭이 없었다. 서른이 특별한 것은 모든 숫자가 특별하다는 바로 그 평범한 진리에서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녀들을 만난 내 서른 즈음은 지금에 와서도 특별했다고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from 권여선, [분홍 리본의 시절], 파주, (주)창비, 2007년 2월(초판 1쇄),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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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11 15:23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정한아의 장편소설 [달의 바다]는 문학상 시상을 맡았던 거의 모든 심사위원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은 작품이다. 작품 속의 화자인 나 ‘은미’를 중심으로 그가 계속 낙방만 하던 신문기자 되기를 포기하고 불현듯 집에서 운영하는 이대갈비의 종업원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따듯하다’는 공통의 찬사를 받으며 문학상 수상작이 되었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병치되어 있는 작품의 줄거리는 주인공의 고모가 자신의 어머니인 은미의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고모를 욕망의 매개자로 하여 성장하는 소설 속 화자의 성장기이다. 대학을 나와 번듯한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화자의 고모가 어느 날 갑자기 임신 소식을 알리고 끝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남자를 따라 미국으로 간 뒤 아이는 자신의 친정으로 보내고 항공우주센터의 관광품 판매점 한 구석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 고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마치 항공우주사 일을 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보내오는 편지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이미 나이 서른에 인생 전반에 대해 더 이상 의문도 없고, 기대도 없다는 투의 편지로 시작되는데 이렇게 쓰여진다.

"어려서부터 저는 싫증을 잘 내는 타입이었어요. 반찬을 집어서 입에 가져오는 순간 이미 싫증이 날 정도였죠. 어린애들의 유치한 세계에 일찌감치 지친 저는 조바심을 내면서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어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서 저는 곧 어림짐작으로 넘겨짚었던 것들, 립스틱과 데이트, 키스, 남자들, 직장생활 따위의 실체를 겪었는데, 서른이 될 즈음엔 그 전부에 염증을 느꼈어요. 정말이지 기대 같은 건 단 하나도 없더군요.”

from [달의 바다], 파주, (주)문학동네, 2007년 8월(1판 2쇄),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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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10 11:58

이미 『문학동네』 2007년 여름호에 발표된 바 있는 백가흠의 소설 <사랑의 후방낙법>은 '민숙'이라는 여자가 자신보다 작고 여린 또 다른 여자를 욕망하는 소설이다. 유도를 하는 이유가 오직 목선과 살빛 그리고 보조개가 아름다운 또 다른 유도선수 '유진'을 욕망하기 때문이라고 설정된 이 소설은 이러한 등장인물의 동성에 대한 시선은 그 주체를 이성으로 바꾸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이 여성이라는 동성에 국한한 까닭은 등장인물들 모두가 남근적 억압의 희생자라는 점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군대에서 의문사한 아버지를 둔 민숙과 어린 시절 새아버지에게 추행당한 기억을 가진 유진은 공통적으로 한국적 사회의 희생자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사랑의 후방낙법>은 백가흠의 작품 중에서 가장 가학적이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유진은 올해 서른 살이다. 운동선수로서 서른 살은 치명적인 나이지만 여자에겐 아직도 많은 것이 아름다운 나이이다.”

ffrom 백가흠, <사랑의 후방낙법>, [조대리의 트렁크], 파주, (주)창비, 2007년 7월(초판 1쇄),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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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10 11:53

서른 살, 환상과 환멸의 위험한 시간대를 유영한다! 은희경, 김소진, 전경린, 성석제, 양순석, 이병천, 차현숙, 박상우, 윤효 등 젊은 작가 9인이 꾸민 서른 살에 대한 테마 소설집인 [서른 살의 강]은 누구나 넘어야 할 나이 서른을 통해 그 과정에서 얻은 상처와 욕망에의 꿈이 고스란히 녹아있으며, 격렬하면서도 섬세하고 절박하면서도 내밀한 이들 작가의 서른 살 통과의례로서의 텍스트를 통해 인생 전체의 진솔함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정녕 허무와 상실이 아니라 눈부신 속살이라는 것을.

"서른 살… 청춘의 신록과 중년의 조락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선에 선 나이. 유년의 환상과 젊음의 치기를 하나씩 버리고 완전히 독립된 성인으로 주어진 삶을 수락해야 하는 나이. 성, 가족, 결혼, 우정 이 모든 것들이 새롭게 의미부여를 받고 다가오는 나이. 자신에 대한 환멸이 종양처럼 커지고 사랑마저 견뎌야 하는 타인처럼 여겨지는 나이.”

from 성석제 외, [서른 살의 강], 서울, 문학동네, 2002년 7월 발간 전자책,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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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08 16:00

무자비한 젊음을 통과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아름답고 쓸쓸하고 담백한 이야기라는 헌사(소설가 이혜경)가 달린 이상운의 장편소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는 ‘빨강 물방울 무늬 연분홍 원피스’를 입고 기타를 둘러멘 그녀, '박은영'과 이십대에서 삼십대에 이르는 시간 동안 오직 세 차례 그녀를 만났던 소설 속의 화자 ‘나’가 펼치는 70년대 식 사랑이야기이다.

70년대의 어느 대학(사실은 연세대학교로 보이는)에서 친구가 보여준 플레이보이 잡지의 충격을 이기려고 음악감상실에 몰래 숨어들었던 신입생은 그곳에서 우연히 기타를 둘러멘 그녀를 만난다. 그리고 80년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제는 여행사의 임시가이드로서 외국인들이 묻혀 오는 자유의 냄새를 맡으며 일상을 영위하던 나는 대학의 가두시위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난다. 그리고 다시 기약없는 헤어짐 뒤에 한참을 지난 뒤 소설가로 생활을 하는 나에게 젊은 청년이 독자임을 내세워 연락을 주었고, 그 청년의 청에 못 이겨 나간 포크송 콘서트장에서 대학생이던 시절 그가 남긴 엽서의 글로 만들어진 노래를 만난다.

그러나 콘서트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중단되었고, 다시 며칠이 지난 뒤 예의바른 청년으로부터 그의 어머니가 이미 임종을 하였으며, 어머니의 부탁으로 이제는 소설가로 활동하는 나를 콘서트에 초대했노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녀의 아들로부터 그녀가 나와 만날 당시 이미 지방대학에서 시위로 인해 수배를 받다가 서울로 숨어든 청년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잉태하고 있었으며, 그 아이가 곧 자신이며, 청년이 되기까지 자신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왔지만 어머니가 사랑의 결실로 얻은 자신이기에 아버지를 결코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대학에서 만난 뒤 스치듯 그렇게 세 번 만난 그녀의 실종과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기타를 퉁기던 그녀의 열정은 청년에게 대물림되었으며,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젊음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서른을 앞두었던 소설 속 화자 내가 여행사의 일시적 국내가이드로 활동하면서 느낀 나이에 대한 언급이다.

"나는 서른을 앞두고 있었으며, 거지로 살건 한 나라의 지도자로 살건 궁극적으로는 다를 게 전혀 없다는 어떤 철학자들의 인식을 지지하고 있었다. 대학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고 이 년여의 회사생활을 거친 뒤 나는 그런 세계관의 소유자가 되어 있었다."

from 이상운, [무엇이 되어 다시], 파주, (주)문학동네, 2008년 2월, 초판,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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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08 15:57

33살에 생을 마감한 가수 김광석은 이제 막 서른을 향해 치닫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노래를 한 곡 남겼다. 여전히 많은 블로그와 노래방에서 그리고 너털웃음을 짓던 김광석의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이제 맞이하게 되거나 혹은 오래 전의 일로 치부하게 되는 나이 서른을 기대로 혹은 회한으로 보낸다. 1996년 1월 6일 자신의 집에서 자살한 가수 김광석은 노랫말대로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는 자신이 살 가치가 없다고 믿어서일까.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
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from 김광석, <서른 즈음에>, [일어나], 1994년 발표한 김광석 4집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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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나이2010.11.05 11:49

[자전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4권의 작가들 자전소설 시리즈물의 제1권 처음 자리를 차지한 김경욱의 소설 <미림 아트시네마>는 관악산에서 흘러내려 신림9동 앞을 지나는 도림천변의 골목길을 이르는 ‘녹두거리’를 중심으로 자신의 청년기를 기억한 작품이다. 스물의 나날을 그곳에서 지낸 작가는 추억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장소를 통해 삶의 특정한 시기를 기억한다는 차원에서 자신이 작가로 나서게 된 시절을 미림극장을 통해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 봄부터 2001년 봄까지 자신을 그곳에 머물게 했던 기억으로 길어올린 녹두거리와 미림극장. 평생을 평교사로 교편을 잡으신 아버지로 인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시절로부터 지금은 자신이 쓴 작품의 최초이자 가장 특별한 애독자로 남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장소로부터 기억해내는 작가의 작품은 결국 장소의 기억으로부터 온다는, 그래서 모든 작가의 작품은 결국 자전소설이라는 문학평론가 신수정의 언급은 무척 흥미롭다.

"나이 서른이 넘으면 자신의 인상에 책임져야 한단다. 마찬가지로 작가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만 후기를 쓴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후기는 정직하다.”

from 김경욱, <미림 아트시네마>, [자전소설 01_축구도 잘해요], 서울, 도서출판 강, 2010년 7월(초판 1쇄),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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